사회관

"곽노현 뜯겼다" 벌금 선고한 판사 판결문 보니

기산(箕山) 2012. 1. 21. 14:26

"곽노현 뜯겼다" 벌금 선고한 판사 판결문 보니

 

곽노현 벌금 선고한 김형두 부장판사 판결문 보니
대가성 돈거래 인정해 놓고
“박명기 뜯고 곽노현 뜯겼다”

 

                                                           중앙일보| 조강수| 입력 2012.01.21 00:12 |수정 2012.01.21 09:50

 

김형두 부장판사

2010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58) 서울시 교육감.

 

그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지난 19일 법원 판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가 곽 교육감과 박명기(54) 서울교대 교수, 강경선(59)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하면서도 형량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 곽 교육감이 피해자라는 인식

본지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형두)가 선고한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이번 판결엔

"곽 교육감이 돈을 뜯긴 것이고, 박 교수가 돈을 뜯은 것"이라는 김 부장판사의 기본 인식이 깔려 있었다.

 

김 부장판사가 곽 교육감을 피해자로 봤음을 엿볼 수 있다.

판결문이

"곽 교육감과 박 교수가 후보 단일화 대가로 돈을 주고받았다"고 결론 내린 것과는 배치된다.



 

 

재판부는 2010년 5월 19일 발표된 후보 단일화 당시 돈 지급 약속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선거대책본부장인 최갑수(서울대 교수)씨, 회계 책임자인 이보훈씨와

박 교수 측 양재원씨 사이에 약속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이 사실을 보고받지 않아 초기 단계에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논리라면 금품 제공 약속을 통해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고 실제로 돈이 오갔더라도

후보자 본인만 "몰랐다"고 버티면 정치적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억대의 돈이 오가는 일을 후보에게 알리지 않고 선거캠프 관계자들끼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현실세계의 경험칙과 동떨어진 것이다.

판결문은

"곽 교육감이 금품 제공 합의를 알고 있었음을 입증할 책임이 검찰에 있는데,

직접 증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그가 뒤늦게 합의 사실을 알고 나서 화를 냈다는 등의 정황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억원을 준 동기에 대해서도

'선의' 혹은 '긴급부조'라는 용어를 써가며 자신을 변호한 곽 교육감의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였다.

판결문은 결론 부분에서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준 2억원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판결문은

"후보를 사퇴한 박 교수와 곽 교육감의 관계, 금품의 액수, 돈 지급 경위 등 객관적 요소를 종합하면

법률적 의미에서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박 교수의 사퇴로 곽 교육감은 단일후보가 되는 이익을 얻었다고 본 것이다.

2억원의 동기 부분에서는 곽 교육감 주장을, 대가성 부분에서는 검찰의 입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양측 입장을 중간 선에서 절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형(형량 결정)에서 박 교수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을, 곽 교육감에게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것 역시

절충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인신 구속, 곽 교육감은 당선무효형으로 각각 처벌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유죄선고를 받은 곽 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하면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문제 제기에

"그건 제도의 문제이지 판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일단 당선무효형을 선고했고, 이른 시일 내에 판결이 확정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권자 매수는 실형, 후보 매수는 벌금형

유권자 매수 행위에도 통상 실형이 선고되는 상황에서 지지율을 통째로 사버린 후보자 매수행위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2007년 4월 거창군 기초의회의원 선거 때 이모 후보는 상대 후보에게 사퇴 대가로 5000만원을 주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만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깨끗한 선거 정착을 위해 엄벌이 필요하다"는 원칙이 곽 교육감 판결에선 평가절하됐다.

판결문은

"(선거 참모들인) 최씨 등의 금전 지급 약속이 곽 교육감이 단일후보가 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해도

곽 교육감의 책임이 아니므로 양형 요소로 고려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거문화를 타락시켰으므로 엄벌해야 한다"며

공정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곽 교육감 책임의 정도를 낮게 본 것이다.



조강수·채윤경 기자 < pinej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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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의 ‘정치적 승리’ … 유죄 받고 교육감 복귀

                                                             [중앙일보] 입력 2012.01.20 00:00 / 수정 2012.01.20 01:55

1심서 벌금 3000만원 선고
대법원 확정 땐 당선무효
돈 받은 박명기는 징역 3년

설명 : 후보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법원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곽 교육감이 박명기(54)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원의 대가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벌금형을 선택해 일단 곽 교육감이 직무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법률적으로 유죄이지만 정치적으론 무죄라는 판단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후보직을 사퇴한 사람은 중형을 선고받고 사퇴로 인해 당선된 사람은 풀려났다는 점에서

“상식에 어긋난 정치적 판결”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이날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형두)는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중도 사퇴한 박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이는 공직선거법과 동일하게 처벌함)로

곽 교육감에게 벌금형 최상한선인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은 즉각 석방됐으며 이날부터 교육감직에 복귀했다.

이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1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 시 당선 무효가 되도록 규정한 선거법에 따라 교육감직을 잃게 된다.

또 선관위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5억2000만원도 반납해야 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곽 교육감이 2010년 5월 19일 회계책임자 이보훈씨, 선대본부장 최갑수씨가

박 교수의 선대본부장인 양재원씨와 박 교수에게 후보 사퇴 대가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보고 받지 못해

이를 몰랐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징역 3년 선고받은 박명기. [중앙포토]

 

 

재판부는 그러나

“곽 교육감이 이듬해 2월 19일~4월 8일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에 대해 불법성과 대가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제시했다.

 

그 근거로

▶ 곽 교육감이 박 교수의 사퇴로 결국 당선되는 이익을 얻었고

▶ 2억원이라는 거액을 일부 빌려서까지 줬으며

▶ 당선되지 않았으면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100만원 정도만 줬을 것이라고 스스로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상대의 요구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돈을 줘 선거문화 타락을 초래한 것은 엄벌해야 한다”고

당선무효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곽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에서 일관되게 금품 제공을 거절했고

뒤늦게 실무자 간 금품 제공 합의를 안 뒤에도 합의 이행 요구를 한 차례 거절한 점 등을

형량을 정하는 데 참작했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을 맡긴 혐의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후보 사퇴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돈을 받은 박 교수에게는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으며,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 측 김재협 변호사는

“(후보 매수사건에서) 준 쪽은 벌금형을 선고하고 받은 쪽은 징역 3년을 선고한 것 자체가

양형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고 직후 박 교수 측 인사들은

“박 교수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도 “특정 후보자가 같은 진영 내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때

측근들이 금품 제공에 합의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할 경우

실형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판결을 선고한 김형두(47·사법연수원 19기) 부장판사는

공판중심주의에 충실한 판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재판에서 공직선거법상 후보 매수 및 이해 유도죄의 법리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권의 법률서적을 갖다 놓고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이날 선고공판 때도 판결 내용을 스크린에 띄워놓고 1시간10분에 걸쳐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2010년 4월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조강수·채윤경 기자

조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