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전화건수로 정한 ‘묻지마 7대경관’…수백억 들여 ‘샴페인’

기산(箕山) 2011. 11. 14. 01:54

전화건수로 정한 ‘묻지마 7대경관’…수백억 들여 ‘샴페인’

 

                                                                     한겨레| | 입력 2011.11.13 20:41 |수정 2011.11.13 23:00

 

뉴세븐원더스, 제주 등 '세계7대 자연경관' 잠정 선정
공무원만 1억통 이상 총력 아마존 등 함께 선정 돼
득표수 공개안해 신뢰 의문 '론리 플래닛' 창업자 "재단 이름 들어본 적 없다"

제주도가 이른바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로 선정됐다.

 

그러나 선정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공신력 등에 의구심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제적 기대효과도 차분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뉴세븐원더스재단은 12일 새벽 4시7분(한국시각)

재단 누리집을 통해 제주도를 비롯한 7곳을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단은 전화투표 결과나 순위 등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번 발표는 '잠정' 결과이며, 내년 초 최종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표운동에 앞장섰던 제주도는 발표 순간 제주도민 등 1천여명이 참가한 행사를 열어

선정 결과를 환영했으며, 내년에 선정 기념 상징물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재단 공신력·신뢰도 논란

뉴세븐원더스재단의 공신력과 신뢰도를 두고 논란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 재단은 투표 마감을 며칠 앞둔 지난 6일, 후보지 28곳 가운데 제주도 등

10곳이 상위 10위에 들었다고 누리집에 올렸다.

 

그러면서

"10위권 안에 들지 못한 후보지도 7대 경관에 뽑힐 수 있다"며

막판 경쟁을 부추기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상위 10곳 가운데

이스라엘 사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산호초 등 6곳이 탈락했다.

레바논의 제이타 석회동굴, 인도의 순다르반스, 이탈리아의 베수비오화산도 떨어졌다.

 

반면 10위권 밖에 있던 아마존 강, 이구아수 폭포, 테이블 산 등 3곳이 포함됐다.

재단은 이날 7곳을 발표하면서도

"잠정 결과와 최종 선정 사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혀,

또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것처럼 여지를 남겼다.

재단은 애초 득표수나 순위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해, 선정 결과를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선정되든 탈락하든 재단만이 알 뿐이고, 이의를 제기하려 해도 제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재단은 최근 '세계 7대 도시' 선정 캠페인을 시작해 상업적 성격을 또 드러냈다는 말도 나온다.

재단은 유엔과는 관계가 없다.

일부 누리꾼들은

"정부조직과 온 나라가 외국의 한 민간단체의 상업적 이벤트에 국민 세금을 쓰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최근 제주를 방문한, 세계적 여행가인 '론리 플래닛' 창업자 토니 휠러도 이 재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공무원 동원

선정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1인당 무제한 중복 전화투표를 허용한 방식에서도 비롯됐다.

이 재단이 전화요금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전화투표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선정된 데는

제주도 공무원들의 전화투표가 절대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1인당 하루 200~500통까지 목표치를 정해 전화투표에 매달렸고,

부서별로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전화투표 건수는 1억건을 훨씬 넘었다.

전화요금만 200억원(1건당 198원)을 훌쩍 넘는다.

또 민간인들을 상대로 전화투표 기탁운동을 벌여 3000만표(50억원)를 모았다.

홍보비까지 합치면 캠페인에만 수백억원의 세금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있을 공식 인증식 행사에도 꽤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2009년 7월 제주도가 후보지 28곳에 포함된 뒤에도 제주관광공사를 빼고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지난해 7월 취임한 우근민 제주지사가 바짝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 지사는 제주도정의 최우선 핵심 과제로 여겨질 정도로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매달렸다.

초등학생들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 짜맞추기식 기대효과

제주도는 7대 자연경관 선정 홍보 등의 효과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제주도 관광객이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획득,

제주올레 열풍 등에 힘입어 관광객은 2009년 12.1%, 지난해 16.2%로 증가 추세에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기대효과

(생산 유발효과 연간 627억~1조2840억여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연간 355억~7318억여원)를 내세우지만,

제주발전연구원의 이 연구 결과는 외국사례에 산술적으로 대입시킨 것일 뿐이다.

 

그래도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잘 활용하면 지역경제와 관광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선정돼서 득볼 사람들은 누구일까요?"라고 비꼬았다.

 

또다른 이용자는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이든 아니든 1년에 한번은 가고픈 아름다운 섬이다.

근데 세계에 내놓아야 할 자연경관을 파괴하면서 해군기지 짓겠다고 난리다"라고 비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