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천문학적 적자 시달리는 거가대교…20년간 4조원 보전, ‘고통의 다리’

기산(箕山) 2011. 11. 9. 12:23

천문학적 적자 시달리는 거가대교…20년간 4조원 보전, ‘고통의 다리’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11.09 04:05 |수정 2011.11.09 04:05

 

부산 가덕도~경남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두고 부산, 경남 일대가 시끄럽다.

 

지난해 12월 개통된 후 벌써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세금 낭비'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통행료가 적정하지 않다' '사업비가 잘못 책정됐다' 등등 논란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가대교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거가대교 실적만 놓고 보면 한마디로 '적자투성이'다.

거가대교는 대우건설 등 민간사업자에 대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건을 걸고 공사했는데

수익 보전기간은 20년이고 민간사업자 운영기간은 40년이다.

 

하지만 예상만큼 통행료 수입이 나오지 않아 거가대교를 지금처럼 운영할 경우

경상남도와 부산시는 민간사업자의 최소운영수입보장을 위해 20년간 약 4조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 거가대교.

 

 

왜 그럴까.

현행대로 MRG 비율을 유지하고 물가인상률만큼 매년 통행료를 인상할 경우

20년간 실제 통행료 수입은 1조33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의 기대수익은 5조2632억원에 달한다. 그 차익이 4조원에 육박한다.

경상남도의 한 해 가용재원이 3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2000억원씩(4조원/20년)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만약 MRG 재정 보전 비율을 요금 수입 대비 68.8%(현재는 77.55%)로 낮추고

통행료를 동결할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MRG 보전액은 1조3020억원으로 줄지만 요금인상 보조금을 40년간 5조4674억원이나

재정에서 지급해야 해 총액은 6조7694억원으로 추산됐다.

요금을 물가인상분만큼 인상해 주지 않으면 지자체 부담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얘기다.

 

통행료 산정 잘못해 수요 기대 못 미쳐

 

이렇게 부담이 커진 것은 애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먼저 예상통행량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다.

MRG 비율은 재정에서 보전하는 비율을 요금 수입 대비 77.55% 이하,

통행량도 6개월이 지난 현재 추세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현재 거가대교 통행량은 예상량의 71% 수준에 그친다.

당초 통행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대형차 통행이 적어

정작 MRG 적용 기준인 요금 수입은 48%에 불과하다.

통행량 예측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재정 보전 비율을 정했다는 얘기다.

감사원도 이 문제를 걸고 나섰다.

감사원의 '거가대교 통행료 산정 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거가대교 통행료는 통행량과의 상관관계(탄력도)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행요금과 통행량 사이 '탄력도'는 통행요금을 얼마로 책정할 때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요금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다.

 

감사원은 소형차 요금을 6000원부터 1만2000원까지로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8000원을 적용할 때 통행요금 수입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연간 운영 수입이 1만원일 때는 952억원이지만 8000원으로 낮추면 954억~1064억원으로 높아졌다.

그런데 거가대교 소형차 통행료는 1만원이다.

8000원으로 낮추면 통행요금 수입이 더 높아지는데 이조차 제대로 예측해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소형차 통행료 1만원은 인천대교 소형차 통행료 5500원의 2배 수준이다.

결국 이용자 부담을 줄이면서 민간사업자 수입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소형차 통행료를 8000원으로 낮추도록 부산시와 경상남도에 권고했다.

거가대교 재정지원방식 바꾸기로

거가대교 총 사업비 산정에도 문제가 많다.

거가대교 사업비는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상으로 보면

1999년 12월 31일 기준 1조4469억원이다. 물가인상률을 적용한 경상가격으론 1조9831억원이다.

그런데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민간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GK해상도로㈜가 이 법인에 참여한 기업들로 구성된 GK시공사업단과 계약을 체결한 공사비는

1조6205억원이다.

 

공사를 수의계약한 시공사업단은 이 공사 가운데 4643억원 상당은 직영하고

나머지 1조1562억원 상당은 공사 종류별로 7688억원에 하도급을 줬다.

시공사업단이 하도급을 주면서 3874억원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비용'으로 사업비에 그대로 남아 있다.

 

김해연 경상남도의회 의원은

"보통 관공사를 수주한 대기업이 다시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거가대교는 성격이 다르다.

확정된 사업비를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데 하도급 차익까지 비용으로 인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상사업비에는 정부, 부산시, 경상남도가 지출한 재정지원금 5718억원도 포함돼 있다.

재정지원금과 하도급 차액을 합친 9592억원(5718억원+3874억원)을 경상사업비(1조9831억원)에서 빼면

순수하게 사업자가 부담한 비용은 1조239억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업비가 높게 산정돼 부산, 경남 재정 부담만 커진 셈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거가대교 MRG 협약 내용부터 바꾸기로 했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기존 'MRG' 방식에서 실제 운영비에 모자라는 부분을 지원하는

'비용보전(SCS·Standard Cost Support)' 방식으로 협약 내용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예상 수입금액을 미리 고정시키고 이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돼 있었다.

기존 협약상 예상 수입 대비 실제 수입이 77.55%에 못 미칠 경우 미달액을 민간사업자에 지원하는 것.

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통행량과 수입 기준으로 운영비에 미달하는 부분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민간투자비가 상환된 20년 후부터는 운영 수입이 운영비를 초과한다.

40년 후인 2050년까지 720억원을 환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민간사업자가 손실 분담해야

 

거가대교처럼 지자체 재정부담을 늘리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논란이 되는 전국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지자체 재정난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

 

마땅한 해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그동안 SOC 사업에서 주로 적용된 MRG 특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는 과거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재정난을 줄이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적자 보전책이 도리어 엄청난 재정부담으로 돌아왔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사업자들이 리스크 때문에 사업을 꺼려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MRG인데 정작 지자체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결정까지 반영돼 지자체 재정난은 심해지고 주민들 불만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성 예측을 제대로 못 한 점이다.

사실 MRG 방식을 통해서도 사업성만 제대로 예측하면 지자체와 민간사업자가

얼마든지 '윈윈' 할 수 있다.

통행 수요가 예상을 넘어서면 지자체와 민간사업자 모두 이득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반시설이 완공된 후 실제 수요가 예측에 못 미치면

막대한 손실을 모두 지자체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용인경전철 등 최근 이슈가 된 SOC 사업도 비슷한 전철을 밟은 바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용인경전철처럼 통행 수요를 부풀려 내놓는 연구기관과 용역 비용을 대는 발주기관,

공무원의 삼각관계도 원인이다.

 

지자체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는 시민단체들이 선정한 독립적인 연구기관도 참여해

수요 예측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업성을 잘못 평가한 데 따른 손실 배상책임을 검증단체나 사업자에게 부과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민간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해 손실이 났다면

이를 바탕으로 사업방식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민간투자자는 '모럴해저드' 없이 사업 검토단계에서부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채익종 다다디앤씨 사장은

"적자를 지자체만 떠안을 게 아니라 민간사업자, 지자체가 실제 수요에 따라 손실을 각각 분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30호(11.11.0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