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스페셜 - 금요헬스실버]
흰머리 보일까 … 전철 서서 가는 청춘들
청춘백발 흰머리로 고민하는 10~30대, 병원 찾는 젊은이 늘었다는데 …
대학생 한보경(23·여·경기도 성남시)씨는 지하철에서 일부러 서서 가는 날이 많다.
앉아 있으면 정수리의 흰 머리카락이 눈에 띌까 걱정돼서다.
두세 달마다 염색을 하지만 머리가 워낙 빨리 자라 감출 재간이 없다.
흰 머리카락이 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흰 머리카락 때문에 미팅에 나가거나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한씨는
“부모님이 젊었을 때 머리가 세지 않았는데 왜 나만 그런지 모르겠다”며
“고교 때는 입시, 대학 들어와서는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센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현재 머리가 하얗게 세 두 달마다 염색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최승식 기자]
10~30대에 머리가 세는 ‘청년 백발(白髮)’이 늘고 있다.
흰 머리카락이 많아지면 나이가 들어 보여 ‘백발족’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모발학회 민복기(올포스킨 피부과 원장) 홍보이사는
“동양인은 보통 40대, 이르면 30대부터 새치가 생기는 게 정상인데
요즘에는 10~30대에 머리가 세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가 10년 전보다 20~30%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백발은 유전적인 요인이 강하지만 요즘에는 학업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김필선(가명·42·여·미용사)씨는 20대 중반부터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당시 일과 가정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 때문에 새치가 늘면서 머리색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10대 흰머리도 드물지 않다.
서울 서초구 동덕여고 변재양(33) 교사는
“수업을 하다 둘러보면 한 반(약 40명)에 8명꼴로 흰 머리카락이 많은 학생이 있다”며
“이 중 절반가량은 머리의 상당 부분이 하얗게 셌다”고 말했다.
변 교사는
“학칙에서 염색을 금지하지만 흰머리 학생은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김도원 교수(피부과)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흰머리는 스트레스가 촉매 역할을 하거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가 머리를 세게 하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이어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두피(頭皮) 내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머리카락에 멜라닌 색소가 원활하게 스며들지 않는다.
멜라닌 색소를 생산하는 세포가 손상돼서다.
멜라닌 색소가 제대로 공급돼야 머리카락이 정상적인 색을 띠게 된다.
민복기 이사는
“머리카락은 다른 부위보다 세포분열 속도가 빨라 외부 자극에 쉽게 손상된다”며
“과로·과음·흡연도 머리를 세게 한다”고 말했다.
질병이 청년 백발을 유발하기도 한다.
갑상선질환·당뇨병을 앓거나 비타민이 결핍되면 멜라닌 세포 기능이 떨어져 흰 머리카락이 생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 20대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는 2002년에 비해 41%, 30대는 90% 증가했다.
40대 이상보다 증가율이 낮긴 하지만 절대 환자 수는 크게 늘었다.
경기도 김포시 박민재(10·가명)군처럼 이유를 알 수 없이 머리에 ‘눈’이 내리기도 한다.
박군은 일곱 살부터 흰 머리카락이 났다.
엄마가 보다 못해 새치 60여 개를 한꺼번에 뽑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유전으로 머리가 세는 사람도 그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최경혜(33·여·공무원)씨는 초등학생 때 흰머리가 났다.
최씨의 아버지가 20대부터 흰 머리카락이 난 것에 비하면 훨씬 빨라졌다.
최씨는 2개월마다 염색을 하지 않으면 머리가 하얗다.
최씨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면 흰머리가 드러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박성욱피부과의원 박성욱 원장은
“유전으로 머리가 세는 사람도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그 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년 백발 치료법은 없다.
흰머리를 뽑는 것도 소용이 없다. 뿌리가 남아 다시 난다.
한 번 세면 검은색으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내분비호르몬 기능 장애나 당뇨병 등의 질병 때문이라면 병이 나으면 검은색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 녹황색채소 등을 많이 먹고
▶ 스트레스를 줄이며
▶ 자외선차단제나 모자로 두피 자극을 줄이면 흰머리 예방에 도움이 된다.
글=이주연·장치선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 멜라닌 색소=
멜라닌은 ‘검다’란 뜻의 희랍어 멜라스(melas)에서 유래했다.
멜라닌 색소는 단백질로 구성된 미세한 알갱이다.
두피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있다.
모근(毛根)을 싸고 있는 표피에 이 색소가 있다.
색소의 종류나 함량에 따라 머리카락 색깔이 달라진다.
멜라닌 색소가 없거나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머리가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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