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혁명 반년]② 리비아ㆍ시리아는 언제쯤
충성도 높은 군대, 서방 협상카드 부재..정권교체 난망
철옹성 같았던 독재정권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잇따라 붕괴됐을 때만 해도
'재스민 혁명'의 후폭풍은 중동의 다른 독재자들을 단숨에 권좌에서 밀어낼 듯한 기세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함께 세계를 양분해온 공산주의가
1980년대 말 동구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허망하게 붕괴된 것처럼,
사막의 모래바람을 탄 재스민 향기 또한 중동을 새로운 세계로 변모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성공한 지 반년이 지났어도
리비아, 시리아, 예멘에서는 여전히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42년째 정권을 장악하며 세계에서 최장 기간 집권하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군사작전을 동원한 서방의 퇴진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30년간 집권한 아버지를 이어 11년째 집권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또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탱크로 짓밟고 있다.
33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 역시
대통령궁 안에서 폭탄공격을 받고 크게 다쳤어도 야권과 시위대의 권력 이양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튀니지와 이집트를 휘감았던 혁명의 기운이 왜 이들 국가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이들 나라에서는 최고 권력자의 핵심 측근들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어
정권에 대한 충성도 높은 군대가 민중의 개혁 요구를 언제든 무력으로 진압할 준비가 돼 있는 점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리비아의 최정예 부대인 민병대 제32여단, 속칭 '카미스 여단'은
카다피의 여섯째 아들 카미스가 이끄는 부대로 카다피 체제의 주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카미스의 사망설이 돌기도 했지만 그의 생사 여부에 상관 없이
카다피 핵심 측근들이 곳곳에 포진한 카다피 친위대는 서방 연합군 및 반군의 합동 공세를
넉 달째 막아내고 있다.
시리아 역시 아사드 대통령의 막냇동생인 마헤르 알-아사드가
정부군 내 엘리트 부대인 제4사단과 공화국수비대를 이끌며,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다.
예멘에서는 살레 대통령의 장남인 아흐메드가 예멘 최정예 군조직 공화국수비대를 지휘하며,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이르렀을 당시
두 나라의 군부가 시위대에 발포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중립적 입장을 유지,
정권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현상이다.
군부에 대한 강력한 장악력 외에 이들 국가는
오랜 기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서방이 사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많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미국은
유혈사태가 계속될 경우 13억달러에 이르는 군사원조를 재검토할 수 있다며 무바라크 정권을 압박했고,
결국 이는 무바라크의 퇴진을 이끄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2006년 국제무대로 복귀하기 이전까지 20여 년간 미국과 외교관계를 중단한 채 반미세력의 맹주를 자처해 왔고,
시리아 역시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란과 최고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방과 대립각을 세워 온 탓에
서방의 압박에 이미 상당한 내성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예멘 살레 정권은
미국의 대 테러리즘에 적극 협조해 오긴 했지만 시위 사태에 개입하려는 미국을 향해
"(버락) 오바마가 세계의 대통령이냐"고 직격탄을 날리며 정권 수호를 위한 배수진을 구축한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 사태를 봉합하지 않고는 정권 연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중동 각국 정부가
접점을 찾아 보려는 노력을 미세하게나마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비아는 정치적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위해 프랑스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여전히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연합군의 군사작전이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자 양측이 직접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또한 주요 야당이 불참하긴 했지만
지난 10일 '국민 대화'를 시작하고 사상 최초로 다당제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살레 예멘 대통령도 지난 10일
사우디 군 병원에서 존 브레넌 백악관 대 테러담당 보좌관과 만나 미국의 입장을 청취하는 등
'출구 전략'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ㆍ아프리카 전역을 휘몰아친 '재스민 혁명'의 후폭풍은 계속해서 세력을 확장할지,
아니면 이대로 소멸될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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