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파키스탄 테러, 보복 `聖戰'의 서막?>

기산(箕山) 2011. 5. 14. 02:11

<파키스탄 테러, 보복 `聖戰'의 서막?>

                                                                             입력 2011.05.13 19:14 | 수정 2011.05.13 22:14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이슬람 무장세력, 빈라덴 사망 보복 의지 불태워
미-파키스탄ㆍ예멘 공조에 균열..대 테러리즘 위기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의 보복 공격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탈레반의 자살 폭탄공격은 80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빈 라덴 사망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 당국은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보복 공격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이슬람 무장세력은 `성전(聖戰)'의 의지를 불태우며 더욱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 보복 결의 다지는 이슬람 무장세력 =

 

이슬람 무장세력들은 지난 2일 빈 라덴이 파키스탄 북서부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미군에 사살되자 앞다퉈 보복 의지를 천명했다.

알-카에다는 지난 3일자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빈 라덴의 죽음을 공식 확인한 뒤 "그들(미국)의 행복은 슬픔으로 변할 것이며

그들의 피는 자신들의 눈물과 섞이게 될 것"이라며 보복 공격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까지도 활발한 테러 모의로 미국에 가장 강력한 위협 세력으로 등장한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도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빈 라덴의 죽음은 유대인과 미국인에 복수하려는 전의를 더욱 키울 뿐"이라며

성전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보복 천명은 알-카에다 연계조직에서도 공통적으로 감지됐다.

이라크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검은 집 안에 사는 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빈 라덴의 죽음 이후 그가 테러와 공포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조직 `셰밥' 역시

"빈 라덴은 죽었지만 성전은 끝나지 않았다"며

"전 세계 무자헤딘 전사들이 복수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호언했다.

◇ 잇단 테러..보복공격 현실화 =

 

무장세력들의 경고는 실제로 빈 라덴 사망 이후 크고 작은 테러들이 잇따르며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최악의 공격은 이날 파키스탄 북서부 군 훈련소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공격으로

8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친 것.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번 공격은 빈 라덴의 순교에 대한 첫번째 보복"이라며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미국을 겨냥한 공격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날 예멘 남부 지역에서는

알-카에다 소속으로 보이는 무장대원들이 매복해 있다가 정부군 차량을 폭파시켜 병사 5명을 숨지게 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도 지난 7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자폭 공격을 감행한데 이어

8일 같은 지역에서 정부 건물 10곳을 공격하며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틀간 12명이 숨졌고 70여 명이 다쳤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5일 경찰서 앞에서 발생한 자폭 공격으로 경찰관 24명이 숨졌다.

ISI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피에는 피, 파괴에는 파괴로 상대해 주겠다는 것을 신께 맹세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공격은 빈 라덴 사망 이전에도 자주 이뤄져 왔던 것으로

새로운 유형의 공격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알-카에다를 비롯한 무장세력은 향후 공격 대상을 미국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국 본토 또는 서방국가의 대사관이나 관련 시설로까지 공격이 확대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 각국 대응책 마련 고심 =

 

빈 라덴 사살에 따라 이슬람 무장세력의 보복 공격이 수반될 것이라는 사실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각국은

자국 공항과 항만 등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요주의 지역에 있는 대사관에도 보안경비 수준을 대폭 높였다.

특히 미국은 방어적 조치 외에 선제 제압을 위한 군사적 행보도 가속화했다.

미군은 지난 5일 남부 예멘에서 AQAP의 정신적 지주인 안와르 알-올라키를 겨냥해

무인폭격기 공격에 나섰다.

올라키 사살에는 실패했지만 알-카에다 간부 2명을 폭사케 하는 부분적 성과는 있었다.

지난 12일에는 파키스탄 북(北)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아프간 국경으로 향하던 무장단체 차량에 미사일 2발을 발사, 무장대원 5명의 목숨을 거뒀다.

그러나 알-카에다 조직 자체가 상하 수직형 구조가 아니어서

단일 공격으로는 조직을 발본색원하기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성전'에 목숨을 바치는 `전사'들이 즐비한 만큼 추가 테러 우려는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보복 공격의 발원지가 될 수 있는 파키스탄, 예멘 정부의 지도부와 미국이

최근 들어 갈등을 빚으며 대 테러리즘 공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어

효과적인 대응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이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

사전 통보 없이 독단적 작전을 벌인데다 빈 라덴 은신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의 눈길까지 보내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9일

자국 영토에서 미국의 일방적 공습이 있을 경우 전면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 테러리즘에 적극 협조해 왔던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또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어

대 테러작전에서 미국과 예전처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은 예멘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살레 대통령을 적극 비난하지 않다가 지난 12일에야 조기 퇴진 중재안에 서명할 것을 촉구하는

궁색함을 보여주었다.

알-카에다의 보복 공격 의지가 테러세력 색출을 부르짖는 서방과 충돌하면서

`피의 보복'과 `파괴적 응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빈 라덴의 사망 이후에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inyon@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