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불꺼진 서울…노래방 간판만 휘황찬란

기산(箕山) 2011. 3. 8. 18:31

불꺼진 서울…노래방 간판만 휘황찬란

 

                                                                                   매일경제 | 입력 2011.03.08 17:29


"어휴, 벌금 무서워서라도 일단 불은 꺼야죠.

만날 단속반이 찾아와서 공문도 뿌리고…."(서울 역삼동 A유흥업소 업주)

 

정부 야간조명 단속이 시작된 8일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호텔 인근 유흥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새벽 2시가 되자 휘황찬란했던 옥외 간판들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20여 분이 지나자 이 지역 단란주점 밀집지역의 환한 네온사인은 거의 종적을 감췄다.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편의점과 커피숍, 그리고 노래방 조명만이 어두운 거리를 밝혔다.

 

 

8일 새벽 2시께 서울 신림역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식당ㆍ노래방을 제외한 대부분 업소의 옥외 조명이 꺼져 있다.

 

 

리비아 소요 사태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가 민간 조명 강제 소등 조치를 시행한 지 일주일째를 맞은 이날

서울시는 역삼동 등 유흥업소가 밀집한 곳을 찾아다니며 단속활동을 벌였다.

계도기간이 끝나고 이날부터 규정된 시각 이후에도 간판을 켜두는 업체는

최고 300만원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역삼동 일대 유흥업소 업주들은 당분간 간판 조명에 대한 미련을 버린 듯

구청 단속반과 별다른 마찰 없이 간판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역삼동 유흥업소 사장 A씨는

"우리 업소는 규모가 크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되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구청 단속반 눈 밖에 나서 혹시나 영업정지라도 당하면 어쩌나 겁이 나

어쩔 수 없이 간판을 내렸다"고 말했다.

소등 계도기간이던 지난 1일

"과태료 300만원을 내더라도 간판 불을 끄지 않을 계획"이라던 신림역 인근 유흥업소들도

막상 관악구청의 단속이 시작되자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관악구청은 7일 오후 8시부터 40여 명의 직원을 투입해 계도활동을 펼쳤다.

관악구청 지역경제과는

"단속 결과 관악구 내 354개 유흥업소와 단란주점 가운데 지적된 곳은 5곳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신림역 인근 노래바 매니저 B씨는

"옆 건물 단란주점 사장과 외부 조명을 끄기로 합의했다"며

"주변 업소에서 약속을 어기지만 않으면 구청 지침에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은 노래방을 단속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서는 불만을 쏟아냈다.

신림역 유흥업소 사장 C씨는

"술집이나 노래방 간판은 그대로 놔두고 유흥업소만 일제 단속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 유흥업소 사장 D씨도

"룸에 가려던 손님들이 유흥업소 불 꺼진 걸 보고 노래방으로 향할 텐데

거기에서 과연 노래만 부르겠느냐"며

"아가씨 부르고 술을 시켜 마시는 노래방 변태영업만 성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판을 소등한 후에도 영업 중이라는 걸 알리려면 결국 '삐끼(호객꾼)'를 고용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이 삐끼 영업만 조장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옥외 야간조명 규제를 담당해온 지식경제부

식품위생법상 '서비스업'으로 분류된 노래방에 대해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협력과 관계자는

"노래방에서 아가씨를 부르고 술을 판매할 경우 이는 불법영업에 해당하는데

이는 에너지 절약 지침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노래방으로 손님이 몰릴 것이란 일부 업소의 주장은 불법 영업 중인

일부 노래방을 일반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노래방 옥외조명 소등은 현재 권고사항이지만

향후 고유가가 지속되면 일반 서비스업으로도 강제 소등 조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태 기자 /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