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스키장 인파에 ‘두번 우는’ 구제역 농가

기산(箕山) 2010. 12. 26. 10:14

스키장 인파에 ‘두번 우는’ 구제역 농가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2.26 09:10

 

구제역이 강원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사실상 '스키장 경계령'(?)이 내려졌다.

지난 21일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구제역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는

'축산청정지역' 강원도까지 덥침에 따라 비상이 걸린 것.

더욱이 겨울철 스키 시즌을 맞아 스키 인파가 몰리면서,

구제역의 추가적인 확산을 막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적이는' 스키 인파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전국의 스키장과 눈썰매장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주말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키장에 7000여 명의 인파가 몰린 것을 비롯해

원주 오크밸리 스키장, 홍천 비발디파크, 평창 용평, 휘닉스 파크, 횡성 성우,

춘천 엘리시안 강촌 등 강원도 내 주요 스키장에 모두 3만1000여 명이 찾았다.

대부분 스키장은 아직 슬로프가 모두 개방하지 않은 상태여서 많은 스키어가 몰리자

일부 스키장의 경우 리프트 대기시간만 10여분 이상 걸리기도 했다.

호남지역 유일의 스키장인 전북 무주리조트에는 휴일을 맞아 2만여 명의 스키어들이

은빛 설원을 내달리며 겨울 정취를 만끽했다.

또 경기도 이천 지산리조트 스키장에 4000여 명, 용인 양지파인리조트 스키장에 3000여 명,

광주 곤지암리조트 스키장에 3300여 명이 입장하는 등 많은 인파가 몰려 설원을 누볐다.

중부권 유일의 스키장인 수안보 사조마을 스키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다채로운 복장을 한 스키어 500여 명이 찾아 설원을 누비기도 했다.

▶'공황상태 빠진' 한우 농가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충격에 빠졌다.

강원도에는 횡성한우 등 유명한 축산 브랜드와 함께 축산 연구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정부가 사전 차단에 사력을 다했지만 구제역을 막지 못했다.

더군다나 최근 겨울철을 맞아 스키 등의 레저활동을 위한 행락객들의 이동이 늘어난 것은

설상가상으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한우 고장'이라는 횡성의 자부심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구제역의 위력 앞에 무너지고 있다.

난생 처음 겪는 구제역 한파로 한우 농가는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구제역 확정 판정을 받은 축사가 있는 학곡2리는 물론이고 횡성군 전 마을이

소를 지키기 위한 외부와의 단절을 선택하며 침묵에 쌓인 가운데,

눈처럼 마을을 뒤덮은 생석회만이 불투명한 주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예방 백신 접종까지 결정했으나 경기도보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로

백신 지원을 받지 못한 횡성군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횡성군은 구제역의 여파가 경기도로 확산되던 지난 16일

관내 전 지역에 구제역 비상방역체제를 도입했다.

구제역 방역대책본부를 24시간 비상근무체계로 운영하며 방역에 총력을 다했으나

일주일만에 구제역에 뚫리자 횡성군측은 허탈함과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번도 구제역을 겪어보지 못한 '청정지역' 횡성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횡성군의 관계자는

"지난 3월에도 방역을 했고 경기도로 퍼지자마자 방역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쉽게 퍼져버렸다"며

"구제역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방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미 '명품 한우'의 위상에도 금이 가버렸다.

횡성군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 주변 지인들로부터 좋은 한우집을 소개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는데

올해는 한 건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며 싸늘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평창과 함께 경기 연천의 돼지 농장과 포천의 한우 농가, 김포 돼지 농가 역시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

고양, 파주, 양주, 가평, 포천, 연천, 전곡 등 경기북부는 사실상 동에서 서까지

모두 구제역이 퍼졌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