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對 이란제재 동참` 美 압박에 난처해진 한국

기산(箕山) 2010. 8. 4. 22:50

`對 이란제재 동참` 美 압박에 난처해진 한국

                                                            매일경제 | 입력 2010.08.04 17:45 | 수정 2010.08.04 20:15

 

미국이 우리 측에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 동참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4일

"재정부를 방문한 미국 대표단이 이란에 대한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독자적인 제재방안을 꺼내면서

한국도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암시를 강하게 받았다"면서

"우리는 일단 10월 미국의 이란 제재법안에 대한 시행세칙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북한ㆍ이란 제재 조정관 일행이 한국에 대(對)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이란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입구 모습.

 

 

정부는 현재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요청에 내놓고 하겠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ㆍ이란 간 교역이 지난해 97억달러에 이를 만큼 이란은 중동에서 '큰손'이다.

 

이란 제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추후 교역 중단 등의 빌미를 줄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리비아와 단교 직전까지 가는 갈등 상황에 이른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현재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지난달부터 격주로 이란 제재와 관련한 국제 동향과 우리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란 멜라트은행 한국지사 폐쇄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 한

국내법상 철수를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내에 있는 은행을 상대로 자산 동결을 요구한다는 것은 주권 침해 문제"라고

말했다.

이란 제재 문제를 놓고 가장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곳은 이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업이다.

리비아에 이어 이란에서도 악재가 터지면서 건설업계에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이란은 최근 이라크와 함께 떠오르는 건설 수주시장이었던 만큼

업계는 수주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특히 원유, 가스 개발과 연계해 화학ㆍ건설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플랜트 시장이다.

현재 이란에서 국내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공사는 사우스파 액상처리시설,

이스파안 정유시설 증설공사 등 총 6건으로 공사금액은 16억달러에 달한다.

공정률을 감안한 시공잔액은 11억달러며 현재 이란에 진출한 업체는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유한기술 등 3개사다.

이란 금융제재 이후 국내은행 현지 지점 대신

두바이 등 다른 아랍권 은행 쪽으로 결제 계좌를 바꾸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란 제재가 심화되면 이란 은행에서 발행해 준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합상사들도 이란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란과 철강, 석유화학 등을 주로 거래하는 삼성물산은 비상이 걸렸다.

최근 '대이란 정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달 이란 제재 발효 후 이란과 무역을 중단한 현대종합상사

이란 사태와 관련해 실무회의를 매일 열고 있다.

 

정유사들도 원유 수입과 관련해 대체 수입처를 찾는 등 긴박한 모습이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수조 원 단위로 고도화설비를 지었는데 이란 수입이 막힐 경우 타격이 작지 않다"고 전했다.

현대ㆍ기아차의 대이란 수출은 미국의 이런 제재가 시작된 직후부터 중단된 상태다.

회사 측은 별도의 비상대책팀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ㆍ중동 권역으로 묶여 있는 이란 지역으로의 완성차 수출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큰 타격이 있지는 않다"면서도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아 기자 / 김병호 기자 / 김은정 기자 / 문일호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