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해준다며 쫓아낼 때는 언제고… 빚더미 농민들, 정부 믿은 게 잘못인가”
LH 120여곳 사업 철회·취소 대상에 전국이 ‘들썩’
경향신문 | 이상호 기자 | 입력 2010.08.03 22:03 | 수정 2010.08.04 02:38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금압박으로 신규 사업장 120여곳을 조만간 철회하거나
취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일부 지역은 지자체와 국회의원이 나서 주민 반발에 가세하고 있다.
편입 대상 토지주들은 보상지연으로 막대한 재산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와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2007년 6월 택지지구로 지정된 이후 아직까지 보상이 미뤄지고 있는
경기 파주시 교하신도시 3지구 편입지역 내 주민들은 최근 하루하루가 생지옥과 다름없다.
대부분의 편입 대상 토지주들이 보상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
농지나 주택을 사들인 상태에서 금리마저 올라 빚더미에 올랐다.
해당 주민은 2600여명.
이들이 진 은행빚이 1조2000억원에 이른다.
교하읍 당하리 윤모씨(40)는 2007년 6월 이곳이 택지개발예정지구에 포함되면서
13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밭 3300㎡를 샀다.
그는 그동안 인근 지역 택지개발 과정에서 보상이 시작되면
지가 상승 등으로 대토가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했다.
그러나 윤씨의 판단은 빗나갔다.
보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은행 이자를 내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았고
빚은 3년 만에 20억원으로 불어났다.
윤씨가 농사를 지어 얻는 수입은 연간 5000여만원.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를 믿은 게 후회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이 교하신도시 3지구 주민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미 입주를 마친 1·2지구 주민들도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운정신도시 연합회(교하신도시 1·2지구) 김주광 회장(47)은
"3지구까지 개발되는 것으로 알고 입주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취소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3지구가 백지화된다면 신도시 규모가 작아지는 데 따른 주민 불편이나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집단행동을 해서라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절박한 주민들
경기 파주 교하3지구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지난 29일 파주 시민회관에서
LH의 조속한 토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파주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시장·국회의원도 "보상하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도 LH의 사업변경 계획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교하신도시 3지구 보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3지구 보상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이인재 파주시장과 한나라당 황진하 국회의원도 참석해
사업 재개와 조속한 보상을 촉구했다.
이인재 시장은 결의대회에 앞서 언론과의 간담회를 통해
"교하3지구 보상지연 대책으로 한시적 행위제한 완화, 대토 구입 주민에 대한 대출이자 인하,
기업체에 대한 세제 감면 등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LH는 경기도 내에서 택지개발사업과 보금자리사업, 뉴타운사업 등
모두 106개 지구에서 2억6061만여㎡의 규모에 140만9207 가구분의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 가운데 2일 현재 사업 착공을 한 것은 63개 지구이고,
아직 착공하지 못한 지구는 43개 지구에 이른다.
인천지역도 술렁이고 있다.
LH가 인천에서 시행하는 사업 중
보상이 시작되지 않은 사업은 주거환경개선사업 4곳과 택지개발사업 1곳이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지난해 10월 통합공사 출범 이후 전체 투자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뒤
아직까지 사업 추진 여부와 시기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택지개발지구 중에서는 2007년 3월 지정된 서구 백석동 한들지구(56만2000㎡)가
지난해 1월 실시계획승인까지 받았지만 아직까지 보상계획 공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들지구는 2012년 말까지 주택 3766가구를 지을 계획이지만 사업 추진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민영개발로 바꿔달라는 청원을 제기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국이 들썩
충북도 내에서 추진 중인 15곳의 주거환경개선사업과 택지개발사업도 불투명해졌다.
청주시내 3곳에서 추진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 2곳은 사업을 중단하거나 보류한 상태다.
노후 주택이 밀집된 모충동 일대 10만㎡를 1279가구가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는
모충2구역은 2007년 청주시와 협약을 하고 올 2월부터 보상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감정평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LH가 주요 사업 시행자로 참여하는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도 2단계 사업의 차질이 예상되자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구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9월 정부 지정을 받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일대 852만여㎡ 규모로
오는 2014년까지 조성될 예정이었다.
경남지역 지방자치단체들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남도 내에서는 LH가 보금자리 3개 지구, 택지개발 6개 지구, 산업단지 2개 지구, 국민임대 2개 지구 등
모두 14개 지구에 걸쳐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양산 물금2지구(양산신도시)는
1994년 12월부터 521만㎡에 걸쳐 택지를 개발하고 있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부지조성 공사와 분양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애초 양산신도시 조성사업은 2000년 말까지 계획됐지만 2003년 말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후 2010년 6월 말, 2014년 6월 말로 다시 연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양산신도시 개발지구에는 부산대 양산캠퍼스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황량한 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다.
김해지역에서는 LH가 장유면 율하리와 장유리 일대 123만3000㎡에 대해
김해율하2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보상이 진행되지 않아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지난해 12월 보상에 들어가 올해 3월 착공해 2013년 12월 준공할 계획이었다.
< 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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