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

함평에는 독도와 임시정부가 있다

기산(箕山) 2010. 4. 9. 00:47

함평에는 독도와 임시정부가 있다

                                                                                              세계일보 | 입력 2010.04.08 22:21

 

일제강점기와 독재 치하에서도 자주성을 강하게 드러낸 역사의식이 투철한 고장

해수찜과 한옥마을·한우·나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남 함평.

함평에는 특별한 공간이 많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들어서 있고, 물 위에 독도가 떠 있다.

임시정부 청사는 그대로 옮겼고, 독도는 30분의 1 비율로 복원됐다.

13일은 임시정부 수립일.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임시정부 독립운동역사관으로 옮기는 발길에 의미를 부여한다.

임시정부 독립운동역사관이 있는 신광면 함정리를 찾았다.

 

설계도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낡은 가구까지 들여와 재현했다고 한다.

김구 주석을 비롯해 독립을 위해 자신을 던진 분들에 관한 기록이 다양하다.

독립운동가들이 기거했던 침실도 있고, 식탁도 보인다.

김구 선생이 홀로 고민에 고민을 했을 집무실도 보인다.

 

어깨가 맞닿을 만한 조그마한 공간인 임시정부 집무실과 회의실 모습이 후손을 아프게 한다.

이역만리 조그마한 공간에서 조국 광복을 염원했던 이들의 손때가 묻은 것 같다.



◇함평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독립운동역사관의 집무실.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의 기록물과 영상물에서는 자부심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한민족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던 분들이 고맙다.
임시정부가 재현된 이 공간을 김구 주석 등이 봤다면 어땠을까.
중국 상하이의 진짜 청사와 혼동할 듯도 싶다.
동일한 유물은 아니지만 이 공간과 이곳의 물품들이 소중해진다.

함평에서 이 소중한 공간이 마련된 까닭은 있다.
함평은 역사의식이 투철한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와 독재 치하에서도 자주성을 강하게 드러낸 지역이다.
함평이 '3성3평' 중의 한 고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3성3평은 저항이 강해서 일제도 포기했다는 지역 6곳을 말한다.
장성·곡성·보성을 3성이라 하고, 함평·창평·남평을 3평으로 불렀다.

임시정부 독립운동역사관 옆에 김철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철기념관은 함평 출신인 일강 김철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이다.
일강 선생은 전 재산을 조국 독립운동에 받쳤다.
임시정부와 한인애국당 등에서 활동하며 조국 독립을 염원했다.
임시정부에서는 군무장·재무장·국무원 비서장 등 국무위원을 지냈다.
 
일강 선생의 부인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선생이 독립운동에 나서자, 행여 가족 걱정 때문에 활동을 제대로 못할까
그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무에 목을 매고 숨지고 말았다. 부창부수다.
기념관 뒤뜰에 부인이 목을 매고 숨졌던 나무가 내리는 빗물에
그 아픈 기억을 전해주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모습을 드러낸 함평의 독도 조형물.
이튿날 찾은 곳은 대동면 운교리의 자연생태공원.
주말이면 자연생태공원에 있는 독도조형물을 보고 뛰노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곳 대동호 저수지에 대형 독도 조형물이 들어선 때는 지난해 5월.
전국 최초였다.
 
'함평의 독도'는 실제 독도의 30분의 1 크기다.
길이 30m, 폭 20m, 높이 12m 규모다.
크기는 작지만 우리 땅의 소중함을 가득 담은 조형물이다.
호수의 데크로 발길을 옮기면서 실제 독도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진다.

봄철 함평 여행의 백미는 역시 나비 축제다.
나비 축제를 준비하는 함평은 여유로웠다.
올해 주제는 '희망'. '나비의 꿈, 녹색의 향연'은 부제로 삼았다.
23일부터 다음달 9까지 17일간 함평읍 나비곤충엑스포공원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봄축제다.
 
축제를 며칠 앞두고 나비들은 한참 몸을 만드는 듯, 아직 움직임이 둔했다.
온실 내에서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는 거의 없었다.
축제 기간에 저 나비들은 동심을 마음껏 자극할 것이다.
함평에서는 억지로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 방문해도 역사공부가 되고 자연공부가 된다.
애국심도 덤으로 생기게 된다.
함평 여행이 특별해지는 이유다.

함평=글·사진 박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