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양심도 없이 임신했냐?” “애 낳고 춤이 춰 지냐?”

기산(箕山) 2010. 3. 25. 21:59

“양심도 없이 임신했냐?” “애 낳고 춤이 춰 지냐?”

                                                              세계일보 | 입력 2010.03.25 18:42 | 수정 2010.03.25 20:48


국립무용수들 "예술감독 언어폭력 시달렸다" 폭로


 

◇25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진행된 공공노조 산하 국립극장 예술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국립극장 법인화 반대 촉구 및 불법 오디션 반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호동 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국립무용단 배정혜 예술감독이 여성 단원들에게 수시로 인륜에 거스르는
언어폭력을 휘둘렀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립예술단 법인화와 오디션 실시 문제로 국립극장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국립극장 예술노동조합(위원장 김호동)은 25일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배정혜 예술감독은 재직 기간 빈번한 언어폭력과 부정한 오디션 캐스팅,
단원들에 공연 티켓 강매 등 무용단을 파행적으로 운영했다"면서 "그동안의 행태로 봐서
편파 채점이 명백히 예상되는 배 감독이 주도하는 오디션에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에 배포한 무용단 단원 40명이 연서명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에 대한 진정서'에는
배 감독이 임신한 단원들에게 "애 둘 가졌으면 무용단 그만둬라" "양심도 없이 임신했냐?"
"애 낳고 오더니 춤이 부실해졌다" "집에 있는 애 생각하느라 춤이 그 모양이냐"
"휴직 후 임신했으면 사표 써야 양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냐?" "애 낳고 춤이 춰 지냐?"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언어폭력과 성적 모멸감을 준 내용이 담겨 있다.

단원들은 또 배 감독이 지난해 4월 시행된 2009 국립무용단 국가브랜드 '춤춘향' 캐스팅
오디션에서 익명 심사라는 규정을 어기고 장모, 이모 등 4명의 후보 이름을
채점표에 적어놓고 심사해 이들이 모두 등위 안에 들게 하는 채용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당시 채점표에 의하면 배 감독이 만점 가까운 95점을 줘 1위로 통과한
장모씨에 대해 다른 심사위원인 국수호씨는 낙제 점수대인 75점을 줬으며, 배 감독이 90점을 줘
장모씨와 공동 1위를 차지한 이모씨에 대해 국씨는 "기량부족"이라고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단원들은 장모씨가 배 감독의 제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 감독은
"장모씨가 내 제자인 건 맞지만, 임신한 단원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임연철 국립극장장도 지난 2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춤춘향' 공연 직후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여자 단원들을 옆자리에 앉게 하고 강제로 폭탄주를 먹게 해 단원들이 반발하는 등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창립 60돌을 맞은 국립극장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무용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 대부분과 국립창극단 일부 단원이 "노사협의가 선행되지 않은 오디션에는 응할 수 없다"며
오디션을 거부하고 있어 극장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노사합의에 따라 상시평가를 통해 매년 단원의 역량을 판단하던 국립극장은 국공립예술단의
공연의 질 향상과 단원 개개인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 실효성 있는 오디션이 필요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에 따라 이달 초 오디션을 도입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은 "극장 측은 구조조정 및 근로조건 변경 시에 노사가 합의하도록 돼 있는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불법 오디션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법인화의 걸림돌이 될 노조와
단체협약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오디션을 강행하는 것은 해고 목적의 오디션을 부활시켜 법인화를 용이하게 하려는
사전 길들이기 작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공정한 오디션 실시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를
먼저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국립극단의 법인화는 예술을 모르는 극장장과 예술감독이 야기한 경영상의 문제와
책임을 예술인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주장하며, 문화부가 현재 추진 중인 국립극단의 법인화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