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경찰이 무릎꿇은 시위대 뒤통수에 총쏴”

기산(箕山) 2009. 7. 8. 09:34

“경찰이 무릎꿇은 시위대 뒤통수에 총쏴”
유혈현장 위구르인 “직접 목격” 주장
“유족들 주검 확인하려하면 잡아가”

 

한겨레 유강문 기자

 

» 제2의 천안문?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7일 한 위구르 여성이 시위 진압에 나선 중국 무장경찰들과

경찰 차량 앞에 서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위구르인 검거와 소수민족 차별에 항의하며 소리치고 있다.

이날 위구르인 수백명이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우루무치/로이터 연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

“정말인가?”

“내가 눈으로 똑똑히 봤다.”

7일 오전 위구르인들의 기습시위가 발생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 경마장 근처에서

한 위구르인이 넌즈시 말을 건네왔다.

외국에서 온 기자냐고 묻더니, 한동안 뜸을 들이다 울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감정이 복받치는 듯했다.

“경찰이 무릎을 꿇은 이들에게도 뒤통수에 총을 대고 쐈다.”

“경찰이 그렇게까지 했으리라곤 믿기 힘들다.”

“내가 2층에서 직접 봤다.”

 

[동영상] 중국 위구르 ‘반중시위’

 

그는 기자가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게 답답했던지,

귓속말로 “나를 따라오라”고 하고선 손을 잡아끌었다.

조금만 가면 당시 총격의 흔적을 보여주는 핏자국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곳이라며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한 현장과는

반대쪽으로 난 길이었다.

 

그를 따라가는 길은 곳곳에 검붉은 자국이 숨어 있었다.

승용차가 서 있는 건물 벽에선 점점이 뿌려진 핏자국이 선명했다.

길 옆엔 구두 한짝이 뒹굴고 있었다.

한 네거리에 이르니 인도와 접한 차도에 희미한 자국이 대여섯개나 널려 있다.

그는 “경찰이 살수차로 물을 뿌려 핏자국을 씻어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총을 맞고 죽은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유족들은 알 것 아닌가?

“주검을 확인하려 했다간 바로 끌려간다.”

 

그가 한 음식점 앞에서 친구를 불러냈다.

역시 위구르인이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근처에 세워둔 소형차 안으로 기자를 밀어넣었다.

그제서야 자기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북부 이리 출신이고, 친구는 카슈가르에서 왔다고 소개한다.

친구도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당신도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봤는가?”

“난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다.

다음날 다른 친구한테서 그런 말을 들었다.”

 

 

              » 중국 신장 위구르족 시위 확산
두 사람의 증언은 우루무치 시위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진 의문을 설명하는

한쪽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일부 위구르인 망명단체는 경찰이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시위대가 흉기로 시민들을

공격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생겼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당국의 주장은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한

동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7·5 폭력방화 사건’이란 제목의 7분42초짜리

이 동영상은 시위대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위대는 상점에 돌을 던지고, 버스를 세우고

각목으로 유리창을 깨부순다.

시민들은 얼굴과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길거리에는 피를 흘리며 널브러진 주검이 널려

있다.

 

“총격에 부상당한 이들도 많이 있지 않겠는가?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것 역시 모른다.”

“그렇다면 목격 외엔 증거가 없지 않은가?

“알라가 지켜봤다.”

  

두 사람은 기자가 못 미더웠던지 갑자기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신분증을 보더니 그제서야 자기들의 이름과 나이를 알려준다.

그러더니 호텔까지 태워주겠다며 차에 시동을 건다.

호텔까지 가면서도 경찰이 위구르인들을 마구 끌어가고,

엄마를 붙잡는 아이들까지 내팽개쳤다고 열을 낸다.

 

차는 호텔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호텔 주변에 경찰들이 깔려 있어 더는 갈 수 없다고 했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니,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통화가 정지됐다며 고개를 돌린다.

기자가 차에서 내리자 그들은 곧바로 차를 몰아 호텔 주변을 떠났다.

 

우루무치/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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