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관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

기산(箕山) 2009. 3. 12. 16:19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라는

황진이의 시조는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덕 높은 고승을 유혹하는가 하면 유학자 서경덕(徐敬德)과는

흥미로운 로맨스를 벌여 조선 문단의 일각을 꾸몄던 유명 기생이다.

그에 못지 않은 당(唐)나라 때의 기생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설도(薛濤)다.

우리에게 친숙한 가요 ‘동심초(同心草)’의 원작사자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라는 대중가요다.

설도가 지은 ‘춘망사(春望詞)’라는 시를 김소월의 스승인 시인 김억이 번안해 붙였다.

전체 시의 내용을 그대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한 단락을 옮겨 지은 노랫말은

애절한 곡조와 함께 해방 직후 어수선했던 사람들의 마음에 크게 호응했다.

노래에 나오는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라는

내용은 설도의 시 “마음 함께하려는 이와는 맺어지지 못하고,

그저 동심초만을 엮는다(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는 이름난 구절을 의역한 것이다.

요즘 5만원권에 그려진 신사임당 모습을 두고 논란이 있다.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얼굴이 어땠으리라고는 누구도 선뜻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의 진짜 모습이 알려진 게 없어서다.

국가에서 정한 표준 영정의 모습과 다르다 해서 5만원권의 신사임당이

“기생을 닮았다” “주모(酒母) 같다”는 비난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기생 황진이와 설도가 억울하겠다.

그림은 그림의 문제로만 따지는 게 옳다.

신분과 직업의 귀천을 따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느냐”는 말이 나온 게 2200여 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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