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금강산피격사망" 北 의도는…정부조사 왜 거부했나?

기산(箕山) 2008. 7. 13. 18:32

"금강산피격사망" 北 의도는…정부조사 왜 거부했나?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7.13 16:31

                                                                                      【서울=뉴시스】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우리측에 돌리며

정부의 진상조사단 파견 요청을 거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12일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민간 진상조사단은 받아들였으나

우리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 진상조사단 수용은 끝내 거부했다.

 

 

결국 정부는 진상규명의 기본인 현장 검증조차 못한 채

현대아산에 모든 정보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 채널이 끊겨

정부는 현재 대화의 기본 채널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 이명박 정부 무능력 부각 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같은 남북관계 상황을 활용해

이명박 정부의 무능력함을 부각시킴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간 조사단을 수용한 것도 '사건 은폐 의도는 없으며,

다만 이명박 정부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장 정부는 대북정책을 어떻게 했기에 대화 채널까지 끊겨

이 모양이냐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남측 정부가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결 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돼

북한군이 좀 더 경직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도

"북한이 정부의 무능력을 노리고 있다고 본다"며

"앞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우리는 남조선 없이 할 수 있지만

남조선은 우리를 무시하고 살 수 없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계속 이렇게 나올 경우 정부는 조사 한번 못해보고

이번 사건의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내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북미관계 개선되자 남북관계 '정공법' 대응


북미관계가 개선되면서 미국으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아

식량난을 조금 덜게 된 점도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해 3000만 달러.

달러가 한 푼이라도 아쉬운 북한으로서는 관광이 장기간 중단 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북미관계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제 남북관계에는 '정공법'을 쓰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북측은 지난 3월 말

김태영 합참 의장의 핵 시설 선제공격 발언을 문제 삼아

남측 당국자의 군사분계선(MDL)통과를 차단한데 이어,

 

지난달 정부가 옥수수 5만 톤을 북측에 제공하기로 하고

북측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대북 전화통지문을 보내려 하자

거부한 바 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남한 정부와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 등 손해가 나더라도

안 할 것은 안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손해가 나더라도 북미관계와 북일 관계가 정상화 과정 속에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북한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을 개방했지만,

남측은 10.4남북정상선언에서 약속한 3통(통행·통신·통관)문제 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화난 북한 군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북한 내부에서도 반대 논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밖에서 설득해야 할 우리 정부도 대화 채널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민간 차원 문제로 사건 축소 의도


북한이 민간 조사단은 수용하고 정부 조사단은 거부한데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을 단순 우발사고이자 민간 차원의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대남기구인 조평통 대신 금강산 관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을 통해 담화를 발표한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명승지개발지도국 대변인은 담화에서

"사고 경위가 명백하고 이미 사고 발생 시 현대 측 인원들과 함께 현장 확인을 한

조건에서 남측이 조사를 위해 우리측 지역에 들어오겠다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통일연구원의 박영호 국제관계연구실장은

"명승지개발지도국 명의로 담화를 발표했다는 것은 관광사업자끼리 이 문제를 풀자는 뜻"

이라며

"이 문제가 정부 차원으로 확대되면 당국의 해명이 나와야 할 텐데 북한은 그런 식으로

이번 일을 확대시키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현정기자 hj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