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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 (Prion), 무엇인가?

기산(箕山) 2008. 6. 30. 17:12
프리온 (Prion), 무엇인가?
 
동물과 인간에게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인 해면상뇌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
 
프리온은 포유류와 조류에서 발견되는 정상적으로는 무해한 단백질의 변형체이다.
정상적인 형태의 그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뇌에 있는 세포들의 표면에 존재한다.
 
프리온 단백질은 오직 변형된 구조를 가졌을 때에만 질병을 일으킨다.
병원성 단백질은 감염을 통해 두뇌에 침투할 수도 있으며,
또 그 단백질의 생산 암호를 만들어내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남으로써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일단 두뇌 속에 자리잡으면,
이 병원성 단백질은 주변의 정상 단백질들을 변형체가 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증식해간다.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또 다른 요인, 아마도 신체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정상적인 단백질이 여기에 관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상 단백질의 구조는 알파 나선이라고 하는 유연한 코일들이 많이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변형 단백질에서는 알파 나선들 중 일부가 베타 띠라고 하는 편평한 구조로
펼쳐진다.
 
정상 단백질의 구조는 프로테아제라는 세포 효소에 의해 다소 쉽게 무너질 수 있지만,
불규칙적인 단백질의 구조는 이 효소의 활동에 강한 저항을 보인다.
 
따라서, 프리온 단백질은 증식해가면서 프로테아제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대신에 신경세포 내에 쌓여서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신경세포 파괴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결국에는 두뇌 조직에 해면과 같은 모양의
구멍들이 숭숭 뚫리게 된다.
 
프리온에 의해 발병되는 질병 중 인간에게 걸리는 것은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게르스트만-스트라우슬러-샤인커병, 치명적인 가족성불면증, 쿠루의 4가지가 있다.
 
그 밖의 질병으로는 동물들에게 걸리는 스크래피(진전성 질환), 광우병,
노새사슴과 엘크의 만성위축병이 있다.
 
수십 년간 의사들은 이러한 질병들이 슬로우바이러스(slow-acting viruses
발병하기까지 잠복기가 긴 데서 유래한 이름)에 감염되는 데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질병들은 슬로우바이러스감염(slow infection)이라고 불렀으며
지금도 종종 그렇게 불리워진다.
 
프리온은 다른 모든 생명체들이 지니고 있는 유전물질인 DNARNA 핵산이 없다는 점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모든 병원체들과 구별된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단지 감염을 통해서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유전병이나 산발성 질환으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산발성이 가장 흔하지만, 3가지 방식 모두를 통해서 나타난다.
 
프리온 단백질은 감염 병원체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다른 유기체에 전달될 때에는 전염병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또 돌연변이의 유전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프리온 질환은 또한 산발적인 발병 패턴을 보인다.
즉, 전체 집단 중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사례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변형 단백질의 생성을 야기하는 내재적인 분자 차원의 과정은
앞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다른 신경퇴행성질환 역시 프리온 질환을
일으키는 것과 유사한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핵산이 결여된 전염성 입자라는 개념은 생물학에서 일찍이 유례가 없던 것이다.
이처럼 극히 예외적인 성격 때문에 처음에 과학계는 프리온설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정제하려는 시도는 아주 어려웠지만,
1980년대 초에 미국의 생화학자 스탠리 프루시너(Stanley B. Prusiner)와 동료 과학자들이
'단백질 같은 감염 입자(proteinaceous infectious particle)'를 발견했으며,
그것을 줄여서 '프리온(prion)'이라 부르게 되었다.
 
프리온과 관련이 있는 핵산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으며,
프리온 모형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특이한 입자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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