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못막은 shall we Tango? | |
[일간스포츠 2004-04-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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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이제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여 줍시사고 연명으로 각하에게 청하옵나이다…. 아시아 문명도시에는 어느 곳이든 다 있는 딴스홀이 유독 우리 조선에만, 서울에만 허락되지 않는다 함은 심히 통탄할 일로….'
1937년 레코드 회사 부장, 기생과 배우 등 신문물을 접한 사람들이 서울의 치안담당자에게 보낸 공개 탄원서의 일부. 유럽에선 우아한 '왈츠'마저 밤새워 춤을 추느라 아이들을 굶기게 하는 '유부녀의 춤'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을 정도로 춤은 쉽사리 햇볕을 보기 어려웠다.
<춤에 빠져들다 : 탱고에서 살사까지 재미있는 춤 이야기>(열대림 간)는 이제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문화의 양지로 뻗어나온 춤의 마력을 소개한다.
수많은 춤 중에도 군계일학은 역시 '탱고'. 이 책을 쓴 칼럼니스트 이용숙 씨도 탱고에 매료된 듯 지면의 상당 부분을 탱고에 바쳤다. 이 책에 따르면 뜨거운 열정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알려진 탱고는 냉혹한 적자생존의 원리에 입각해 태어난 춤이다.
19세기 말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르헨티나의 수도가 되면서 엄청난 수의 유럽 젊은이들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바다를 건너왔다.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유럽인의 남녀 비율은 50 대 1. 청년들은 몇 안되는 처녀들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어떤 춤보다도 몸을 밀착하기 때문에 그 온기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쉬운 탱고. 일부 청년들은 본국에서 추던 유럽식 사교 댄스에 나름대로 개발한 다양한 스텝과 테크닉을 접목해 탱고를 유혹의 춤으로 만들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뒷골목에서 태어난 이 춤은 당장에 상류층은 물론 유럽 대륙을 휩쓸어 버렸다.
각국의 지도자는 이 춤을 '풍기문란' 죄로 금지시켰다. "가정과 사회생활을 파괴하는 이처럼 음란하고 야만적인 춤이 교황청까지 침투했다"고 분노한 교황 베네딕트 15세를 비롯, 파리 대주교와 독일제국 황제 빌헬름 2세까지 여기에 동참했다.
쿠바의 리듬이 발전한 라틴 댄스 '차차차'는 재미있는 탄생 사연을 갖고 있다. 세계 최초의 차차차 음악은 1951년 호린이 작곡한 <카멜레온 아가씨>. 어느 날 바에 앉아 있던 호린은 흰 원피스를 입은 평범한 아가씨를 발견했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춤 신청을 받지 못한 채 계속 벽에 기대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다가 화장실에 간 아가씨.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고치고 나온 그는 그날 밤 댄스바의 스타가 됐다. 댄서들은 이 카멜레온 같은 변신술에 영감을 얻은 호린의 음악에 맞춰 발을 굴렀다.
라틴 댄스의 간판 '살사', 남성이 여성을 달걀 거품 낼 때처럼 계속 빙빙 돌린다 해 이름 붙은 '메렝게', 움직임을 적게 하며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볼레로', 남성이 투사, 여성이 망토 역을 하는 투사의 춤 '파소도블레', 집시의 한을 담은 '플라멩코' 등. 벌써 귓가에 음악이 들리고 몸이 근질거리는 이유는 무얼까.
가르델·피아졸라… 탱고가 낳은 두 스타
에바 페론, 디에고 마라도나와 어깨를 같이하는 아르헨티나의 국민 영웅은 누굴까.
바로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1887~1935년)과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92년). 두 사람은 탱고가 낳은 걸출한 스타들이다.
가르델은 반주에 불과하던 탱고를 노래로 발전시킨 가수. 음악 공부를 할 기회가 없어 악보도 읽을 줄 몰랐지만 새 멜로디가 떠오르면 반주자에게 부탁해 악보로 옮겼다.
수없이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탱고 열풍을 일으켰다.
탱고를 재즈와 클래식에 접목시킨 피아졸라 역시 가르델 때문에 탱고에 심취했다. 가르델은 어린 시절 뉴욕으로 이민 와 반도네온(반주악기)을 연주하는 13세의 피아졸라를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켰다. 피아졸라가 탱고에 빠져드는 역사의 한순간이었다.
장상용 기자 - Copyrights ⓒ 일간스포츠 & Join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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