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탐방

한국 라틴댄스의 산 역사

기산(箕山) 2007. 10. 10. 14:44

한국 라틴댄스의 산 역사 - 박영택 선생 특별 인터뷰


한국에서 라틴댄스를 배우면서 박영택 선생의 존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설사 모른다고 해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박영택 선생이 이 땅에

라틴댄스에서 끼친 공로와 영향은 막대하다.

박영택 선생은 한국 라틴댄스 초대챔피언을 지냈고 자이브를 비롯한 소위 오늘날까지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터내셔널 루틴이라는 것은 박영택 선생의 작품이다.

늦여름 소나기가 마지막 심술을 부리던 금요일 오후 박영택 선생 특별 인터뷰를 위해

분당구 수내동 다운타운 빌딩 7층에 자리하고 있는 뷰티풀댄스클럽을 찾았다.

사진으로 익히 보아 오던 박영택 선생의 실물 인상은 안경 너머 인자한 인상과 턱수염이 더

소탈하면서도 밝고 유쾌해 보였다.

생각보다 체구는 작아보였지만 댄스로 단련된 체형은 거장의 풍모를 여전히 풍기고 있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편안하고 기분 좋은 달변이 1시간을 금방 넘어 버렸다


1. 수염이 멋지십니다.

- 허허허~ 개성을 살려보려고 했죠. 사실은 아버님의 영향을 받아 턱수염을 길렀고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탈모 증상도 있어 수염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이 계통에서는 제가 처음 일겁니다.

그래도 그냥 놔두는 것이 아니고 정성껏 매일 다듬어야 합니다.


2. 올해 연세를 여쭤 봐도 되겠는지요?

- 44년생이니까 올해 만나이로 63세가 되는 셈입니다.


3. 생각보다 체구는 작아 보이는데요..

-원래 키가 168센티였는데 줄었는지 지금은 165센티입니다.

당시 세대들은 영양 상태가 지금처럼 풍족하지 못하다보니 대개 키가 작은 편이었는데

당시에는 한국 남자 평균 신장이 165센티 내외였으니까 작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가까이 서서 비교하면 작아 보이지만  하체가 긴 편이라 떨어져 서 보면 키가 작다는

느낌은 아니라고 합니다.


4. 세간에 건강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고 강한 의지로 이겨내셨다고 들었는데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 대수술만 4번이나 했습니다.

선천적으로 척추 뼈에 문제가 있어 목 디스크, 허리 재수술, 대장암까지 큰 고역을 치렀고요.

목과 척추에는 철심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40년 댄스로 단련된  강단 덕분에 고통을 이겨냈고 대장암도 마지막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댄스가 아니었으면 과연 그 역경과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댄스가 내가 살 길이라고 또 한 번 느끼게 되었고요


5. 언제부터 댄스를 하게 되셨는지요?

- 사실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65년에 춤을 배워 21살 때부터 지도를 했습니다.

군 생활 때는 탈모증으로 6개월 근무면 제대가 가능한데도 춤을 배우던 군의관등이

제대를 안 시켜줘서 3년이나 복무를 했었습니다.


6. 한국 최초의 라틴 챔피언이었고 한국 라틴의 살아있는 역사,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 사실 우리나라에 라티댄스를 뿌리내리게 한 장본인이고 한국라틴댄스의 창시자라고 해서

사람들이 그 공로를 인정해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

당시 국일관 앞에 있던 서울 라틴쿼터에서 대회가 있었고 그때 한국 최초의 라틴챔피언이

되었습니다.


7. 특히 자이브는 인터내셔널 루틴이라는 것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데

    박영택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마치 번호만으로도 통용될 정도이니까요.

- 사교춤과 자이브가 가장 유사하니까  우선 자이브에 심취했던 것이지요.

당시에는 요즘처럼 비디오도 없고 8mm 필름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였습니다.

지금은 도미해 계시지만 오산 미군기지에 근무하던 김정명씨가 영어가 가능해 영국에도

편지를 내고 일본 잡지도 구해서 같이 보고는 했는데  특히 영국에서 온 Letter Service 라는

것을 많이 참조해서 공부했습니다.

당시 Alex Moore, Elizabeth Romain도 기고를 하곤 했었지요.

순전히 글로 된 것을 해석하고 풀어서 휘겨를 그려내고 연결 루틴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동영상으로 본 실제 휘겨와 거의 같아서 놀랐을 정도였지요. 

지금 콜라텍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비디오 등 시중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자이브 루틴의 모태이기도합니다.


8. 한국 댄스스포츠의 태동지로 삼각지 시대 얘기를 많이 하던데요..

- 삼각지 로터리 근처에 지금은 없어졌는데 상업은행 앞쪽으로 한국 최초의 마루가 깔린

20평짜리 스튜디오가 생겼었습니다.

나중에 을지로2가에 김종기씨가 더 큰 스튜디오를 열었지만 그전 까지만 해도

덧버선 신고 안방에서 배우던 시절이었으니까 20평은 넓은 편이었고 거기서 비록

짧은 스텝이지만 왈츠도 출 정도였습니다.

거기서 일본 책, 영어 교본등 공부도 많이 했고 지금 댄스계의 원로들이 거기를 거쳐 간 

출신이 많죠.


9. 박선생님 시절에도 춤은 신사의 필수요건이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 그렇습니다. 해방 직후에 신사의 요건은 운전, 카메라, 그리고 춤이었습니다.

요즘은 운전은 누구나 하고 카메라도 일반화되었는데 컴퓨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춤은 여전히 신사의 필수요건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댄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고  댄스는 일단 음악을 타면 그 음악이

끝날 때까지 춰야 하니까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되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지요.


10. 요즘도 박 선생님과 춤을 춰 본 사람들은 황홀하다는 말을 하는데요? 

     강습도 원로인데도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매우 편안하다는 평입니다.

     비결이 있는지요?

- 춤은 춤 마다 특성이 있어서 특성에 맞게 감정을 실어 춰야 합니다.

사실 오래 춤을 춰왔고 지명도에서도 그런 느낌을 갖는데 도움을 줬겠지요..

강습은 그동안 오래 가르쳤으니 노하우도 있고 성의와 열의를 가지고 하니까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11. 모던댄스도 하시지요?

- 그럼요. 춤은 모두 한가지로 통하거든요. 사실 공부할 때도 스탠다드 공부를 많이 했었습니다.


12. 옛날 춤 얘기 좀 해주시지요?

 - 자유당 시절에는 10가지 정도의 춤이 유행했었는데 지르박, 블루스, 도롯도, 왈츠,

스케이팅 왈츠, 폴카, 도돔바, 맘보, 탱고 오픈스텝의 차차차, 그리고 룸바와 삼바도

추긴 했었습니다.

춤 종류별로 대여섯가지 휘겨면 파티에서 충분히 플로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당시 단기 완성이라며 15일 또는 한달 짜리 ‘땐땐땐’ 광고가 많이 나왔었는데

거기서 댄스가 잘 못된 방향으로 간 면도 있습니다.


13. 댄스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 지도자들은 정확한 테크닉을 익혀서 가르쳐야 합니다.

대충 공부해서 바로 대회에 나가고 가르치기 때문에 기초가 약합니다.

진학을 위해서 수상 위주로 가르치는 것도 문제고요.

90년대 영국에 갔을 때 세계적인 댄스강사 June McMurdo 여사에게 세계적인 선수들도

베이직 공부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호인들은 이론과 실기를 중시해야합니다.

20-30년 추게 되면 누구나 주관이라는 것이 정립되게 되어 있는데 춤이란 가장 아름답게

추면되는 것입니다.

자동차 부품이 3만개가 모두 조합이 되어 자동차 하나가 완성 되듯이 역학적으로

몸을 어떻게 써야 아름답게 보일 것인 지 스트레칭, 포스쳐, 힙무브먼트, 발목 등 쓰는 방법을

모두 나름대로 종합적으로 기초부터 잘 익혀야 합니다. 

사교댄스에서는 상대방이 아는 한도 이내에서만 구사해야지 모르는 것을 자랑스럽게

써 먹으려고 하면 실례입니다.


14. 춤에 대한 주관이라면요?

- 볼룸댄스는 플로어에서 추는 모든 춤이어야합니다.

댄스스포츠 정규종목 뿐 아니라 리셉션 파티용, 현대무용, 재즈댄스,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B-Boy 댄스도 모두 포함해서 독창적인 안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물론 기초가 중요합니다만 처음부터 너무 자세 위주로 가르치면 포기할 수 있으니

처음에는 쉬운 것부터 춤 위주로 가르쳐야 합니다.


15. 댄스 인생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 건강이 안 좋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고 젊은 시절 공부해서 새로운 것을 알아냈을 때의

희열 같은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16. 댄스 외에 다른 취미가 있으신지요?

- 바둑과 낚시를 좋아하는데 댄스 때문에 시간을 제대로 못 내고 있습니다.


17. 다시 태어나도 댄스를 하실 건지요?

- 물론입니다. 지금은 좋은 댄스강사도 많고 자료도 많아 댄스공부하기에는 행복하다고할

정도로 여건이 좋은데요.. 


18. 연락처를 공개해주실 수 있는지요?

- 011-441-4494, 031-718-1711로 하시면 됩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건강 잘 돌보시고 한국 댄스스포츠를 위해 일해주시기 바랍니다.

 

 

- 취재. 인터뷰 : 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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