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교실

남자가 춤을 배우는 경우...

기산(箕山) 2007. 4. 3. 14:02
남자가 춤을 배우는 경우
1단계(入門)
남들이 춤추는걸 보고 나도 배워야겠다고 결심, 무도학원에 찾아가 상담한다
1달이면 된다는 원장님의 말에 귀가 솔깃 등록을 한다
시작이 반 이라는 말은 이 세계에서는 안 통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2단계(再修)
여자면 몰라도 남자가 한달만에 마스터 했다는 말 아직 못들어 봤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한달 수업료를 낸다
사교춤이 뭔지 알듯 말듯 한데 진도가 잘 안나간다
내가 운동신경이 둔해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학원 선배 여자들과도 한번씩 잡아본다
여자선생과 할때는 잘되는데 다른 여자하고는 잘안된다
3단계(三修)
운동신경이 발달한 남자는 재수과정에서 졸업하지만 
나같은 경우 둔해서 3수까지 갔다
진짜 돈은 이 과정에서 부터 많이 들어간다
사부님뿐 아니고 학원선배 여자들과도 손을 잡아보면 조금씩 되기 시작하니 
무도장으로 실습을 나가야 한다
사부 뿐 아니라 학원 선배님들도 모시고 나가 
밥대접 술대접 하느라고 돈푼이나 없어지기 시작한다
4단계(單獨飛行)
학원에서는 더 이상 울거먹기가 미안해서 이제는 혼자
무도장에 가서 다른 여자들하고 잡아보라고 등 떠민다
이때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어찌어찌 용기를 내어 여자손을 잡아보지만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손놓고 도망가는 수모를 당한다
거절당해도 절대 실망말라는 말을 사부로부터 수없이 들어서
참아보려고 해도 몇 번 수모를 당하고나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맘이 든다
이 과정에서 포기하는 남자들이 속출한다 그러나 그동안
학원에 갔다준 돈과 허비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하겠다고
결심하는 자 만이 고수 대열까지 올라올수 있다
5단계(음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외모가 준수하거나 돈을 잘쓰면 고정파트너가 생겨 배우는
기간을 단축할수 있으나 그도 저도 아니면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왠만한 여자들은 예의상 3곡은 잡아준다
그러다 어느날 부턴가 음악이 귀에 들어오고 손과 발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니 상대 여자를 찬찬히 관찰도 할수 있게되고 조금
더 지나면 대화 하면서도 춤을 출수 있게된다
6단계(자기가 춤을 잘춘다고 착각한다)
여자가 손을 놓고 가는경우보다 내가 먼저 손을 놓는 경우가 
많아지니 내 춤이 제일이라고 착각하고 후로아의 가운데에는
들어가지 않고 바깥쪽에서만 논다
지금까지는 여자에게 맞추어 스탭을 밟기에 급급하지만 이제부터는 
겉 멋이 들어 내춤을 남이 봐주기 바란다. 그래서 남들이 잘보라고 
가운데는 들어가지 않고 바깥쪽에서 추면서 폼을 잡는다
사람 많을때 옆 사람들과 부딫치지 않고 추는법과 한가할 때 추는
법을 알게되고 신문 한 장의 넓이에서도 출수 있게된다
7단계(고수가 되다)
남들의 멋있는 스탭을 보고 금방 흉내도 낼 수 있고 또 스스로
새로운 스탭을 창작도 한다
그러면서 초보 여자를 만나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선생노릇도 한다. 고수가 볼때는 아직 멀었는데도 본인은 더 이상
배울게 없는줄 안다 
8단계(“난” 흉내를 낸다)
남들의 멋있는 스탭을 흉내도 내보고 스스로 새로운 스탭을
개발도 할 수 있고 멋도 부려보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갈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춤 보다는 음악감상에 젖어 스탭이 느려진다
느려지다보니 6박자에 한 스탭이 끝날것을 12박자 18박자
24박자 등 천천히 움직이고 그렇게 추는 여자하고만 추게 
된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걸보고 “난”을 춘다고 착각도 한다
그러나 그건 난이 아니고 “잔발”이다 
진짜 “난”인 “짝난” 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통과의례로
배우거나 스스로 터득해 “쿵난” 을 춘다
북소리가 쿵할 때 발을 찍으니 “일자“ 스탭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움직임이 느릴뿐이다
음악이 끝날때까지 겨우 한바퀴 도는 사람도 봤다
그러니 첨 만난 여자하고는 출수가 없어 고정파트너는 필수다
9단계(신선이 되었다)
“짝난“을 춘다. 이게 진짜 “난”이다. 
음악 소리가 쿵 할때 쿵난은 발을 찍는데 짝난은 짝 할때
발을 찍는다. 지금까지 익숙하든 발을 반대로 움직여야 하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8단계까지는 남들의 눈도 의식하면서 춤을 추었다면 이 과정에서는
남들이 어떻게 보거나 말거나 자신들만 즐거우면 그만이다
음악에 젖어 아무 생각도 없다, 황홀경에 도취되어 무릉도원을
걷는다, 모르는 사람들이 볼때는 남녀가 손만 잡고 가만 서서 꺼떡
꺼떡 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뭐하는 짓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과정까지 오려면 3각스탭 10년, 1자스탭 10년 해서 한 20
년의 경력을 쌓아야 이 단계에 도달할 수가 있는데 요즘은 일자스탭도
배우기 전에 이과정만 배워서 흉내를 내는걸 가끔보는데 고수가
보면 금방 티가 난다  
“쿵난”은 일자고 “짝난”은 삼각스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바둑에서도 아직 10단이 없으니 우리 사교춤에서도 9단까지만 하자.
(이상은 제 경험을 토대로 기술한것이니 다른 님들과 다를수 있습니다)

                                          - 용 -

'사교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루박의 개선  (0) 2007.05.09
지루박의 고수가 되려면...  (0) 2007.05.09
사교댄스를 왜, 배우는가?  (0) 2007.03.16
지루박의 카운트...  (0) 2007.03.10
사교댄스를 배우고 즐기려면...  (0) 200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