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1일 (토) 14:25 미디어다음
“부동산 버블 붕괴는 시간 문제일 뿐”
김광수경제연구소장, 부동산발 제2의 IMF사태 경고
고급 중대형 임대아파트 확대가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 해법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IMF 고위관계자가 10일 “한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잠재우고자 정부가 연일 각종 대책을 쏟아 부으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단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 버블인가 아닌가.
민간 싱크탱크로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해온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최근 몇 년 새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명백한 버블”이라고 지적했다.
고급 중대형 임대아파트 확대가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 해법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IMF 고위관계자가 10일 “한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잠재우고자 정부가 연일 각종 대책을 쏟아 부으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단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 버블인가 아닌가.
민간 싱크탱크로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해온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최근 몇 년 새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명백한 버블”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 소장[사진 = 미디어다음] |
김 소장이 전한 국내 부동산 시장의 앞날은 비관적이었다.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버블붕괴 직전의 폭풍 전야에 있다”며 “한국 경제는 제2의 IMF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시중 은행에 또다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버블 붕괴 시점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내년 대선 등 정치권의 변수에 따라 버블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에서다.
김 소장은 “2001년 이후 급등한 아파트 가격은 근로자의 평균임금소득에 비춰볼 때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며 “1980년대 중반 시장수급 불균형에 따른 아파트 폭등과는 또 다른 형태의 부동산 버블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 대해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유효수요자가 수도권에서 57%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한 엉터리 정책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집을 도저히 살 수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영구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궁극적인 대책이다”고 충고했다. 그는 판교에 영구임대아파트 건설을 골자로 한 정책 제안을 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최근의 금리인상 논란과 관련, “더는 대책이 없기 때문에 금리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금리인상에 따른 내수 경제 침체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한국 사회가 하루하루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시끄럽다. 어떻게 보는가.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6000달러(한국은행, 2005년 기준) 정도다. 원화로 1500만원 가량이다. 가구당 평균 인원을 3명으로 잡고 이들이 모두 경제활동을 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가구소득은 45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32평형의 경우 상당수가 5억원을 웃돈다. 3명이 번 돈을 모두 저축해도 11년이 걸려야만 32평 아파트 한 채를 겨우 장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간 1000만원씩 저축하면 꼬박 50년이 걸린다.
2001년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은 근로자의 평균 임금소득 수준에 비춰 지나치게 올랐다. 은행이자, 주식투자 등 금융소득과 근로소득을 모두 합해도 아파트 구입은 요원하기만 하다.
- 정부든, 국민이든 대다수가 현재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럼 왜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인가.
신도시 발표 이후 채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1억원 가까이 급등한 검단 신도시. 워낙 급등한 호가 때문에 한 중개업소의 시세표가 전부 빠져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2001년 IT버블 붕괴 탓에 경기침체를 막으려고 실시한 저금리 기조와 달러의 유동성 과잉, 여야 정치권과 정부관료들의 무능, 금융기관의 전문성 부족, 건설업계의 사기에 가까운 고분양가 책정, 일부 언론매체와 기관들의 시장논리 운운하는 식의 선동, 간접금융 보다 직접금융(주식시장)의 미성숙, 부녀회나 반상회 등의 담합 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주택보급률과 임대주택 공급의 절대적인 부족, 수도권 집중현상의 가속화, 1970~80년대 고도성장 시기에 집중 건설한 주택들의 재개발•재건축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 등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01년 이후 심각해진 부동산투기 원인을 보자. 우선 급격한 저금리 기조에 대해 경제주체들의 부적응을 들 수 있다. 2001년 저금리 기조로의 선회는 전세의 월세 전환 열풍을 몰고 와 심각한 전세난과 전셋돈 및 상가임대료 폭등 사태를 불렀다. 이것이 부동산 투기의 출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아파트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부터 은행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이런 펌프질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근의 부동산 급등은 은행 돈에 의한 ‘투기 버블’의 결과인 셈이다.
- 최근 청와대에서 금융권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은행 등 금융권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이 부동산투기 버블을 부추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은행들은 IMF사태 이후 기업대출보다는 소매금융에 치중했다. IMF사태 이후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부문의 현금사정은 크게 좋아졌다. 이 때문에 기업대출이 어려워진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했고, 그것이 바로 신용카드대출과 아파트담보대출이었다.
지난 2000년 이후 은행들은 아파트 매매계약서든 담보든, 아파트와 관련된 대출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대출해줬다. 은행들의 이런 펌프질로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담보대출은 2000년 290조원, 2002년 460조원, 2006년 상반기 630조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무려 340조원이나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펌프질이 거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예대마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까지 2%를 넘던 예대마진율이 올 들어 1.5%대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의 아파트담보대출 시장이 거의 포화상태가 됐다는 증거다. 달리 말하면 최근 2,3년 동안 급증한 은행들의 수익도 꼭짓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은행들이 아파트담보대출 시장에서 제살깎기식의 금리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아파트담보대출 금리인상으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다.
- 금리 인상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하는가.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금리인상이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과 최근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것은 틀림없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정권 말기인데다 이미 여야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 부동산 대책을 통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로또식 투기수익을 낼 기회가 남아있다면 금리 인상은 의미가 없다. 금리를 1~2%포인트 인상해도 그 이상의 수익을 부동산에서 얻을 수 있다면 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 콜금리를 지난해 상반기 3.25%에서 최근 4.5%까지 인상했지만 부동산 투기는 더욱 과열됐다. 즉 금리인상 효과는 로또식의 투기수익을 동시에 차단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서는 ‘로또’를 양산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서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적 정책일 뿐이다.
-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사례와 비교하면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지 1년 뒤인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있는 대책 발표 전 시세(위)와 현시세(아래) [사진 = 연합뉴스] |
국내 금융산업 구조는 미국, 일본과 여러 점에서 다르다. 미국은 2005년 기준으로 주식•채권 등 직접금융이 70%, 은행 등 간접금융이 30% 비중을 차지한다. 간접금융도 70% 가량이 모기지론 대출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은 반대로 직접금융이 40%, 간접금융이 60% 정도다. 간접금융의 90% 이상이 기업 및 소상공 자영업자 대출이 차지하고 있으며 주택대출은 10%도 안된다.
미국도 지난 2001년부터 연평균 10% 전후 수준의 집값 상승이 지속됐다. 한국 상황에 비추어 보면 버블도 아니지만 미국 정책당국과 금융시장은 이를 버블로 인식하고 견제에 나섰다. 리스크 관리가 작동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9월부터 미국 부동산 버블은 걷히기 시작했다. 가계대출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가계대출의 70% 가량이 장기 모기지론이기 때문에 금리의 영향만 받을 뿐이다.
일본은 2000년 전까지 간접금융이 70%, 직접금융이 30%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1991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의 피해자는 가계보다 기업과 금융기관이었다. 이들이 부동산 투기와 투기 대출에 몰두해온 탓이었다. 이들 금융기관과 기업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00년 이후 일본은 금융산업 부문의 구조개혁에 나서 직접금융 비율을 많이 높였다. 현장밀착형 관계금융(Relationship banking)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덕분에 일본 은행들의 리스크 필터링 기능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반면 한국은 과거 직접금융 30%, 간접금융 70%에서 최근 직접금융 38%, 간접금융 62% 가량으로 직접금융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간접금융의 대출 중 가계대출이 57%, 기업대출이 43%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율도 은행대출 등 간접금융과 회사채, 주식 등 직접금융을 통한 것이 거의 반반을 차지한다. 이런 금융구조에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국내 은행들은 한마디로 ‘간다’. 가계 역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은행들과 가계가 함께 무너지면 기업도 ‘간다’. 이를 막으려면 또다시 엄청난 공적자금을 간접금융기관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
- 한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부동산 거품은 무너지기 직전의 폭풍전야 상황이다. 버블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능력이 되든 안되든 앞다퉈 은행 돈을 빌렸고 아파트에 갖다 바쳤다. 또 은행들은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고서도 편하게 앉아 돈 벌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계속 확대해왔다. 버블 붕괴는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 같은 버블경제 구조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 돈을 풀어 버블경제를 지탱해나가더라도 은행이자 부담으로 가계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주거비 상승에 따른 생계보전을 요구하는 노조의 임금인상 압력 등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관료나 여야 정치인, 은행, 가계 모두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깊숙이 빠져버린 상태다. 버블임을 알면서도 그 버블을 지탱해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정부관료들이나 여야 정치권이 부동산 투기를 일소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최근 정부는 검단 신도시 등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은 부동산 거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주택담보대출 취급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 정부의 공급확대와 함께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감독을 강화했다.[사진 = 연합뉴스] |
정부의 공급확대 논리는 설득력이 빈약하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기준으로 105.9%다. 미국과 일본의 115% 보다 낮은 편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90% 수준이다. 한시라도 빨리 주택공급을 대규모로 늘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인 유효수요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실책을 범했다.
미국과 일본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오래 전부터 115%를 넘어섰지만 주택소유율은 각각 미국 69%, 일본 62% 가량에 불과하다. 선진국 수준의 가계 소득에도 집을 살 수 없는 계층이 각각 31%, 38% 정도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주택보급률은 105%에 이르지만 주택소유율은 전국 평균 63%, 수도권은 57%다. 아무리 주택을 공급해도 집을 못 사거나 빚을 짊어지고 살 수밖에 없는 43%가 상존한다. 이들 수요층은 임대주택공급으로 풀어야 한다. 결국 앞으로 공급되는 주택들의 유효수요자는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 주택공급은 지난 1989~1996년 200만호 건설사업 이후 최대 수준인 연평균 50만호를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 80년대 초 이후 부동산 투기가 가장 극심했다.
부동산은 일반적 경제논리인 수요-공급논리로 명확히 풀 수 없다. 부동산은 공급 면에서 지역 고착성이라는 특유의 공간적 제약이 있지만 수요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솔직히 지금까지 아무리 설득했지만 상식적인 경제논리가 통하지 않았다. 최근 일련의 정부관계자 발언과 상기 대책을 보면 부동산정책을 둘러싸고 정부관료들이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만 같다. 부동산 정책을 정권 이후 3년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넋 빠진 소리나 하고 있다.
최근 대책들 역시 수도권 신도시건설 공급확대에 이어 저밀도 개발 및 기반시설 분양가 전가를 내세워 끝까지 건설업계와 유착한 부동산정책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택지비 및 건축비 원가와 관련하여 사기적 폭리를 시정하겠다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으며 오히려 저밀도 개발 탓으로 돌려 용적률을 높이겠다고 한다. 소도 웃을 일이다.
나아가 민간분양가 상한제 도입이나 분양원가 공개도 큰 의미가 없다. 주공과 토공이 지난 수십년 동안 전국 각지에 아파트를 지어왔다. 그들이 민간 건설업체의 택지비와 건축비 원가를 모르겠는가. 만일 모른다고 한다면 더는 존재할 이유조차 없다. 과거 1960~1970년대 경제개발 초기에는 지방과 민간의 역량이 부족해 주공과 토공이라는 공기업이 이를 보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주택시장처럼 전력이나 도로, 철도 등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부문의 공익성이 교차되는 분야에서 주공과 토공이 공익성을 포기한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건교부나 재경부도 마찬가지다.
-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후분양제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후분양제는 건설업체와 수요자 사이에서 리스크 필터링 기관인 금융기관이 개입해 위험요인을 걸러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선분양제는 과거 양적 개발성장 시대의 공급자 위주 정책의 유물이다. 선분양제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 등 금융비용을 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가.
건설회사도 기업이다. 기업이 투자를 잘못해 실패하면 망할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구나 건설업은 지난 IMF사태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업종 중 하나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을 비롯한 수많은 중대형 및 지방 건설사들이 파산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공적 자금으로 구제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고분양가 등을 통해 부도덕한 사기적 폭리를 추구한 최근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는가.
우리 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III>에서도 제시했다. 수도권 주요지역에 질 좋은 고급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판교의 사례를 들어보자. 판교 신도시에는 2만5000여 가구가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연초 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 공급주택들의 총 시가는 대략 13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건설업체들의 건축비용은 총 9조원 가량이며 실제 건축원가는 약 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로부터 분양 당첨된 사람은 최소 4조원 가량의 투기적 로또 차익을 챙기며 건설업체들은 3조원 가량을 개발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물론 은행도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로 일정 수준의 수익을 얻는다. 판교 신도시 개발을 통해 토공과 주공, 건설업체, 분양당첨자, 은행, 주변지역 주택소유자 모두 큰 이익을 얻는 것이다.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왼쪽부터)이 지난 9월 7일 판교신도시 모델하우스를 방문, 전시된 의자에 앉아 환담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반대로 판교 신도시를 은행이나 국민연금 등 공익사업자들이 직접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공익사업자의 총 투자비용은 6조원이며 총 시가는 13조원이므로 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은 7조원이다. 이 7조원을 임대료 인하로 환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50평형의 고급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50만원 아래로, 32평형은 월 2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연소득 4500만원의 가계소득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익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수준인 5% 가량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주택공급 총량도 늘어나 주택보급률은 올라갈 것이고 입주자는 절약한 주거비를 소비지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2만5000가구의 고급 중대형 임대아파트가 판교 일대에 공급되면 강남과 분당 인근 수요를 유인할 수 있다. 반면 강남과 분당 일대의 아파트 투기는 잡힐 것이다. 더불어 주택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을 ‘소유’에서 ‘활용’ 개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 때 정부는 한 푼의 재원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과 어떤 점이 다른가.
지금까지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정책은 철저히 실패했다. 한 쪽에서는 아파트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 쪽에서는 저소득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공급정책을 벌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이든 지자체든 재원 때문에 서로 미루기만 했다. 또 입주자격을 저소득 계층으로 제한하다 보니 임대와 일반 분양아파트 사이에 철조망만 올라갔다. 이런 점에서도 소득에 관계 없이 무주택자 전체를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급형의 공영임대아파트를 지어서 공급해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이미 115%에 이르는 일본도 2005년 전체 신규주택 110만호 중 42%의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공급을 확대하되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는 부분을 부동산대책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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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는 지금까지 펴낸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1~3'권 시리즈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대안을 모색해왔다. 특히 영구임대주택 공급 모델의 수익성과 관련한 보고서는 3권에 자세히 언급돼 있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일반인과 경제인식에 있어서 열린 의견교환을 위해 온라인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포럼 주소는 cafe.daum.net/kseriforum
미디어다음 김준진 기자 / media_j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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