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千年鶴)’은 소설가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선학동 나그네’는 임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크게
성공시킨 ‘서편제’의 연작소설이다. 때문에 ‘천년학’과 ‘서편제’는 등장인물이 같고 내용도 비슷하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선학동 나그네’가 풍수를 주 소재로 하는 ‘풍수소설’이라는 점이다.
‘선학동
나그네’는 전남 장흥 ‘회진(會鎭) 버스 종점’에서 시작된다. 어느 늦가을 해질 무렵 회진 땅에 도착한 한 낯선 사내가 버스 종점에서 10리는
족히 되는 선학동으로 향한다. 30년 만에 다시 찾은 선학동 주막에서 낯선 사내와 주막집 주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선학동’이라는 마을 이름은 포구 안쪽에 자리 잡은 마을 뒷산인 ‘관음봉’(장흥군 회진면 산저리 뒷산, 실제 산 이름은
‘공지산’)의 모습에서 연유한다. 달이 뜨고 마을 앞 포구에 물이 차 오르면 관음봉 그림자는 영락없이 날아오르는 한 마리 학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 마을은 바로 그 학의 품에 안기는 형국이 된다. 그래서 선학동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관음봉 어디쯤에 북소리가 울리는 명당이 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어느 해 가을
남도 소리꾼 부녀(실은 사내아이를 포함해 셋이다)가 선학동으로 찾아든다. 늙은 아비와 이제 열 살쯤 돼 보이는 눈먼 딸이었다. 포구에 물이 차
오르고 선학동 뒷산 관음봉이 물을 박차며 한 마리 비상하는 학의 모습을 띨 때, 노인은 어린 딸에게 소리를 가르친다. 그리하여 “부녀가
날아오르는 학과 함께 소리를 시작하면, 선학이 소리를 불러낸 것인지 소리가 선학을 날게 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특정한 공간과 시간, 좌향(坐向) 속에서(풍수가 중시하는 요소들이다) 눈먼
딸에게 소리를 가르쳐온 노인은 자신의 의도가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생각하자 홀연 주막을 떠나 자취를 감춘다.
딸의 득음(得音) 과정이 풍수지리를 매개로 하여 묘사되는데, 아비는 딸에게 보이지 않는 ‘눈’ 대신 물 위로 날아오르는
학을 ‘온몸으로 보게 함’으로써 ‘개안(開眼)’시켜 준다. 풍수사들이 지향하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이 개안의 단계다.
그들이 떠난 뒤 포구는 물길이 막혀 들판으로 바뀌고, 물을 잃은 관음봉은 더
이상 학으로 날아오를 수 없게 된다. 관음봉은 날개가 꺾여 주저앉은 새이자 꿈을 잃은 산이 되어버렸다.
이청준 생가
김두규 교수 주간동아 483호 |
넘버원 대한민국 | 글쓴이 : 용화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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