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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날벼락' 주의보
이정호 기자 입력 2021. 02. 07. 21:37
"이산화탄소 녹아들어 세기말엔 해양 번개 30% 강해져"
선박 등 피할 수 없는 위험 노출.. 생태계 붕괴도 우려
바다에 치는 강력한 번개의 모습. 이스라엘 연구진이 최근 해양 산성화로
바다에서의 번개가 현재보다 30%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2014년 7월28일 오후 2시50분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변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비치는
한여름의 더위를 떨쳐내려는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데 평화롭던 해변에 말 그대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강력한 번개가 만든 전기적 충격으로 해변에 있던 한 명이 사망하고
무려 13명이 다친 것이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피서객들에게는 예상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앞으로 더 자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우울한 분석이 나왔다.
지난주 미국 지구물리학회가 발간하는 과학매체 ‘EOS’를 보면
루핀 아카데미센터 등 이스라엘 연구진은 이번 세기말까지 해양 번개가
지금보다 30%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도 게재됐다.
연구진은 바다에서 치는 번개를 실험실에서 재현하기 위해
간단한 장치를 마련했다.
연구진은 지중해에서 퍼온 수소이온농도(pH) 8.2,
즉 약알칼리성의 바닷물을 실험용 투명컵인 비커에 채우고 전극을 꽂았다.
‘인공 번개’를 만들려는 도구였다.
그 뒤 한 비커에는 염화수소로, 또 다른 비커에는 이산화탄소 거품으로
산성도를 점차 높였다.
산성화는 모두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한쪽은 산성용액, 또 다른 쪽은
지구온난화를 가정한 이산화탄소로 원인 물질을 나눈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산화탄소가 염화수소보다 2.6배 더 강한 인공 번개를 비커 안에서
생성한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맹물보다 바닷물에서 더 강한 번개가 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는데,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녹아들면
더 심각한 강도의 번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실험 결과대로라면 앞으로 바다는 매우 위험한 공간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다량 방출되고 있고
상당량은 바다에 녹아들고 있어서다.
연구진은
“인류가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세기말까지 해양에서 번개의 강도가 3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차적인 위협은 바다를 돌아다니는 배에 집중된다.
선박이나 석유 굴착선, 해양 기반 시설들이 지금보다 강력한 번개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암초는 예측해 피할 수 있지만 번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위험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해양생태계 파괴다.
해양 산성화는 탄산칼슘으로 골격을 만드는 게나 가재, 굴과 같은 생물에게
치명적이다.
열대 바다에서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되는 산호초도 살아남기 어렵다.
이에 따라 바닷속에서 전반적인 먹이사슬 붕괴가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 저지가 여러모로 시급한 이유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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