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71116172236598?rcmd=rn
[포항 강진]
'필로티 건물' 지진에 취약하다는데...
[경향신문] 김원진·이성희 기자
입력 2017.11.16. 17:22 수정 2017.11.16. 18:51
"이젠 주요 지진 위험 지역에 있는 오래된 건물의 구체적 보강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하자 건축구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강진이 발생하자
지은지 오래된 건물의 내진 보강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포항 지진 직후 불거진 논란이 '필로티 구조'으로 지은 건물의 지진에 대한 취약성 문제다.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필로티 구조는
1층을 비우고 벽면없이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식으로 건물을 짓는 방법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보도를 통해
건물을 지지하는 기둥이 부숴진 사진이 여럿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건물은 일반적으로 수평 방향 진동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16일
"필로티로 지은 구조물은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내진 보강하려면 콘크리트 벽이나 철판 등을 1층에 쌓아올려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측은
필로티 구조로 지은 건물이 무조건 지진에 취약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건축법에는 필로티 구조에 따로 적용되는 조항은 없다.
구조 설계를 할 때 내진 성능·하중조건 등을 고려해 철근량·건물 구조 크기를 결정하는데,
필로티 구조로 건물을 지으면 취약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더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필로티 구조로 건물을 지었다 하더라도 양질의 건설 기준·설계·시공 3박자를 지켰다면
지진에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내진 기준은 건물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막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건물의 일부 손상이 있을 순 있다"며
"기둥이 찌그러진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전까지 건물의 부실로 단정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형진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장은
"필로티 건물의 기둥을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좀 더 튼튼하게 짓도록 하되 사업성이나
공간 효율 등을 따져서 강화된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필로티는 준공검사를 할 때 철저히 보고 기둥 두께나 견딜 수 있는 강도 등을
조금 더 표준화해서 설계 가이드를 빨리 만들어서 보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진이 난 경상도 쪽 주택들은 전수조사해서 위험한 건축물은 건축주가 빨리 보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필로티 방식으로 튼튼한 기둥을 넣은 주상복합 아파트나 빌딩은 오히려 더 안전한 편"이라며
"다만 다가구 주택 등의 필로티 건물은 각 기둥을 지붕까지 연결한 방식이 아니라,
아래만 떠받치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진동을 기둥이 다 떠안게 돼 취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논란이 된 저층 다가구주택 형태 필로티 건물 위주로 정밀진단과 보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정 회장은
"건물을 준공 시기와 유형별로 나눠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우선적으로
내진 보강을 해야한다"며 "다만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가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내진 보강을 하려는 건물 소유주들에게 일정 정도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축법이 규정한 내진설계 대상은
1988년 6층 이상·연면적 10만㎡ 이상에서 1996년 6층 이상·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로,
2009년 3층 또는 높이 13m 이상·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로 기준이 상향됐다.
2015년 9월에는 3층 또는 높이 13m 이상·연면적 500㎡ 이상으로 기준이 올라갔으며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올해 2월에는 2층 또는 13m 이상·연면적 500㎡으로 다시 한 번
내진설계 대상 기준이 높아졌다.
국토교통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12월에는 모든 주택과 2층 이상·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로
내진설계 적용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20~30년 전 기준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내진 설계 대상 민간 건축물 265만여동 가운데 54만여동(20.4%)만이 현 기준에 맞는
내진 성능을 갖추고 있다.
국토부는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 지원은 예산 한계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신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이후 내진 보강한 건축물에는 지방세 감면을 확대하고 건폐율·용적율을
10%씩 완화해주고 있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경주 지진 이후 지방세 감면 등 혜택을 제공했지만 내진 보강을 택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다"며
"지금 당장 내진 설계가 부실한 민간 건축물에 지원금을 투입하는 것은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김원진·이성희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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