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부활? 손님 되레 줄었어요"
시행 한달 `대중교통 전용지구` 신촌 연세로 가보니
주차 어려워져 단체손님 뚝…밤이면 승용차·택시 얌체운행
매일경제 입력 2014.02.09 18:57
↑ 지난달 서울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신촌 연세로가 9일 텅 비어 있다. <김호영 기자>
"길만 깨끗해졌을 뿐, 주차가 불편해서인지 아주머니 단체 손님이 오히려 줄었어요."
신촌 연세로에서 샤부샤부집을 운영하는 박세희 씨(41)는 6일
점심시간 식당을 찾은 기자에게 군데군데 비어 있는 자리를 보이며
"원래 오후 2시까지는 꽉 차는데 최근 매출이 20%는 떨어진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박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만들면서 신촌상권을 부활시킨다고 하길래 기대했는데 하는 행사도 별것 없고
동네 분위기는 그대로다"며
"봄 되면 길거리 공연이 늘어나는 것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희망"이라고 하소연했다.
신촌 연세로는
서울시에서 1년 반의 준비기간 끝에 지난 1월 6일 야심 차게 문을 연 서울의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다.
상습 정체 구간이던 연세로에 버스만 다니게 만들었고 주말에는 이조차 막으면서
기본적으로 '보행자 중심 거리'를 지향해 조성됐다.
서울시 예산 54억원을 포함해 총 100억원이 들어간 3개월간의 전면공사 끝에 4차선을 2차선으로 줄이고
보도폭을 기존의 2배에 가까운 최대 8m로 늘려 개통했다.
1990년대 서울의 대표 문화거리였던 신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부였으나
시행 한 달여 만에 만나본 신촌 상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상인협동조합 신촌번영회 관계자는
"도로 개장 직전 길거리 마켓이나 공연을 열었을 때 매출이 확 뛰었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반짝 공연'이 아니라 (홍대나 강남처럼) 신촌만의 문화가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7년째 부대찌개 식당을 하고 있는 신종일 씨(39)는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길이 어수선해 오가는 사람이 오히려 줄었는데
길이 새로 닦였다는 이유로 월세만 더 주게 생겼다"며
"식자재를 들여오는 차도 마음대로 오가지 못하니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세로 포장은 지난해 끝났지만 이어지는 주변도로는 오는 5월까지 관련 공사가 예정된 상태다.
신씨는
"버스만 다니게 한다지만 잘 지켜지진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다녀본 연세로는 '대중교통전용'이라는 이름이 무색해 보였다.
낮 시간에는 모범운전자들로 구성된 교통안내원이 지키고 서 있어 일반 승용차가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오토바이 등 이륜차의 운행은 여느 서울시내와 다를 바가 없었다.
퀵서비스 기사, 음식배달원들로 구성된 이륜차 운전자들이 차도는 물론 넓어진 보도를 씽씽 달려
위험한 광경이 연출됐지만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 피자 배달원은
"연세로에서 오토바이를 탔다고 제재받거나 주의를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저녁 8시 교통안내원들이 퇴근하고 나자 이륜차는 물론 일반 승용차와 택시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속도도 줄이지 않고 연세로를 누비고 다녔다.
밤 9시께 20분 동안 어림잡아 센 일반 차량이 서른 대가 넘었다.
눈치 볼 사람이 없으니 해만 지면 얌체운전이 판을 치는 것이다.
서울시 대중교통전용지구 담당자는
"아직 계도기간이라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며
"2월 말부터는 카메라 단속을 통해 저녁시간 전용지구에 진입하는 일반 차량에 범칙금을 부과할 예정"
이라고 설명했다.
상권 부활에 대해서는
"시행 한 달 만에 매출 변화를 논하긴 어렵다"며
"4월쯤 연세로 상인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해 개선할 점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의현 기자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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