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장관이.. "낙동강 녹조, 예방조치 말고 놔둬라"
지난달 간부회의서
"4대강 사업 문제 있다면 모든게 드러나야"
"4대강 녹조 문제, 그대로 둬야 환경부 부담 덜어"
환경부 "녹조 방치 의미 아냐", 전문가들 "무책임한 발언"
조선일보 김성모 기자 입력 2013.08.09 03:34
윤성규 <사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실·국장과 지방환경청장 등 간부들을 모아 회의하는 자리에서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이 아니라 충분히 문제가 부각될 때까지 BAU(Business As Usual·인위적 조작 없이
평상시대로) 상태를 유지하라"고 말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환경부 장관이 수돗물 안전 등 국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녹조 문제를 상태가 더 심각해질 때까지
사실상 손 놓고 있으라고 담당 부서에 지시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조선일보]
윤 장관은 지난달 25일 오후 4시 환경부 간부 등을 모아 영상 회의로 확대 간부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4대강 녹조 문제는) '변곡점'을 넘지 않는 상태까지 간 다음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처럼 대응해야 환경부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만약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게 다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BAU 상태로 4대강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으로 가게 되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이 아니고 BAU 상태로 가서 충분히 문제가 부각되고 난 다음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덮으려고 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녹조 문제까지 그대로 지켜보라고 한 발언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녹조가 크게 확산하면 유해 남조류로 인해 조류 독성과 악취 물질이 생겨 수돗물 안전에도 비상이 걸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구 등 중상류 지역에 녹조가 번지는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에 대구 칠곡보에는 1mL당 남조류가 5656개 나타났고,
상주보에는 420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각각 1만2557개와 860개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치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조류 출현 시점이 늦어 8월 중순이 되면 작년 정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환경부는 전망한다.
4대강 사업으로 보(洑)가 세워지면서 강의 흐름이 늦어져 녹조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낙동강에 녹조 발생이 있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 녹조가 크게 퍼지는 데 영향을 끼쳤는지
아직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하지만 윤 장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근 낙동강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가중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언론사 부장단 간담회에서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전 정부의 짐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문제들을 이른 시일 내에 다 드러내 밝히고, 박근혜 정부의 어젠다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은 4대강 사업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무조건 숨기고 덮으려고만 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녹조 등의 문제를 방치하라는 취지의 말씀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화여대 박석순 환경공학과 교수(전 국립환경과학원장)는
"낙동강에서 수돗물 정수에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녹조 상황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해야지
사실상 손 놓고 있으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역시
"낙동강 현장에 가보니 이미 녹조가 심각해 냄새가 지독하더라"며
"환경부는 수질 개선을 위해 보 수문을 열라고 관계 기관에 적극 요청해야지
내버려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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