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러시아 화성탐사선 추락에 미국 개입했나

기산(箕山) 2012. 1. 18. 22:50

러시아 화성탐사선 추락에 미국 개입했나

 

                                                              한겨레| 입력 2012.01.18 21:10 |수정 2012.01.18 21:10

 

러 "미국 레이더, 탐사선 추락 야기 가능성 조사"
"미 요격무기로 위성 떨어뜨렸다" 음모론도 나와
미국 강력 부인…"음모론은 상실감 때문" 분석도

러시아 정부가 지난 15일 태평양에 잔해로 변해 떨어진 화성 탐사선의 사고 원인과 관련해

미국의 레이더를 용의선상에 올려놨다고 밝혀, 미국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이 고의적으로 러시아 우주선을 떨어트렸다는 음모론마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미국 레이더의 간섭"이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호의

추락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로고진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레이더가 추락에 영향을 끼친 게 사실로 드러나면

"필요한 모든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관설은 지난주 블라디미르 포폽킨 러시아연방우주청 청장이 먼저 언급했다.

태평양의 마셜군도나 알래스카에 설치된 미국의 레이더에서 나온 방사선이

포보스-그룬트호의 기기에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부 러시아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러시아 당국은 포보스-그룬트호가 고장날 즈음에 마셜군도에 설치된 미국 레이더 5개가

그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폽킨 청장은

"특정국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주선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고,

그 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음모론을 더욱 부추겼다.

추락 원인을 조사하는 위원회의 유리 콥테프 위원장은

미국 레이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양의 방사선과 포보스-그룬트호에 탑재됐던 것과 비슷한

기기들을 이용한 실험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러시아에서는 미국이 위성 요격 무기로 포보스-그룬트호를 타격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쪽은 펄쩍 뛴다.

밥 제이컵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대변인은

"나사는 러시아 탐사선이 고장을 일으켰을 때 마셜군도의 군사용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았고,

단지 미국 서부의 모하비사막푸에르토리코에 있는 레이더가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12~13년 전 생산된 불량 장비를 사고 원인으로 꼽던 당국이

갑자기 미국 연루설을 제기한 것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보스-그룬트호를 개발한 러시아 우주연구소의 알렉산드르 자하로프

미국이 200㎞ 상공의 우주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레이더를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모스크바타임스>에 말했다.

화성 탐사선 발사 실패가 안긴 상실감이 음모론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억7000만달러(약 1941억원)가 들어간 화성 탐사선 개발은

소련 붕괴 이후 가장 값비싸고 가장 야심찬 우주 계획이었다.

 

포보스-그룬트호는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를 탐사하고 2014년에 지구로 돌아와

태양계 생성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9일 카자흐스탄에서 쏘아올려진 이 탐사선은

발사체와 분리되는 데는 성공했으나 곧 엔진 고장을 일으켰고,

지구로 추락하면서 대부분은 대기권 진입 때 불에 타고

일부 잔해가 칠레에서 1250㎞ 떨어진 해상에 떨어졌다.

 

2010년 12월 이후 고장을 일으켜 추락한 러시아 위성과 우주선은 5개에 달한다.

 

 

이본영 기자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