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약속 안했어도…2억 ‘대가성’이 처벌 핵심
한겨레 | 입력 2011.08.30 20:50 | 수정 2011.08.30 22:40
[한겨레] 곽교육감 법률적 쟁점 짚어보니
'선의'로 돈 건넸으면 처벌 안되나?
X. 돈 전달 경위·방법, 상호관계 등 정황 종합해 대가성 판단' 단일화 대가' 사전 약속했어야만 처벌?
X. 약속하지 않았어도 사후에 대가로 전달했으면 처벌 가능 '선거일로부터 6개월' 공소시효 완성?
X. 이번 사건은 '선거일 이후 범죄행위'여서 6개월 시효 살아 있음
검찰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단일화 관련 후보 매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곽 교육감의 결백을 '법률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곽 교육감이 2억원을 박명기 교수에게 건넸다고 시인하면서
법률적 쟁점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 사전 약속보다 중요한 건 '대가성'
곽 교육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박명기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는 민주진보진영의 중재와 박 교수의 결단으로 이뤄졌고
대가에 관한 어떤 약속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약속 여부보다 곽 교육감이 전달 사실을 인정한 2억원의 성격이다.
공직선거법 제232조의 후보매수죄 조항을 보면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뿐만 아니라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돈이나 자리를 약속하거나 제공하면
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곽 교육감이 돈을 줬다고 인정한 이 사건에서는,
후보자 간의 약속보다는 실제로 건너간 돈 2억원의 대가성이 처벌의 핵심이 된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2억원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의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곽 교육감은 "선의로 준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 선의? 공갈 피해?
곽 교육감은 공식적으로는
"박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순수하게 돈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갈 피해자'라는 논리를 준비하고 있다.
박 교수가 아무 이유 없이 거액을 달라고 했으면 협박에 굴복할 게 아니라,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현금으로 2억원을 건네며 그의 요구에 응했다.
그것도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직접 준 것이 아니라,
곽 교수의 친구가 박 교수의 동생에게 건넸고 박 교수의 동생은 자신의 인척에게 돈을 맡기기도 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달 방식이나 배경 등을 볼 때 순수한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박 교수도 곽 교육감처럼 대가성을 부인했다면 본인도 죄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교수가 대가성을 시인했다면 그의 진술이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사후 범죄 처벌하려 공소시효 연장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통상적으로 '선거일로부터 6개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4년 3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일 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이라며
사실상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선거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이전에는 선거일 6개월 뒤에 이뤄지는 금품수수 행위 등의 선거범죄를 처벌할 수가 없어서
공소시효 조항이 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은
"두개의 사안(단일화와 2억원)을 분별 없이 취급하면 (법 위반으로)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법은 분별력에 기초해야 한다",
"선거 이후는 또다른 생활의 시작"이라며
단일화와 2억원의 '단절'을 강조하지만 공소시효를 늘린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곽 교육감의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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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선거법 공소시효 알았나 몰랐나>
연합뉴스 | 이상헌 | 입력 2011.08.31 11:45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6개월)가 선거일 이후의 범죄에 대해서는
행위 시점에서 새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했는지,
아니면 정말 공소시효를 착각한 것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법학교수 출신인 곽 교육감이 공소시효를 몰랐다는 점을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공소시효가 남았는데도 거액을 건네는 위험을 감수했다는 점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작년 6월2일 치러진 만큼
이 선거와 관련된 범죄의 공소시효는 같은 해 12월2일부로 만료됐다.
그러나 선거일 이후 행해진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는 그 범죄가 이뤄진 날로부터 다시 기산된다.
또 곽 교육감은 올해 2~4월 모두 6차례에 걸쳐 2억원을 건넸는데
각각의 금품전달 행위는 모두 하나의 범죄혐의로 간주되는 포괄일죄(包括一罪)가 적용돼
공시시효는 마지막으로 돈을 건넨 4월부터 시작돼 오는 10월에야 만료된다.
이 때문에 곽 교육감이 애초 공소시효를 잘못 이해한 탓에
돈 전달 시점을 올 2~4월로 잡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곽 교육감이 당선 직후 '후보 사퇴 대가로 약속했던 돈을 달라'던 박 교수 측의 요구에
"선거법상 공소시효가 남아있기 때문에 만료된 뒤 주겠다"며
작년 12월2일 이후로 지급을 미뤄왔다는 일각의 주장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의 주장은 이와는 상반된다.
곽 교육감 캠프에서 후보단일화 협상에 관여했던 K씨는 31일
"돈 얘기가 오갔더라도 곽 교육감은 작년 12월2일 이후로는 돈을 안 줘도 된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공소시효 만료 뒤) 돈을 주면 시효가 연장된다는 것을 몰랐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곽 교육감이 사퇴 대가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든 몰랐든,
법률전문가라면 차후에라도 이 사실을 인지한 이후 공소시효가 생성되게 함으로써
굳이 사법처리를 각오하는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그럼에도 곽 교육감이 돈을 건넨 것은
선거법 위반을 따지기에 앞서 그가 언급한 대로 '선의의 지원'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 무게가 실려있다.
대가를 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위험을 무릅쓰고 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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