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관

‘그릇’의 차이, DJ와 이명박의 ‘베를린선언’

기산(箕山) 2011. 5. 14. 02:38
‘그릇’의 차이, DJ와 이명박의 ‘베를린선언’

 

                                                                                      원문보기-> 청람 | 2011.05.11. 09:01

 

 

‘그릇’의 차이, DJ와 이명박의 ‘베를린선언’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ymchi )   /  2011-5-11 00:18 )



이명박이 독일을 방문해서'베를린제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이 내용을 모든 신문에서는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내년 3월 말에 서울에서 개최되는'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하겠다는 것이 제안의 핵심내용이다.

 

‘국제사회에 나오게 되면 북한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면서

통 큰 제안을 한 것처럼 이명박은 폼을 잡았다.

물론 그냥 초청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전제조건을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핵 포기에 관한) 진정성의 전제를 보여야 김정일은 초청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북한이 테러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다.

- 위의 연장선상에서 연평도와 천안함에 대해 사과를 해야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시내 총리공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Fact만 보도한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는 해설기사 ‘김정일, 내년 봄 서울에 나타날까’에서

 

김정일이 자신의 체면을 깎고, 북한 군부의 반발을 사게 될 대남사과를 할 리가 없으므로

“따라서 김 위원장이 서울에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무리 4년 차 되자마자 이명박의 지지도가 20%대의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레임덕이라고 해도 중앙일보의 이번 보도는 심했다.

 

베를린까지 가서 ‘담대한 제안’을 내놓자마자 자칭 보수언론이라는 데서 ‘가능성이 없다’고 하다니.

도대체 이명박은 이런 하나 마나 한 제안을 왜 했나.

 

여기서 멈출 이명박이 아니다.

‘겨울이 되면 춥다’는 식의 하나 마나 한 얘기를 잔뜩 늘어놓았다.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통일에 대비해서 재원을 잘 준비해야 한다,

北도 재스민 혁명의 기운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등등.

 

가장 통일과 멀어 보이는 이명박이 통일, 통일하니까 좀 낯 간지럽고 어색하다.

 

오죽했으면 한겨레신문은

“이 대통령은 이제 임기 말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진정성을 발휘해도 시간이 별로 없는데 자꾸 다른 쪽만 바라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답답해했겠는가.

 

한겨레신문 입장에서는 비판할 수준도 못 되었던가 보다.

사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참으로 안타깝다’는 표현은 정말로 안타까울 때에나 쓰는 표현 아닌가.


‘빈말의 성찬’ 이명박과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의 ‘베를린선언’

 

말만 현란한 이명박의 각종 ‘제안’을 보노라면

명진 스님의 ‘서푼도 못 되는 말’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말과 관련해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행동으로 말을 대신하고, 소인은 다만 혀로만 말을 한다.

 

한 나라의 정상의 야심에 찬 ‘제안’이 내놓은 바로 다음날

자국의 보수/진보신문 모두로부터 ‘실현가능성 없음’ 평가를 받았다.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모든 대통령이 이명박 같진 않았다.

대통령마다 ‘그릇’의 크기는 천차만별이었다.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다.

베를린대학에서 특강을 한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의 냉정과 반목을 한 방에 날릴 ‘베를린선언’을 발표했다.

이른바 ‘햇볕정책’을 선포한 것이다.

 

그는 북한에 대한 불가침 확인, 당국자 간 대화 희망 등을 북한에 전달했다.

김대중의 ‘선언’은 행동을 위한 사전 단계에 해당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실행에 옮겼으며 그것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노벨상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그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었다.

일부로부터 평생 ‘빨갱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그로 인해 한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은 사라졌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는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대통령 임기까지 지속되었고,

이명박 때 종결되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김대중, 노무현과 같아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의 말은 행동을 위한 사전요소인 것이다.

대통령이 말을 하면 모든 언론이 귀를 쫑긋 세우고 한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는

그것이 ‘실행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언론에서는 왜 대통령의 말이라고 1면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가.

 

이명박의 ‘베를린제안’에 북한도 화답했다.

북한의 인민무력부는 10일 담화를 내고 ‘농협 해킹’을 북한 소행이라고 한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천안함과 같은 날조극’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천안함과 관련하여 사과할 마음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민무력부는 <남을 걸고 드는 악습은 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남 탓 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 드물다’는 이명박 정권을 겨냥해

북한이 ‘남 탓 하지 마라’는 제목을 발표하니 좀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다.


이명박, ‘대립’과 ‘대화’ 중 무엇을 원하는가

 

이명박의 ‘베를린 제안’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말조차도 너무 자주 바뀐다는 데 있다.

 

5월 9일 베를린에 가서는 ‘대화’를 할 것처럼 제안을 했지만

불과 3일 전인 5월 6일 전군지휘관회의에서는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도발을 획책하고 있을 것”이라며

강력한 준비태세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것인가.

도대체 이명박이 북한에 대해 얘기를 하면 무엇이 진실이고, 진심인지 알 도리가 없다.

‘도발’을 획책하는 북한일지라도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대화’를 준비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보았다.

천안함 사건 당시 이명박 정권이 보여주었던 무력함과 무능력함

그리고 언론보도 통제를 하면서 뭔가를 숨기려 하는 느낌도 받았다.

 

이뿐 아니라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무기력한 이명박 정권의 위기대응능력 또한 확인하였다.

 

반면 연평해전에서 승리한 정권은 김대중 정부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지금과는 또 상황이 달랐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만 늘어놓은 이명박 정권은

국방, 외교, 안보를 제대로 하고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무능력한 정권이 독일에 가서 또 한 번 말을 늘어놓고 있다.

이번에는 보수, 진보 모두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 또한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