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또 드러난 국방부 ‘거짓말’

기산(箕山) 2010. 4. 12. 10:53

또 드러난 국방부 ‘거짓말’

                                                                                                   한겨레 | 입력 2010.04.12 08:50

 

 "실종자 명단 가족에 먼저 알렸다"더니

언론에 4시간 먼저 알려 통보절차 매뉴얼 없어 혼선

지난달 26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 뒤 국방부는

"실종자 가족들한테 가장 먼저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그 다음에 언론에 실종자 명단을 알렸다"고

공식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실이 11일 공개한 국방부 자료를 보면,

군은 실종자 가족들한테 실종 사실 통보를 완료하기 4시간 전쯤 언론에 실종자 명단을 공개해

'가족 통보 우선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사고 다음날인 3월27일 오전 7시까지 실종자 연락처를 파악하고

오전 8시까지 실종자 26명의 가족에게 연락을 했고,

오전 11시10분께 실종자 가족 모두에게 연락을 마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해군 2함대사령부는 3월 27일 오전 7시15분께 기자들에게

구조자 58명과 실종자 46명의 명단을 배포했다.

실종자 가족들한테 연락이 완료되기 3시간55분 전에 언론에 실종자 명단을 공개한 셈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초기에 실종자 가족 대부분이 언론을 통해서 명단을 접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가급적 부모한테 먼저 통보가 되면 그 다음에 언론에 자료를 제공한다.

이번에도 그런 절차를 따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고 뒤 46명의 실종자 가족 중 상당수가 군의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보도로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는 보도와 가족 항의에 대한 해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박선숙 의원실이 확보한 국방부 자료와도 상충한다.

이런 혼선은 함정 침몰 같은 대형 인명 사고 발생 때

가족 통보 절차 등에 대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선숙 의원실은

"국방부로부터 '함정 침몰시 해당 함정에서 조처해야 할 내용과

상위 부대에서 조처해야 할 내용 등에 관한 매뉴얼은 있으나,

피해 가족에게 사건 경위 전달 및 지원방식 등의 내용은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매뉴얼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미군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가족 통보 절차 등

다양한 사상자 지원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원칙은

△ 신속한 사상 상황 보고

△ 품위있고 인도적인 통보

△ 효과적이고 빈틈없이 돕되 가족과 슬픔을 함께하기 등이다.

미군은 이 원칙에 따라 사건 발생 12시간 안에

초기 보고서를 작성해 사상자 지원센터에 보고하고, '사상자 통지 장교'를 지정한다.

이 장교는 4시간 안에 전화가 아니라 사상자 가족을 직접 방문해 사고 내용을 설명한다.

사상자 통지 장교는 사고 통보뿐만 아니라 장례 절차나 가족지원 업무도 맡는다.

미군에선 가족에게 먼저 알린 뒤 언론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