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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33㎞ 군산~부안 새만금 방조제

기산(箕山) 2009. 8. 13. 10:22

미리 가 본 33㎞ 군산~부안 새만금 방조제

                                                                                                        서울신문 | 입력 2009.08.13 03:51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했던가.

새만금 방조제는 거대했다.

2년 전 물막이를 끝내고 한창 막바지 도로 공사중인 새만금 방조제는 무려 33㎞에 이른다.

지난달 정부에서는 새만금을 '명품복합도시'로 만들겠다며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을 확정했고,

전북도지사가 청와대 앞으로 보낸 '신 엠비어천가 편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갑론을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매기는 무심히 하늘과 바다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우럭, 놀래미, 꽃게 등 뭇 바다 생명들이 노닐던 서해 앞바다가 이제 옛 지도 속에만 남게

됐다 생각하니 두려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인 군산을 들러, 생명의 여탈을 관장하게 된

인간의 지위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곳, 새만금 방조제를 미리 가 봤다.

 

군산과 부안을 잇는 이 새만금 방조제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국토 4억㎡(1억 2000만평)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바다가 육지가 되고, 섬이 뭍이 되며,

대한민국 해안선 지도를 새로 그리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산업용지와 농업용지 확충, 관광자원 개발 등

장밋빛 청사진이 속속 제시되면서 전라북도 사람들의 가슴을 한껏 들뜨게 만들고 있으며

전북의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음 역시 물론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아직 일반인의 통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주 일요일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신시도 전망대까지 무료로 달려 볼 수 있다.

최근 새만금 방조제를 찾는 사람들이 밀려들어 평소 버스 1대로 운영하던 것을 2대로 늘렸다.

군산시청 홈페이지(www.gunsan.go.kr) 또는 관광진흥과(063-450-4554)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일요일 오전 10시40분 시외버스터미널, 군산역(11시10분)에서 출발한다.

이밖에 야미도, 신시도 현지의 낚싯집, 민박집, 식당집에 사전에 연락하면

새만금 방조제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매주 일요일 군산시 시티투어 운영

새만금 방조제 둘러보기는 군산 비응도쪽에서 시작했다.

일반인에게 상시 공개되는 부분은 부안군 쪽의 새만금전시관 앞 1㎞ 남짓뿐이긴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의 위용과 서해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기에 좋다는

전북 사람들의 추천으로 비응도 방향을 선택했다.

군산 쪽은 방조제가 도로보다 높게 만들어진 부안 쪽과 달리 방조제가 도로보다 낮아

좌우의 물길을 함께 볼 수 있어 확 트인 느낌이 좋다.

시인 이재무는 바다를 '생명의 자궁'이라고 불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간오지가 자연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듯

바다 또한 사람의 접근성이 떨어지기에 시인의 이런 평가도 가능했으리라.

실제 수천 종에 이른다는 바다 생명들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바다에 의지해 끈질긴 삶을 이어오고 있다.

군산 비응도 어귀에는 고깃배 몇 척이 출렁이고 있었고,

저수지 낚시터 좌대처럼 바다에 집 모양의 배를 띄워 밧줄로 묶어 놓고

뭍과 바다를 오가는 어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 역시 조만간 다른 생명의 자궁을 찾아 불안한 새 삶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황금빛 낙조 꼭 보고 오세요"

사람들이 서해를 찾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황금빛 낙조다.

낙조를 보고 있노라면 쇠락하는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워야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곤 한다.

특히 이 낙조가 더욱 아름다운 까닭은 때로는 비켜서고,

때로는 반사되면서 바다 사이에 점점이 떠있는 사람 사는 섬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다.

포장도로와 비포장이 반복되는 방조제를 10분 남짓 달리자 야미도(夜美島)가 나타났다.

밤에 더욱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섬이다.

하지만 이미 방조제와 조우해 섬의 상당 부분이 파헤쳐진 채로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신시도(新侍島) 역시 마찬가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야미도와 신시도를 여전히 '~도'라고 부르며 섬 대접을 해야 할까.

다른 이름을 주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이름에서라도 옛 추억을 간직하라며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나을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군산 앞바다가 자랑하는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역시 신시도와 다리로 연결되며

섬 아닌 섬으로 변신하게 됐다.

신시도 전망대에 올라서면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조만간 바다와 육지로 운명이 갈릴

좌우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시도와 가력도 두 곳에서 썰물 때면 갑문을 열어 새만금의 물을 빼고,

밀물이 되면 갑문을 닫는다.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대역사(大役事)를 차츰 진행하고 있다.

새만금의 주변 군산에는 터벅터벅 걸으며 둘러볼 곳이 지천이고,

서해에 의지한 먹을거리가 많다.

일제 수탈의 전초기지라는 악역을 맡았던 아픈 기억이 묻어 있는가 하면

벌써 수 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시인 고은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옛 군산세관은 1908년 지어졌다.

대한제국 시절 국내에서 유일한 세관 건물이었으며 일제 강점기 때 남은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일제가 국내 물자를 수탈해 가기 위해 만든 곳이다.

군산세관은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듯

이제는 기념관으로 남아 100년 전의 풍경, 일제의 수탈, 만행 등의 기억을 온 몸으로 품고 있다.

또한 신흥동에 있는 히로쓰 가옥은 전형적인 일본인 무인가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장군의 아들'과 같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국가등록문화재(183호)로 지정됐다.

◆군산 출신 시인 고은 발자취따라…

히로쓰 가옥을 나와 왼쪽으로 20m 남짓 걷다 우회전 하면 불쑥 솟아오른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이곳이 군산중학교 중퇴자에 불과한 고은 시인이 특채돼 영어, 국어를 가르친

군산북중이 있던 곳이다.

뿐인가. 장항과 군산 사이를 오가는 철선을 타곤 했던 소년 고은이

1978년 혼을 토해내듯 써내려간 기다란 시 '갯비나리'는 그가 바다를 바라보고 살았던

군산 소년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조만간 이곳에 고은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만인보문학관'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군산 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옛 기억과 낭만을 찾아 떠난다면 장항선을 타 보자. 종점인 장항역에서 내려 5분쯤 걸으면

장항과 군산을 잇는 철선 도선장이 나온다.

20분 남짓 올라탄 배가 군산에 도착한다.

금강하구둑이 만들어지며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에 무용론도 나오고 있어

조만간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두르자.

▲먹을 거리

전국 팔도 간장게장 없는 곳이 없지만, 군산의 간장게장은 특히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은 군산횟집(063-442-1114)으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내놓는 간장게장이

짜지도 않고 맛있어 맨입으로도 계속 먹게 만든다.

간장게장 백반이 1인분에 2만 5000원이다.

1㎏(큰 꽃게 3~4마리 정도)을 포장해 가면 6만원이다.



글 사진 군산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