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군 기무사, 민간인 불법사찰"…수첩·영상 공개

기산(箕山) 2009. 8. 13. 01:00

"군 기무사, 민간인 불법사찰"…수첩·영상 공개

                                                                                           SBS | 입력 2009.08.12 20:12

< 8뉴스 >

< 앵커 >
민주 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국군 기무사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군은 적법한 수사활동이었다며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권영인 기자가 보도합 니다.

< 기자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국군 기무사 신 모 대위가 민간인을 사찰한 증거라며 제시한 수첩입니다.
민노당 당직자 등 10여 명의 지난 1월 이후 행적과 주소, 차량번호 등이 적혀 있습니다.
이 의원은 또, 지난 5일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신 대위가 민간인들을 찍었다는 동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이 의원은 사찰 대상은 16명이었고, 이 중 서너명은 집중 감시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정희/민주노동당 의원 :
국민의 사회 정치적 활동 일상적인 사생활 까지도 국가가 모두 들여다보고
통제 하겠다는 것이고 이것을 위해서 군 정보기관까지 서슴치 않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기무사 측은
문제의 동영상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장병 8명의 휴가 중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수첩에 적힌 메모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군사기밀 유출 등
군 관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손종기 대령/국군 기무사령부 공보관 :
이는 8월 5일 이전에 기무사 수사권 범위내에서 합법적으로 확인 중이던 자료입니다.]

기무사는 특히 시위대가 공무수행중인 신 대위를 폭행한 뒤 수첩을 빼앗아간데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 있는 가운데 민노당이 시민단체와
연대 투쟁을 모색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입니다.

권영인 k022@sbs.co.kr

기무사 민간인 사찰… 정치 사찰 부활인가?

                                                                                노컷뉴스 | 입력 2009.08.13 19:09

                                                                                                    [CBS정치부 김정훈 기자]

국군 기무사령부 소속 신모 대위가 민간인들을 사찰한 사실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의해 폭로된 이후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첩단 사건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 부활한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의 연장선 상에서 보는 시각,

그리고 기무사의 정치 사찰 부활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누가, 왜?

적어도 신 대위의 판단이 아니라, 기무사가 조직적으로 민간인 십수 명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대위 계급의 군인이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로 누군가를 촬영했다면
이를 지시한 윗선은 최소한 영관급이고, 통상 기무사가 특정 사안을 다룰 때는
영관급이 팀장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민노당이 확보한 '사찰 동영상'에서 신 대위는 '단장'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무사가 어떤 의도로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는지가 의문인데,
기무사 측이 입을 닫고 있는 이상 사찰 대상자들을 통해 그 힌트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신 대위의 수첩에서 사찰 대상으로 실명이 거론되거나
동영상에 촬영된 이들을 조사해봤지만, 뚜렷한 공통점은 발견해낼 수 없었다.

또 사찰 대상자 중 대부분은 서로 모르는 관계로,
이들은 기무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 불쾌해하면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첩단 사건 엮어내려는 것 아니냐"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또다시 대규모 공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무사가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해왔다면
대공 사건과의 연루 가능성을 따져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소속 당직자가 사찰 대상에 포함된 민노당 측은
이 같은 가능성을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노당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상자들이 공안 사건에 연루될 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기무사 측이 조직사건이나 간첩사건을 엮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무사 측은
"당장 밝힐 수는 없지만, 근거를 갖고 활동한 것"이라고 말해 '무언가'가 있음을 시사했다.

◈기무사, 대통령 대면보고 부활 이후 기지개?

문제는 군 수사기관인 기무사가 군영(軍營)을 벗어나 활동해왔음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이정희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군사법원법과 국군기무사령부령 또는 군사기밀보호법에 의하더라도 민간인을
군에서 수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무사가 이처럼 법적 테두리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확장한 이유를,
이명박 정부 이후 기무사의 위상이 높아진 데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지난해 4월 기무사령관의 정례 직접 보고를 부활시켰다.
참여정부가 '밀실 정치'를 없앤다며 폐지한 정례 보고가 5년만에 부활한 것으로,
이에 따라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월 한 차례씩 대통령에 대면 보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과연 군 관련 사항만 보고됐겠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장으로 진급한 김종태 사령관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막역한 관계인 까닭에
이 같은 의구심이 식지 않는 것이다.

◈야권, "철저히 따지지 않으면 더 큰 재앙 올 것"

현 정국을 '공안 통치'라고 비난해온 야권은 이번 사건을 묵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문제를 처음 폭로한 민주노동당은 물론 민주당도 경위 파악에 나서며 칼끝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13일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기무사에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있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는 건 민주주의가
5공과 유신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방위나 정보위를 소집해 이를 철저히 따지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노당도 자체 조사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검토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