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달팽이 한 마리가 맨발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느릿느릿 걸아가는 달팽이를 바라보며 한 꼬마 아이가 물었다.
"안녕, 달팽이야, 지금 어디 가니?"
"응, 산속에 있는 옹달샘으로 물을 먹으러 가는중이야.
내가 사는 곳에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물이 없거든."
달팽이는 뿔처럼 생긴 눈으로 먼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꼬마 아이가 달팽이에게 다시 물었다.
"달팽이야, 너는 어디 사는데?"
"여기서 아주 먼 곳이야. 밤낮으로 3일 동안이나 걸어왔어."
"그렇구나. 그런데 어쩌니. 옹달샘에 가도 물이 없는데.
사람들이 바닥 물까지 모두 퍼가버렸어.
산속에도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거든................"
꼬마 아이는 혀를 끌끌차며 달팽이에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옹달샘에 도착할 때쯤이면 물이 다시 고여 있을 거야.
나는 걸음이 너무 느려서 한참을 가야 하거든. 내가 좀 느리잖아."
산속 옹달샘을 향해 달팽이는 가던 걸음을 계속 걸어갔다.
발바닥은 몹시 아팠지만, 달팽이는 웃으며 걸어갔다.
- 이철환 산문집 `반성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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