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관

귀거래사(歸去來辭) / 도연명(陶淵明)

기산(箕山) 2008. 6. 27. 23:35

귀거래사(歸去來辭) / 도연명(陶淵明)

 

歸去來兮(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奚而獨悲(해추창이독비)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實迷塗其未遠(실미도기미원)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舟遙遙以輕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 보며,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  내첨형우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僕歡迎  동복환영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손 흔들어 나를 맞는다.    
三徑就荒  삼경취황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松菊猶存  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다.
携幼入室  휴유입실                      어린 놈 손 잡고 방에 들어오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단지 끌어당겨 나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해하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이 얼마나 편한가.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찾아오는 이 없어 항상 닫혀 있다.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影以將入  영예예이장입     저녁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노라.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세상과 사귀지 않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겠다.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或命巾車  혹명건차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或棹孤舟  혹도고주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있게 자라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른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얻어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생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已矣乎(이의호)                                   아, 인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복기시)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歸去來辭(귀거래사)           陶淵明(도연명)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논밭은 장차 황폐해지거늘 어이 아니 돌아가리.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지금껏 내 마음 몸의 부림 받았거니,

惆悵而獨悲(해추창이독비)           어찌 홀로 근심에 슬퍼하고 있는가?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으니,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이에 앞으로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을 알았도다.

實迷途其未遠(실미도기미원)            실로 길 어긋났으나 멀어진 건 아니니,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            지난 것 잘못 되였음에 이제부터라도 바르게 하리라.

舟遙遙以輕颺(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훨훨 불어 옷자락 날린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            길 지나는 사람에게 갈 길 물어야하니,

恨晨光之熹微(한신광지희미)            희미한 새벽빛에 한숨이 절로 난다.

乃瞻衡宇(내첨형우)                        저만치 집이 바라다 보이니,

載欣載奔(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뛰듯이 집으로 간다.

僮僕歡迎(동복환영)                         어린하인들 모두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

稚子候門(치자후문)                         자식들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三徑就荒(삼경취황)                         세 갈래 오솔길엔 잡초 우거졌어도,

松菊猶存(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예 그대로 남아 있다.

携幼入室(휴유입실)                         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有酒盈樽(유주영준)                         술통엔 술이 가득 나를 반긴다.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            술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뜰 앞 나뭇가지 바라보며 지그시 미소 짓는다.

倚南窗以寄傲(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거리낌 없이 있노라니,

容膝之易安(심용슬지이안)           좁은 방이지만 편하기 그지없다.

園日涉以成趣(원일섭이성취)            정원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            문은 있으되 늘 닫아 두고 있다.

扶老以流憩(책부노이류게)           지팡이 짚고 다니다가 앉아 쉬기도 하고,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때로는 고개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무심한 구름은 산골짝을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            날다 지친 저 새는 둥지로 돌아온다.

翳翳以將入(경예예이장입)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무고송이반환)            외로운 소나무 쓰다듬으며 홀로 서성거린다.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請息交以絶遊(청식교이절유)             사귐도 어울림도 이젠 모두 끊으리라!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駕言兮焉求(복가언혜언)                다시 수레를 몰고나간들 무엇을 얻겠는가?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             친척 이웃들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

樂琴書以消憂(낙금서이소우)             거문고와 글 즐기니 근심은 사라진다.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들 나에게 봄 왔음을 알려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에 나가서 할 일이 생겼다.

或命巾車(혹명건차)                           때로는 천막 친 수레를 몰고,

或棹孤舟(혹도고주)                           때로는 외로운 조각배 노를 젓는다.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              깊고 굽이져 있는 골짝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도 한다.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              물오른 나무들 싱싱하게 자라나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              샘물은 퐁퐁 솟아 졸졸 흘러내린다.

善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              만물은 제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              이제 나의 삶은 휴식 년을 절감한다.


已矣乎(이의호)                                  아서라!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복기시)       세상에 이 내몸 얼마나 머무를 수 있으리오!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       가고 머물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 무엇을 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는가?

富貴非吾願(부귀비오원)                     부귀영화는 내 바라던 바 아니었고,

帝鄕不可期(제향불가기)                     신선 사는 곳도 기약할 수 없는 일.

懷良辰以孤往(회양진이고왕)               좋은 시절 바라며 홀로 나서서,

或植杖而耘耔(혹식장이운자)              지팡이 세워두고 김매고 북돋운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어보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본다.

聊乘化以歸盡(요승화이귀진)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갈 것인데,

樂夫天命復奚疑(낙부천명복해의)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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