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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 시국미사로 다시 찾은 `비폭력' 촛불

기산(箕山) 2008. 7. 1. 03:12

사제단 시국미사로 다시 찾은 `비폭력' 촛불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30 23:44

                                                                                                    | 최종수정 2008.07.01 00:54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경찰-시위대 충돌 없이 조기 마무리
`비폭력 행진' 지켜보던 시민들도 박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대규모 시국미사가 열린 30일 촛불 집회는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 없이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1시간의 거리 행진을 마친 사제단은
시청 앞 광장으로 돌아와
천막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시민들의 조기 귀가를 종용하기도 했다.

 

 

 
◇ `평화 집회' 주도한 사제단 =
 
"촛불을 지키는 힘은 비폭력입니다.
오늘 비폭력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만약 깨지면 촛불은 영영 꺼지는 것입니다.
다시는 시청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시국 미사를 마친 사제단 200여명과 시민 8천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12만여명)은
이날 오후 9시 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남대문과 명동, 을지로를 돌며 거리 행진을 벌인 뒤
1시간여만에 다시 서울 광장으로 돌아왔다.

십자가를 앞세운 사제단은 전경 버스로 막힌 세종로 대신 남대문 등을 행진 코스로 택했고
시위대의 앞에서 `이명박은 회개하라' `시민들도 함께 해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아침이슬'과 `애국가' 등을 함께 부르며 평화적인 행진을 주도했다.

행진을 마친 사제단은
"국민에게 힘이 되는 시점까지 우리 사제단은 단식을 계속하겠다"며
천막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시민들에게
"서운하더라도 내일 다시 모이자"며 평소보다 이른 해산을 권유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삼삼오오 모여 있는 시민들을 찾아
"부모님의 걱정이 많을텐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라.
아쉽겠지만 내일을 기약해야 촛불은 계속 켜지고 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한다"면서
손을 잡고 어깨를 토닥거리며 귀가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 "비폭력 집회 환영해요" =
 
최근 며칠 간 열린 촛불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격렬한 대치로 수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과 달리 이날 집회는 양측의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비폭력'을 외치며 촛불을 손에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를 보며 길가에 서서 구경하던
시민들도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퇴근길에 나선 시민들 수만명이 행진 대열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은 특히 초기 촛불 집회 당시처럼 가족 또는 연인 단위와
유모차를 몰고 나온
주부들이 집회 행렬의 다수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강인영(27.여) 씨는
"천주교 신자가 아닌데도 오늘 신부들이 외치는 비폭력 구호에 많이 공감했다.
이런 비폭력 기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살난 딸, 남편과 함께 온 허애주(37.여) 씨는
"비폭력일 때 더 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아이에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여 줄 수 있게 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시청 광장 중앙에 깔려 있는 모래 위에 촛불을 모아 가로 10m, 세로 2m 크기의
`MB OUT!' 글자를 만들기도 했다.

오후 11시 현재 서울 광장에는 경찰 추산 시민 70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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