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관용 없다"…정부 긴급담화 배경과 전망 (종합)

기산(箕山) 2008. 6. 30. 00:41

"관용 없다"…정부 긴급담화 배경과 전망 (종합)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29 20:35 | 최종수정 2008.06.29 21:48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정부 고강도 대응에 대책회의 강력 반발
이번주가 '쇠고기 정국' 기로

정부가 29일 법무부, 노동부 등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

정부는 "과격 시위 조장ㆍ선동자를 끝까지 검거해 엄정히 사법 조치하고 파괴된 기물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며 예전보다 강경한 대응 태도를 보였다.

 

 

 
지난 8일에도 법무ㆍ행정안전부 장관이 촛불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당시 정부는 "국민의 뜻을 이해하고 있으며 폭력을 자제하고
합법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당부한다"며 처벌보다는
설득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내일(30일)부터는 심야 불법시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밝혀 정부가 초강경 모드에 접어들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원천봉쇄 작전은 이미 이날 저녁부터 시작돼 경찰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4시께부터 전ㆍ의경 1천여명과 버스 30여대를 동원해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을
1∼2겹으로 둘러싸 `인의 장막'을 치는 방식으로 집회 자체를 막았다.

◇ 고강도 대응 배경은 =
이처럼 정부가 고강도 대응에 나선 데에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극렬한 물리적 충돌로 인해
하룻밤 새 중상자를 포함해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큰 사회적 불안감이 야기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6월10일 이후 최대 촛불 인파가 운집했다는 28∼29일 하룻밤 사이
시위대 측은 300∼400명이, 경찰 측도 112명의 부상자가 나오는 등 피해가 컸다.

이와함께 장기화, 극렬화되는 시위 양상에 많은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제는 정부가 '일하는 기조'로 국면을 전환하는 데
대다수 국민이 동조하고 있다는 정부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추가 협상이 타결된 마당에 시위대와 이에 편승 경향을
보이는 야당에게 더 이상의 정국 주도권을 내 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집권 초기 주도권을 쥐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려던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문제에 발목이 잡혀 향후에도 사사건건 비슷한 방식으로 끌려다니다 보면
자칫 임기 초부터 '무기력한 정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담화에서도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국민이 정부에 요구한 사항들은
대부분 반영됐다"며 "시위의 목소리 또한 당초의 주장과는 상당히 달라져 쇠고기 문제를 떠나
정부의 정체성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오는 2일 총파업과 집중 촛불집회를 통해 '결합'하고
주말인 5일에는 또다시 '100만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어
당장 이에 대해 쐐기를 박아야 현실적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 전망 =
이 같은 절박한 인식하에 정부는 촛불 집회에 대한 일련의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30일에는 전국 40개 검찰청 공안ㆍ형사부장 66명이 대검찰청에 모이는 유례 없는
`법질서 확립 전국 부장검사회의'를 개최해 촛불집회와 쇠고기 운송사태 거부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또한 평화ㆍ폭력 여부를 떠나 실정법상 야간 집회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을 들어
심야에 이뤄지는 촛불집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다만 정부는 이런 강경책이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반 시민'과 `조직 시위자'라는 용어를 들어가며 분리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 경찰은 28∼29일 집회 참가자 1만8천여명의 경우 `일반 시민'과 중고생은 3천명에
그친 반면 노동단체 조합원 3천여명, 진보 사회단체 회원 2천여명, 전교조 조합원 2천500여명,
대학생 2천500여명, 정당 소속이 1천여명이었다며 `과학적 분석'의 틀까지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과연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거리시위가 잦아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폭력과 탄압으로 촛불을 끌 수 없다"며 "더욱 평화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투쟁할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 강력 반발했다.

대책회의는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시민들의 반발 정서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아래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를 '국민승리주간'으로 정해 집회를 이어가면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와 정부의 무력대응을 규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가 향후 정국의 향배를 가름하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setuzi@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