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세계는 양극화와 전쟁중...

기산(箕山) 2007. 2. 23. 02:17

                                                                                          2007년 2월 22일 (목) 17:56   한겨레

‘감세 신봉자’ 부시마저 빈곤 걱정

 




[한겨레]
미국 정치권에서도 양극화 해소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연초부터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라 할 수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미국 사회의 양극화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지난 25년간 소득격차가 심화됐다”고 말해, 취임 7년 만에
처음으로 양극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1980년의 두 배 이상에 달할 정도로 격차가 확대됐다”며 “더 많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미국민들의 봉급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5년간 소득격차 심화” 취임 7년만에 첫 양극화 언급
교육비 지원·세금정책 등 논의…선거의식 실효성 의문


버냉키 의장은 6일 “소득격차가 자본주의 동력과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우려사항”이라고
못박았다.
그 역시 교육과 훈련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늘려 경제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세계화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며
“시장 유연성을 제약하거나 무역장벽을 쌓는 것이 임금불균형 해소책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부시 대통령이 소득격차 문제를 인정하고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의회 장악 이후 나온
타협적 제스처의 하나로 풀이된다.
그는 그동안 개인의 소유를 더 늘리는 사회를 의미하는 ‘오너십 사회’를 표방해왔다.
부시 행정부 국내정책의 키워드인 ‘오너십 사회’란 연금·의료보험·교육 등에서
개인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 문제는 11·7 중간선거 기간에 일부 민주당 후보들이 최고경영자 등 1%의 최상위
소득층이 전체소득의 16.1%를 차지한다고 이슈화하면서 미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의 4분의 3이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응답했다.
55%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승자와 패자를 구분짓는 ‘승자독식’의 원칙을 받아들이는 미 국민들 사이에도
경제성장이 전체 국민의 소득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데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01년 하반기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한 이른바 ‘신경제’ 시기에 노동생산성은 3%
증가했지만,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소득은 정체했다.
고소득층에게만 경제적 성과가 집중된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사벨 사와힐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이룩한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며 “중산층이 저소득층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고소득층이 다른 소득층에서 멀어지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전문가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으로 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정책은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2008년 예산안에 일부 반영됐다.
부시 행정부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학자금 보조를 늘리고, 증세와 세제혜택을
혼합해 직장 내 의료보험 미가입자들을 지원하는 의료보험 개혁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안은 무상학자금을 늘리는 대신 저소득 가정에 대한 에너지 지원, 아동보건, 직업훈련 예산을 줄여 오히려 격차를 더욱 벌리게 할 것이라고 민주당은 비판하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방안도 4700만명에 달하는 대부분의 무보험자들이 세금신고를 하지 않는
극빈자나 홈리스들이기 때문에 세제혜택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의회가 개원하자마자 선거공약이었던
△최저임금 인상 △대학학자금 융자 이자율 인하 △보험약값 인하 등의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들 정책 역시 양극화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먼 인기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 출범 때 5조8천억달러에서 올해 말 9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연방 재정적자가 행정부나 의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가난한 소득계층에 혜택을 주자며,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환원을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은 부자들에 대한 과세는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축소할 것이라며 세금감면으로
경제를 살려 세금을 더 거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 상원선거대책위원장인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내년 대선에서는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감이 이라크전을 대신해 최대의 선거이슈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감세정책으로 중산층에게도 일정 부분 세금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감세정책 환원을 얼마나 강력히 주장할지는 미지수다.

전국민 의료보험제 등 사회안전망 확충 문제 역시 내년 선거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바락 오바마, 존 에드워즈 등 대선주자들은 전 국민 의료보험제를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하원 재무위원장인 민주당의 바니 프랭크 의원 같은 이는 주주들이 최고경영자들에게
특별보상을 할지를 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법안을 제출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구멍 뻥 뚫린 사회안전망
4660만명 의료보험 혜택 사각지대
등록금 급증…‘빚쟁이 대학생’ 늘어


버지니아주 클리프턴에 사는 도널드 스토러(61)와 갈리 스토러(58) 부부는 건강 문제로
일찍 퇴직했다.
지금은 사회보장연금으로 받는 월 1800달러(약 169만원)로 생활한다.
노인의료 혜택인 메디케어 대상이지만, 1800달러로는 갈리의 유방암 치료와 도널드의 폐질환
치료에 드는 추가비용이 버겁기만 하다.

이들 부부는 2년 전부터 의료비와 집세, 차량유지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갈리는 ‘빚 돌려막기’가 “악의 회전목마”라며 “건강 때문에 인생의 노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우울해했다.

워싱턴에 사는 제프 브라운(52)은 아들의 대학 학비 때문에 빚을 냈다.
이자율 5%로 3만3750달러, 이자율 8%로 1만1250달러, 모두 4만5천달러의 대출금 때문에
고민이 많다.
2년째 실직상태로 소득이 거의 없고, 부인만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이자 지불로 인한 세금감면을 받기 위해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월 수백달러에 달하는 의료보험 가입은 엄두도 못 낸다.
아프지만 않길 바랄 뿐이다.

미국에서 중산층 이하의 가정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건강보험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탓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미국은 유럽국가들에 비해 복지제도 도입이 늦었고,
복지예산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그만큼 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 등 사회안전망 밖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그나마 사회보장연금 재정은 10년 뒤면 적자로 돌아선다.

연방인구조사국의 2005년 통계를 보면,
미국민 15.9%인 4660만명이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연간소득 2만5천달러 이하의 빈곤가정의 네 집 중 한 집 꼴로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이들 중산층 이하 가계들은 소득증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의료비, 교육비, 모기지,
자동차 관련 비용, 각종 세금 등
고정적 비용 지출이 증가하면서 뜻하지 않은 부채가 가계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소득격차 양상도 심각하다.
연방준비은행 통계를 보면, 미국의 상위 10%가 전체 부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또 상위 5%가 나머지 95%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
최고경영자 1인당 평균소득은 2003년 평균노동자 301명 분에서 2004년 431명 분으로 늘었다.

연방 국세청(IRS) 통계에서 2004년 전 국민 수입은 6.8% 늘었지만,
이 중 미 국민의 0.1%인 13만500가구의 수입은 27.5%나 증가했다.
반면 저소득층 20%(6000만명)의 소득은 1.8% 느는 데 그쳤다.

학자금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06~2007년 공립대학의 등록금 평균은 5836달러로,
1976~1977년보다 268% 올랐다.
사립대학은 2만2218달러로 248% 인상됐다.
신용조사회사인 엑스페리안의 조사 결과 학자금 융자를 포함해 2만달러 이상의 빚을 진 20대
젊은이들도 3%에 달한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최근 보도했다.

빚을 안고 사회에 나서게 된 젊은이들의 22%는 융자받은 학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원치 않은
직장에 취업했고, 29%는 추가 교육의 기회를 포기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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