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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 '종부세 민란', '조세 저항'까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놓고 세상, 아니 언론부터 떠들썩합니다. 비이성적 집값 폭등으로 빚어진 엄청난 불로소득에 비하면 '폭탄'이란 말이 무색해 보입니다. 올해 개인주택 종부세 대상자는 약 23만7천명. 전국 가구수의 단 1.3%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이 가운데 1/5이 강남구에 몰려 있습니다. 종부세 신고·납부 첫날 중대형 아파트단지가 몰려있는 강남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
"집값 오르는 건 좋아하면서 세금 안내겠다고?" "조세저항? 강남에 살지만 강남 사는 게 창피하다." 아이파크 104평에 산다는 김아무개(58)씨의 말이다. 그는 아직 고지서를 받아보진 못했지만 종부세를 찬성한다고 했다. 그가 종부세를 당연하게 느끼는 이유는 간단했다. "주택 투기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집값이 올라 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에 세금을 그만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는 것은 좋아하면서 세금 내는 건 싫어한다"며 "말이 안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반상회를 나가지 않아 아파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들과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이 불만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종부세를 찬성하는 그 역시도 약간은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국 세금 내는 게 미국에 비해서 심하다. 미국에선 종부세를 내고 양도세를 내면 다음에 이사할 때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국에선 종부세는 물론이고 집을 옮길 때마다 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 김씨와 헤어진 뒤 또다른 주민을 만났다. 아이파크 73평형에 산다는 이아무개(49)씨. 그는 교육문제 때문에 15년전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사왔고 분양과 동시에 아이파크 입주했다고 한다. 그의 남편은 회사원. 그도 아직 고지서 받지 못해 종부세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억울해 했다.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수입이 많아진 건 아니다. 결국 종부세를 월급으로 내야 한다는 소린데 월급은 지출되는 곳이 일정하기 때문에 종부세를 내려면 마이너스 통장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 사는 사람 대부분이 융자를 끼고 살고 있기 때문에 융자 이자에 종부세까지 내려면 현찰이 없다. 그래서 세금을 안 내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 내는 형편이다." 그는 또 "반상회에 가보면 다들 기막혀 한다"면서 "한번에 몇 천만원씩 종부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주위 사람들은 종부세를 내기 위해, 많은 양도세를 감수하더라도 집을 많이 내놨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융자 5억원을 포함해 12억원을 들여 이곳에 입주했다고 한다. 현재 시세는 42억원(국민은행 기준)이다. [4신 : 1일 오전 11시 50분] 강남구의회 "국회는 조세 불만 해결하라" 나,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정연경. 대치역 6번 출구로 나가서 오전 10시 30분께 강남구의회에 도착했다. 구의원들을 만나 '종부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5층 운영위원회. 하지만 분위기가 썰렁하다. 직원에게 다가가 "종부세에 대한 구의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왔다"고 말하자 "오늘은 행정감사를 받는 날이어서 구의원들이 구청에 갔다"고 대답했다. '구의회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에, 4층 사무국에 가서 홍보담당자를 만났다. 그 역시도 "모든 사람들이 다 구청에 갔다"면서 그쪽으로 가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 데 한마디라도 듣고 가야겠다 싶어 "종부세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은 어떠한지" 물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세금 내라 말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구의회 차원에서는 지난 11월 23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촉구 결의안 채택에 따른 지역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의회가 지난 10월 31일 채택한 결의안의 골자는 이렇다. 1. 종부세를 기준을 6억에서 9억원으로 하고 세대별 합산은 개인별 합산으로해야 한다. 과표 적용률은 계속해서 50%로 하고 세부담 상한은 3배에서 1.5배로 재개정하라. 2. 국회는 위헌성이 제기된 종부세법을 재발의하여 즉각 폐기하거나 당초대로 개정해 특정 지정 주민의 조세 불만을 조속히 해결하라. 3. 소득재분배와 투기 근절이 목표라면 특정 지역 무차별 중과세는 즉시 중지하고 투기한 자만을 색출하여 대응할 것이며 집 한 채 가진 선량한 장기 거주자 보호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 서울특별시 강남구 의회 의원 일동 - 종부세 거부가 강남 구의회의 입장인 셈이다. 이제 구의원들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강남구청으로 가고 있다. [3신 : 1일 오전 11시 30분] 아이파크 59평 입주자 박씨 "조세저항 일어나면 동참할 것" 드디어 한 사람과 인터뷰에 성공했다. 삼성동 아이파크 앞에 도착한 지 1시간 30여분만이다. 모피코트를 입고 상가에서 나오는 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의 나이는 54세. 아이파크 59평에 산다는 박아무개씨다. 그는 1주택자이고 종부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얼마전에 (종부세)고지서를 받아봤더니 1000만원이었다. 세금이 급격히 올랐다. 자식들은 다 출가시켰는데, 월평균 100만원을 내라니…. 그게 한달 생활비인데…. 법은 지켜야 하니까 15일(종부세 자진 납부기간)까지 돈은 내겠다." 하지만 그는 "조세저항 운동이 크게 일어나면 동참할 생각"이라면서 "1가구 1주택자들은 종부세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를 성토했다. "정부가 잘못해서 집값이 올랐는데, 왜 우리들을 투기꾼처럼 몰아세우나.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 때문에 팔지도 못하는 처지다.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해도 팔 수가 없으니 내 돈이 아니다." 박씨가 산다는 아이파크 59평의 시세는 30억원. 지난 8~9월 사이에 9000여만원이 올랐다. 공시지가는 17억원. 1가구 1주택자인 경우 종부세가 930만원이다. [2신 : 1일 오전 10시] "여긴 CCTV 100대가 지키고 있다"
오전 9시 10분,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제일 비싸다는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아이파크가 들어선 삼성동 87번지 1만여평의 땅은 한국중공업의 사옥 부지였으나, 10여년의 법정 싸움 끝에 1995년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현대산업개발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거실 창 밖으로 한강이 보이고, 방에서 영동대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 이 곳. 총 3개 타워의 빼곡한 창문은 에메랄드 빛으로 눈이 부시다. 한 40~50여층 될까?(최고층 46층) 이 아파트에서 가장 적은 평수는 55평이고, 가장 큰 평수는 104평이다. 모두 449세대가 거주한단다. 1층은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상가. 신한은행 아이파크 지점과 굿모닝 신한증권, 아이파크 부동산, 크린월드(고급세탁전문점)가 있고, 바깥에서만 들여다볼 수 있는 헬스클럽 안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아파트 안으로는 물론 들어갈 수 없다. 무전기를 든 경호원 3~4명이 30여m 간격으로 서 있다. 그들에게 다가가 아이파크를 지키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오늘 여기서 시위가 예정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출부터 일몰까지 지키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슨 시위냐고 되물었더니 "1일부터 22일까지 집회가 예정돼 있는데, 보안상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상가 앞쪽으로 나오는 입주민들은 거의 없다. 오전 출근길인 것으로 보이는 아저씨 2명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바쁘다"면서 손사래 치고 가버렸다. 또 입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오마이뉴스에서 나왔는데요…"라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휑하니 가버렸다. "아이파크에는 CCTV가 100여개 설치됐어요.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입주민들 불편하게 하지 말고 길 건너편에 가서 볼 일 보십시오." 내가 취재 때문에 입주민들에게 접근하는 모양을 보고 있던 한 경호원이 나에게 다가와서 한 말이다. 당혹스럽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아파트인데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좀 그렇고, 아파트 앞을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다는 것도 다른 모습이다. 어쨌든 빨리 이곳 주민들과 만나 '종부세'에 대한 견해를 들어야 할텐데…. "주민들이 언론에 나서기를 극히 꺼린다. 아마도 취재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경호원의 말이 자꾸 머릿 속에 맴돈다. [1신 : 12월 1일 오전 9시] 평당 5천만원이면 종부세는 대체 얼마야?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역시 삼성동 아이파크. 7월~9월 사이 거래량이 3건에 그쳐 정확한 시세를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55평형 아파트값(32억원)이 평당 5800만원대를 넘겨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는 못 미치지만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평당 4천만원대 중반을 훌쩍 넘는 대형 아파트들이 수두룩했다. 2001년 분양 당시 삼성동 아이파크 55평형 분양가는 7억6000여만원으로 평당 1300만원대에 불과했다. 2004년 5월 입주가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불과 2년여 만에 집값이 4배나 뛴 것이다. 국민은행 평균시세를 기준으로 해도 2005년 10월 22억원이던 것이 1년만에 29억원으로 7억원이 올랐다. 그렇다면 시세차익만 20억원이 넘는 삼성동 아이파크 주민들이 낼 종부세는 얼마나 될까? 지난 9월에 팔린 19층 55평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5억4800만원. 2005년 11억5200만원보다 약 34% 올랐다. 종부세도 크게 늘어나 지난해 75만6000원이던 것이 784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재산세까지 포함하면 총보유세가 1300만원에 이른다.(표 참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근 비이성적 집값 폭등에 따른 어머어마한 불로소득을 빼놓았을 때 얘기다. 삼성동 아이파크 73평의 분양가는 17억7800만원. 시세차익은 무려 30억원에 이른다. 평균시세를 봐도 2005년 11월 32억원에서 1년만에 42억원으로 10억이 뛰었다. 30억원이란 불로소득에 비하면 세금 2700만원은 단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단지 삼성동 아이파크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불로소득은 고급아파트일수록, 1가구 다주택자일수록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굳이 종부세에 '폭탄'이란 말을 붙이고 싶다면 '세금폭탄'보단 '불로소득 폭탄'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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