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2일 (목) 03:06 조선일보
제네바 합의 후 “북에 속았다” 판단
[조선일보 김민철기자]
북한이 핵실험을 한 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북한이 갖게 된 핵능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미국은 왜 저렇게 나가는지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들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Q=북한은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하자고 한다. 미국은 왜 응하지 않는 것일까?
A=미국은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과 직접 협상을 했다. 그것이 1994년의 제네바 합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 약속을 어기고 다시 핵 개발을 시작해 2차 북핵 위기가 생겼다. 미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일종의 ‘증인’으로 참여시킨 ‘6자회담’을 시도하고 있다. 또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사회에도 위협이므로 여러 나라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가 악화되자 미국이 양자회담을 해서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미국 내외에서 높아졌다. 그러자 미국의 입장도 조금씩 변해서 최근에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라면 미·북 회담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Q=미국은 왜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를 하고 있나.
A=북한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대량으로 위조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테러 조직의 비자금을 추적하다가 북한이 아주 정교한 가짜 달러(수퍼 노트)를 찍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짜 달러를 진짜와 섞어 은행에 예금하는 등 돈세탁을 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 재무부가 북한이 이용하던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북한의 계좌는 동결돼 2400만달러가 묶였다. 북한은 이런 조사가 ‘제재’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떤 나라가 자기 나라 화폐를 마구 위조하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느냐”면서 ‘불법행위 조사’일 뿐 제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계의 많은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거부하기 시작해 북한은 외국 은행과 거래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북한이 이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미국은 금융 제재의 효과를 확인하고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
Q=북한은 남한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A=북한은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생존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안보란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남한이 막기 어렵다. 북한이 서해교전 같은 국지적 도발을 해도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남북 대화에서도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Q=통일되면 핵무기도 우리 것이 되나.
A=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북한의 핵무기가 오히려 통일에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들은 우리가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통일할 경우 자신들에 위협요인이기 때문에 통일한국 출현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도 군비 증강을 최소화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 등으로 통독을 견제하는 주변국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Q=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나.
A=독자 기술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행동하기 위해 핵 개발은 자제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밀 핵 개발을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나 91년 비핵화 선언을 한 이후 핵 개발에 꼭 필요한 재처리시설과 농축시설 등은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했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위한 플루토늄 추출을 할 수 없다.
Q=북한은 무슨 돈으로 핵 개발을 했나. 그동안 우리가 북한에 준 돈은 얼마나 되나?
A=북한은 노동당의 자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야당은 김대중 정부 이후 북한으로 건너간 현금이 핵 개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에 따르면 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북한으로 간 돈은 총 9억1092만달러다. 현대아산이 4억5000만달러를 북한에 지급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대가로 준 돈은 4억5692만달러다. 또 개성공단(토지사용료+임금 등)을 통해 지급된 현금이 2089만달러에 이른다.
Q=북한 핵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A=미국의 핵 능력에 의지하는 방법이다.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대응과 보호를 해주는 약속을 의미하는 ‘핵우산’이 첫 번째 대안이다. 핵우산은 만일의 핵 공격을 억지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인 ‘미사일방어(MD)체제’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한이 남쪽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방어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핵 공격을 억지할 전략은 있는데 방어할 전략은 부족한 셈이다. 그래서 미국의 MD체제에 가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호주와 일본은 가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을 자극할 우려 등 때문에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북한이 갖게 된 핵능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미국은 왜 저렇게 나가는지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들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Q=북한은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하자고 한다. 미국은 왜 응하지 않는 것일까?
A=미국은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과 직접 협상을 했다. 그것이 1994년의 제네바 합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 약속을 어기고 다시 핵 개발을 시작해 2차 북핵 위기가 생겼다. 미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일종의 ‘증인’으로 참여시킨 ‘6자회담’을 시도하고 있다. 또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사회에도 위협이므로 여러 나라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가 악화되자 미국이 양자회담을 해서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미국 내외에서 높아졌다. 그러자 미국의 입장도 조금씩 변해서 최근에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라면 미·북 회담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Q=미국은 왜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를 하고 있나.
A=북한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대량으로 위조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테러 조직의 비자금을 추적하다가 북한이 아주 정교한 가짜 달러(수퍼 노트)를 찍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짜 달러를 진짜와 섞어 은행에 예금하는 등 돈세탁을 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 재무부가 북한이 이용하던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북한의 계좌는 동결돼 2400만달러가 묶였다. 북한은 이런 조사가 ‘제재’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떤 나라가 자기 나라 화폐를 마구 위조하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느냐”면서 ‘불법행위 조사’일 뿐 제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계의 많은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거부하기 시작해 북한은 외국 은행과 거래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북한이 이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미국은 금융 제재의 효과를 확인하고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
Q=북한은 남한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A=북한은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생존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안보란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남한이 막기 어렵다. 북한이 서해교전 같은 국지적 도발을 해도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남북 대화에서도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Q=통일되면 핵무기도 우리 것이 되나.
A=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북한의 핵무기가 오히려 통일에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들은 우리가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통일할 경우 자신들에 위협요인이기 때문에 통일한국 출현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도 군비 증강을 최소화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 등으로 통독을 견제하는 주변국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Q=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나.
A=독자 기술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행동하기 위해 핵 개발은 자제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밀 핵 개발을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나 91년 비핵화 선언을 한 이후 핵 개발에 꼭 필요한 재처리시설과 농축시설 등은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했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위한 플루토늄 추출을 할 수 없다.
Q=북한은 무슨 돈으로 핵 개발을 했나. 그동안 우리가 북한에 준 돈은 얼마나 되나?
A=북한은 노동당의 자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야당은 김대중 정부 이후 북한으로 건너간 현금이 핵 개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에 따르면 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북한으로 간 돈은 총 9억1092만달러다. 현대아산이 4억5000만달러를 북한에 지급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대가로 준 돈은 4억5692만달러다. 또 개성공단(토지사용료+임금 등)을 통해 지급된 현금이 2089만달러에 이른다.
Q=북한 핵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A=미국의 핵 능력에 의지하는 방법이다.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대응과 보호를 해주는 약속을 의미하는 ‘핵우산’이 첫 번째 대안이다. 핵우산은 만일의 핵 공격을 억지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인 ‘미사일방어(MD)체제’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한이 남쪽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방어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핵 공격을 억지할 전략은 있는데 방어할 전략은 부족한 셈이다. 그래서 미국의 MD체제에 가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호주와 일본은 가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을 자극할 우려 등 때문에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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