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거대한 분지인 쓰촨(四川)성 북단의
아바(阿>)창(藏)족창(羌)족 자치주 지역. 사방팔방으로 분지를 감싼 험준한 산악의 일단이다. 쓰촨성이 어딘가. 유비와 제갈량의
촉(蜀)나라 아닌가. 대륙에서도 험하기로 이름난 고촉도(古蜀道·촉나라의 청두와 위나라의 시안을 잇던 산악루트). 그 길이 예 있으니 그 험난함은
짐작이 갈 터. 이백의 시를 빌리면 이렇다. ‘촉으로 가는 길은 푸른 하늘을 오르기보다도 힘들구나(蜀道難難於上靑天)’.
중국의 수많은 비경 가운데서도 주자이거우는 특별하다. 1970년대 중반 벌목공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비경이다. 그래서 1990년 중국 정부가 중국관광명승지(총 40개)를 지정할 때 ‘제1호’로 등록됐다.
1992년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97년에는 세계생물권보호구로 지정됐다. 주변의 원시림은 중국의 명물 판다의 고향이다.
계곡 상단의 창하이. 협곡(수면 너비 200m)을 점령한 검푸른 물은 ‘S’자형 계곡을 채운다.
길이 4390m의 호수는 평균수심이 80m. 수면의 고도는 백두산 천지(2199.6m·북한자료)보다도 무려 950m나 더 높다.
우차이츠(五彩池)와 우화하이(五花海)의 비색은 108개 호수 중 백미다. 손을 담그면 파랗게 물
들것 같은 파란색 물빛은 지상의 것이 아니다. 어찌나 투명한지 3m 물속 바닥이 어항처럼 들여다보인다. 놀라운 것은 썩지도 않고 원래 모습
그대로 물속에 잠긴 나무다. 물에 함유된 탄산가스에 의해 코팅되어 그렇다.
전주탄(珍珠潭)폭포는 상상의 한계를 시험할 만큼 그 지형이 기이하다. 범람한 강물처럼 너른 구릉을
뒤덮은 채 흐른다. 그 끝 절벽에 형성된 폭포의 낙수. 신부의 면사포처럼 바위를 덮은 채 하늘거린다.
이 밖에도 많다. 온통 갈대로 뒤덮인 갈대호수, 판다가 잘 먹는 대나무 서식지의
슝마오하이(雄猫海), 금빛의 가는 대나무 자생지 진주하이(金竹海), 청초한 초록빛의 물색이 아름다운 우화하이, 비색의 호수 19개가 낙차
50여m의 계곡에 계단처럼 형성된 수정췬하이(樹正群海)…. 원시림 우거진 깊은 계곡을 연못과 호수, 폭포를 벗해 산책하는 주자이거우 여행.
폐부에 가득한 도시의 티끌이 청징한 공기와 숲 향기에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황룽 역시 계곡의 연못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그 형상과 형성 과정은
주자이거우와 판이하다. ‘거대한 석회암동굴의 천장을 들어낸 풍경’이라면 쉽게 이해될까. 바닥을 보자. 계곡 물에 용해된 석회암 물질이 장구한
세월 동안 빚어낸 기기묘묘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그 비경은 해발 3100m의 하단부터 3550m의 계곡 막장까지 3.7km의 계곡 전체를
뒤덮는다 . 그 중 최고의 걸작은 수천개나 되는 테라스 풀(비탈의 다랑논을 연상하면 된다)이다. 크고 작은 풀에 담긴 물은 그 빛깔이 너무나
아름다워 형용할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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