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1일 (화) 20:32 중앙일보
북 미사일 후폭풍 … "한반도에 전쟁 일으키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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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단은 일본 정치인들의 대북 강경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기지를 공격하는 건 헌법의 자위권 범위 안에 있다는 견해가 있는 만큼 논의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장관은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다. 일본 정부의 다른 각료들도 잇따라 '선제공격' '무력행사'등의 발언을 했다.
◆강경 기조의 대일 경고=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 각료들이 잇따라 한반도에 대한 선제공격의 가능성과 무력행사의 정당성을 거론하는 것은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깊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식 발표했다. 정 대변인은 "문제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일본이 언급한 선제공격의 대상을 '북한'이 아닌 '한반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건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상호방위조약과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에 의해 한.미 양국까지 전쟁상황으로 끌려들어 가기 때문이다.
정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히 저해하는 도발행위로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이를 빌미로 '선제공격'과 같은 위험하고 도발적인 망언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군사대국화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오만과 망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만' '망발' '망언' 등의 격한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청와대는 일본과의 외교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10일 외교부가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일본이 제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11일 청와대까지 직접 일본을 비난해 북한 미사일 사태는 한.일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 실렸다"=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상황점검회의가 끝날 무렵 회의에 직접 참석해 논의 결과를 들었다고 정태호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 노 대통령이 참석한 건 올 들어 처음"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와 당 소속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렀다.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지켜왔던 '전략적 침묵' 자세에 변화가 느껴진다. 당과 청와대에선 '북한 미사일 발사도 용납할 수 없지만 일본의 선제공격론과 군비확대 역시 묵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이후의 정세를 종합판단해 (당.정.청이)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방안에 신중했던 정부가 일본의 선제공격론을 강도 높게 반박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 미사일 문제는 갈수록 꼬여 가고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대응방안을 놓고 한.미.일 간의 3각관계가 미묘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박승희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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