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Jazzart, Danscape 2006공연 공식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
저에게는 얼굴이 각져서 초등학교 때 발레를 그만 둔 - 물론 그게 이유의 100%를 차지하진 않지만- 사촌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발레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그리 비극적인 결정은 아니었습니다만, 한국에서 조막만한 계란형 얼굴이 아니고서는 클래식 발레를 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무용을 하려면 타고난 신체 조건이 중요하구나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저에게 재즈아트 훈련생의 면면은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고전 발레가 아닌 현대 무용이기에 차이는 좀 있겠지만, 바비인형처럼 늘씬한 미녀에서부터 상당히 비만으로 보이는 체형, 160센티미터가 될까 말까하는 남자 훈련생에서 가수 "비"도 울고 갈 멋진 체격을 가진 무용수까지...어떤 사람은 완전 유럽적인 체형에 또 어떤 사람은 완전 아프리카적인 체형...물론 움직임이 주는 느낌도 서로 다 달라 보입니다. 어떻게 군무를 같이 출 수 있을까 처음엔 시키지도 않은 걱정도 좀 되더군요.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연습생을 또 단원을 만나감에 따라, 뒷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나티는 요하네스버그 소웨토라는 타운쉽 출신입니다. 무용을 시작한지는 거의 10여년이 되어 간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방과후 교실 등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몇년전 그레험스타운에서 있었던 재즈아트의 공연을 보고 꼭 재즈아트 오디션을 봐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열심히 연습을 한 결과 올해 연습생 중 2명에게 주는 특별 장학금을 수여받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제가 가난한 타운쉽에서 태어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 이유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제 경험이 무용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니까요. 춤은 나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들어 주고, 나를 나 자신이게도 하는 동시에 나와 사회와 모든 것을 잊게도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때문에 늙어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춤추고 싶습니다. "라고 20살같지 않은 현명함으로 당당히 이야기하는 나티.
안드레는 길에서 먹고 자며 지나가는 차에 구걸을 하던 고아였습니다. 기회가 되면 소매치기도 하고, 남의 물건을 빼앗기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길가에서 춤추는 그의모습을 본 사람이 "나 따라갈래?"하고 물어 보길래 -저는 이러면 안 된다고 배웠는데....^^;- 따라 가서 춤을 배우고, 스위스에 공연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길거리로 돌아가겠느냐 아니면 좀 다르긴 하지만, 현대무용을 배우겠느냐는 그 사람의 질문이 안드레의 삶을 바꾸게 됩니다.
안드레는 지금 무용을 배우며, 위탁가정에서 양부모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외소한 체격에 팔다리가 긴 것도 아닌 그이지만,"시간은 낭비해도 될 만큼 길지가 않으니까요.."라며 일단 뛰기 시작하면 그 순간 만큼은 누구보다 높이 뛰고, 누구보다 멀리 뜁니다. 하루 종일 춤 추는 것이 육체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나중에 성공해서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는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할만 하다고 말합니다.
연습생의 경우 오디션을 거쳐 고된 연습을 시작한지 3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직은 무용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몇년 동안 같은 일을 하게 되면 아마 그 빛도 바래지 않을까....매사에 의심이 많은 저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선배 무용수 오웬 마나멜라씨에게 물어 봅니다. 데니쉬 발레와 미국 현대 무용 등의 3년 과정 코스를 마치고, 재즈아트 무용단에 합류하여 정규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 봅니다.
그냥나 "오웬, 당신에게 있어서 춤춘다는 건 뭐죠? 춤추면 어떤 걸 느끼나요?"
오웬 "음, 춤을 통해 몸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말을 통하지 않고도 뭐든 표현할 수 있지요. 무용을 시작하기 전엔 연기를 했었는데, 제 경우 그땐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하는 문제로 고생을 좀 했었거든요.^^; 일단 무용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을 때... 와, 몸으로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저는 진짜 춤추는 걸 즐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냥나 "음, 보기엔 진짜 남자다운 스타일이신데요. 무용이라고 하면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혹시 무용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반대를 하지는 않았나요?"
오웬 "(웃음) 다행히 가족들이 많이 격려를 해 줬습니다. 물론 제가 무용가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놀라긴 했겠지만요. 사실 어머니가 무용을 하고 싶어하셨었답니다."
그냥나 "모든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격려를 받으며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것은 아닐텐데요......"
오웬 " 세상에 뭐든 불가능은 없습니다. 꿈이 있다면 그게 무용가거나, 건축가거나 간에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죠. 왜냐하면 망설이느라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할수록, (꿈을) 이루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지나고 나서 진작에 할껄 그런 생각만 하게 되죠. 그냥 "신을 신고(준비하고라는 뜻), 일어 나서 해 버리세요. 우리 모두는 꿈이 있고, 열정이 있고,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꿈과 열정입니다!"
그냥나 "(말로는 누구나 그러죠.....ㅠ.ㅠ) 진짜 그 말을 믿나요?"
오웬 " 네, 믿습니다. 저도 사람들이 세상은 더 이상 좋은 곳이 아니다 어쩌구 하는 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세상에는 선의를 가지고,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당신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들어 주고, 나를 나 자신이게도 하는 동시에 나와 사회와 모든 것을 잊게도 만들어 주는....그렇기 때문에 늙어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습니까?
아래의 동영상은 또 다른 연습생들의 인터뷰와 멋진 아프리칸 컨탬퍼러리 댄스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각기 독립된 이야기가 되긴 하지만, 같이 올립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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