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참패는 완강한 보수
때문"(종합)
[연합뉴스 2006-06-02 15:29]
신영복교수 "대학은 사회비판 담론
산실이어야"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좌파 지식인 신영복(65)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최근 대학들의 자본 의존적 풍토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신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래 대학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을 넘어서는
사회비판적 담론의 산실이어야 하는데 한국의 대학들은 자본의 논리에 물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대학마저 `규모의 경제' 논리에 젖어들어 대형화에만 관심을 쏟고 산학협동 같은
기능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대학 본연의 역할인 비판적.대안적 담론 제시에는 등한시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고려대와 동덕여대, 연세대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교내 갈등에 대해서도 "대학이 자본의
지배력 하에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이 인성을 가꾸는 곳이 아닌 기능을 익히는 공간으로 변했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에는 교수만 있고 스승은 없다'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학교측과 학생들이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 학생들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으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신 교수는
이후 20년을 복역한 뒤 1988년 가석방돼 이듬해부터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신 교수는 5.31 선거에서 여당의 참패에 대해 "우리 사회의 보수 구조가 대단히 완강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집값이나 세금 문제를 미숙하게 들썩이며 국민들의 민심을 잃었기 때문에 선거
참패의 1차적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며 "하지만 참여정부가 큰 틀에서는 바람직한 점도 많이
있고 지금의 어려운 경제환경이 IMF 이전의 잘못을 반영하는 만큼 선거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은
보수가 지배하는 사회구조가 워낙 강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 후기부터 줄곧 우리 사회의 지배구조가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보수 세력이
강하다"며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모두 군사정권에서 벗어났을 뿐 엄밀히 말하면 정치 권력이
아닌 행정권의 일부만 이양받은 셈이니 보수의 틀을 넘어서기 힘이 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17년 간 몸담았던 교단을 떠나는 소회를 묻자 "출소 후 학생들 앞에 마주설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교를 떠날 때가 됐다"며 "퇴직 후 새롭게 시작될 인생
에 기대와 희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적 학풍의 성공회대였기 때문에 좌파의 `색깔'이 확실한 나 같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학문에
매진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과 격의없이 어울렸던 것들이 가장 큰 추억이며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젊은 사람들과 소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측은 신 교수에게 퇴임후 석좌교수 등으로 학교에 계속 남아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그는 퇴직 후 계획에 대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 외에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하지만 돌아보면 그동안 `꼭 해야되는 일'이라는 `당위성'(當爲性)이 삶을 결정하는데 깊숙이
관여했던 만큼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해야할 일이 생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8일 오전 교내에서 `고별' 수업을 갖고 학생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계획이며 고별수업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나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강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신 교수는 "마지막 수업에서 `사회는 우직한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나아간다'는 교훈을 주고싶다"며
"어리석은 사람의 우직함 때문에 세상이 더 나아진다는 가르침을 전해 주려한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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