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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적' 안보 강화가 답이라는 정부.. 속내 들여다보니

기산(箕山) 2019. 8. 31. 03:59

https://news.v.daum.net/v/20190830171216924


'자주적' 안보 강화가 답이라는 정부.. 속내 들여다보니


                                                                                                                     김경진 입력 2019.08.30. 17:12




최악의 한일 관계, 삐걱이는 한미동맹,

대화를 멈춘 북한,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까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걸까요?


정부의 구상은 최근 외교·안보 정책의

정부 스피커 역할을 하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말을 잘 뜯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동맹보다는 국익… 美와 불협화음은 불가피"


김현종 2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한일 관계의 공은 일본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이 백색 국가 제외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GSI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재검토할 수 있으니,

일본이 먼저 대화 타개책을 들고나오라는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동안 한국이 먼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서로 먼저 해법을 들고 오라는 상황입니다.

한일 관계는 당분간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한미 관계도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연일 '강한 실망과 우려'란 입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례적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까지 불러 공개 비판 자제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독도 훈련이 비생산적이라고까지 언급하면서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29일,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이 만류한다는 이유 때문에 지소미아를 유지할 순 없었다는 겁니다.


국제 정세가 과거와 달라져서,

이제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움직이고 있는데, 왜 한국만 기존의 외교 문법에 따라 움직여야 하냐는

뜻입니다.





"자주적 안보 강화는 미국이 원하던 것… 한미 동맹 강화 가능"


정부는 한미동맹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가치를 공유하며

66년 동안 이어져 왔다고 강조합니다.


지소미아 문제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어도 이 때문에 한미동맹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김현종 2차장은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와 안보 역량을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우리와의 동맹을 약화할 순 없을 거란 뜻입니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동맹을 통해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로 한미일 관계를 저해한 상황에선 어차피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과거 대사를 지낸 한 고위 외교관은

"최근 청와대의 메시지는 과거 외교 정책과 비교해,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뚜렷하고, 강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국방력 강화'를 들고 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그동안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에, 사실 자주적 국방력을 강화하는 건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론 군 정찰위성과 경항공모함, 차세대잠수함 도입 등을

언급했습니다.


국방 예산은 내년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하고,

이 가운데 29%는 최신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데 쓰입니다.


전시작전권 전환도 이러한 흐름에 맞물릴 전망입니다.





미국 정부 내 불만 목소리 커져… 방위비 분담금 등 청구서 우려


미국 국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최근 미국 국무부의 한국 담당 당국자들이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소미아 종료를 만류했는데도 듣지 않더니,

이번엔 비판을 자제하라고까지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주한 미국 대사가 외교부에 방문해 현안을 논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외교부는 이번엔 해리스 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비판 자제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은

미국 측에 한일 갈등의 원인이 모두 일본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내부에선 그렇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이 강제징용 대법 판결 이후에도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요인 때문에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국내 정치를 앞세운 결정이라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추석 이후부터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협상이 시작됩니다.

미국이 한국에 6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불협화음이 안보 청구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을 완전한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까지 말한 만큼,

한미동맹에 어떤 트럼프 발 깜짝 행보가 이어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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