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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유럽까지.." 광주에서 도라산까지 '통일열차' 운행
(광주=뉴스1) 한산 기자
입력 2019.04.26. 21:49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북녘 땅을 보고 있다.
2019.4.26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목포에서 기차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26일 오전 7시30분 도착 역이 표시되지 않은 무궁화호 열차가
기적 소리와 함께 광주송정역을 출발했다.
이른 시각이지만 6칸짜리 열차는 유치원생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잔뜩 상기된 탑승객들 표정 뒤로 출입문 양옆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 '광주송정에서 평양까지 달려라' 등의
현수막이 나붙었다.
이 열차는
이날 광주송정역에서 민간인출입통제구역 내 도라산역까지 달리는
'2019 광산 통일열차'였다.
열차는 5시간 만에 경의선 마지막 역인 임진강역에 도착했다.
육군 헌병이 기차에 올라 탑승자 명단과 신분증을 번갈아보며 신원을 확인했다.
2019 광산 통일열차 행사 참가자들이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9.4.26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검문 절차가 마무리되자 열차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 들어섰다.
3.8㎞를 더 달려 오후 12시55분쯤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도라산역에 다다랐다.
월계동 주민 박모씨(49)는 함께 온 부인에게
"15년 전 속초 갈 때 12시간 넘게 걸렸는데 여기까진 5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위도상 서울 지하철 1호선 종착역인 소요산역과 경춘선 종착지 춘천역 등은
도라산역보다 위에 있다.
통일열차를 이용한 시민 420여명은
관광버스 9대에 나눠 타고 개성공단이 한눈에 보이는 도라산 전망대를 찾았다.
4·27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전망대에서 개성공단이 보이고 있다.
2019.4.26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전망대 왼편으로는 개성공단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대형 인공기와 대형 태극기에 차례로 시선이 닿았다.
태극기와 인공기는 1953년 7월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한의 최전방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과 기정동 마을에 각각 설치돼 높이 경쟁을
벌였다.
"저기 봐." "이렇게 가깝구나."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북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도산동 주민 김은정씨(52·여)는
"시골동네 사람들 움직이는 것도 보이더라"며
"이렇게 코앞에 북한 땅이 보이는데도 왕래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월곡동에서 온 김명주씨(59·여)도
"가까이에서 보니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희미해졌다"며
"개성, 금강산은 가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북한 땅을 밟을 기회가 생긴다면 무조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일열차 탑승객들은 제3땅굴에서 남북 대결시대의 흔적을 지켜봤다.
11도 경사의 진입로를 400m 가까이 내려가자 북한이 판 땅굴이 나타났다.
땅굴은 성인 두 사람이 겨우 어깨를 부딪치지 않을 정도 폭에, 높이는 1m60㎝도
안돼 보였다.
이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으로 쓰인 캠프 그리브스에서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2019 광산 통일열차 행사 참가자가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역에서 광주로 떠나기 앞서 북쪽으로 나 있는
철길을 바라보고 있다. 2019.4.26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시민들은 4시간 남짓 DMZ를 둘러보고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되돌아나왔다.
초등학교 4학년생 권혁준군은
"북한 땅도 보이고, 그 깊은 땅굴을 팠다는 사실이 신기했다"며
"하루 빨리 기차길이 열려 유럽까지 기차를 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왕래할 수 없어 안타깝다'던 김은정씨는
"다른 곳에서도 통일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런 행사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선근씨(52·우산동)는
"요즘 삐그덕대고 있지만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본다"며
처음으로 북녘 땅을 바라보니 울컥하는 마음이 생겼다.
입대하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으로 변한 아들과 함께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통일열차'를 구상해 온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은
"시민들의 평화통일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초정부가 남북 교류를 활발히 전개하는 것은 통일비용을 줄이고
남북간 간극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광산구 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이런 행사를 열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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