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관

생의 마지막 고비 '치매'.. 결국엔 '부부'만 남더라

기산(箕山) 2019. 4. 9. 03:04

https://news.v.daum.net/v/20190408203409790?d=y


생의 마지막 고비 '치매'.. 결국엔 '부부'만 남더라


                                                                                                                            임상재 입력 2019.04.08. 20:34




[뉴스데스크]


◀ 앵커 ▶


노부부가 함께 치매에 걸린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얼마 전 개봉했습니다.


관객들 반응을 먼저 들어보시죠.


[유영섭/영화 '로망' 관객]

"그걸(치매를)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겠어요.

이제까지는 그런 거 전혀 생각 안 해봤는데 나도 때가 된 거 같고…"


[이세훈/영화 '로망' 관객]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봤어요.

근데 저라고 예외일 수가 없는 거니깐 거기에 대한 대처를

지금이나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 치매 환자는 70만 명,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꼴인데요.


5년 뒤에는 백만 명,

20년 뒤에는 2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만큼 치매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나 또는 내 가족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그럼 치매 환자를 누가 돌봐줘야 할까요?


한 조사를 봤더니

자식한테 기대는 게 아니라 배우자가 39%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럼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치매에 걸린 노부부의 일상은 어떨까요.


임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73살 주동안 씨는 두 살 아래의 아내와 단둘이 삽니다.


중증 치매에 걸린 아내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식사도 혼자 못해 주 씨는 아기 키우듯 아내를 돌봅니다.


집 안에 CCTV도 설치했습니다.


아내가 몰래 밖으로 나가면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던 아들한테라도 즉시 연락을 받기

위해섭니다.


[주동안/남편(73세)]

"밤에 자다가 나가. 그리고 몽상이라고 하나…

누가 왔다고 나간 적도 몇번 있어."


남편 주 씨는 폐암과 후두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병원 검진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암세포는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병원) 오라는 거 안 갔어.

내 인생은 접고 집사람만 죽을 때까지는 내가 모셔야겠다…

자식도 못 모시잖아요."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남편.


다만 돈이 걱정입니다.


"(이것저것 연금이) 7, 80만 원도 안 돼 그걸로 하려니깐…

노후대책 하려고 집사람 앞으로 아파트 전세(끼고) 사놓은 거

이번에 팔았어요.

2천만 원 이상 나와서 그걸로 몇 년까지 쓸지는 모르죠."


"식용유…김…"


80살 김 모 씨가 아내와 함께 단어 맞추기를 합니다.

치매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뇌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김 씨는 5년 전 기억력이 급격히 나빠져 병원을 찾았다가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 모 씨/경증 치매 환자(80세)]

"항상 어디를 가도 자신만만했는데 그런 얘기(치매판정)가

딱 들리면서 '아, 나한테도 이제 올 때가 왔구나…'"


김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카페에서 일하며

치매 재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을 기다릴 때마다 아내는 늘 조마조마합니다.


[최 모 씨/아내]

"공원을 혼자 가셨는데 돌아올 시간이 3시간이 지나도

안 들어오셨어요.

그날따라 마침 핸드폰을 안 들고 나갔습니다.

집으로 오신다는 게 반대쪽으로 가버렸어요. 길을…"


하지만 처음 '치매'라고 했을 때 들었던 생각만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미래가 막연할 뿐입니다.


"불편하고 못살겠다 그런 건 없어요. 걱정되는 게 있죠.

이 치매라는 병은 점점 나이가 들수록 더 나빠진다고

알고 있잖아요."



MBC뉴스 임상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