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영화 특수' 사라진 국제시장.. "30년장사 이런 불황은 처음"

기산(箕山) 2019. 4. 2. 00:06

https://news.v.daum.net/v/20190331175401708?d=y


'영화 특수' 사라진 국제시장.. "30년장사 이런 불황은 처음"


                                                                                                      우성덕, 이상헌

                                                                                                      입력 2019.03.31. 17:54 수정 2019.03.31. 21:45


영화 '국제시장' 흥행땐 북적

지금은 한해 30곳씩 문닫아

자갈치 수산물시장 상인들

"빈 좌판은 평생 처음본데이"

대구 약령시장도 쇠락의 길

정부 올해 5400억원 투입해

주차장 확충·환경개선 전력


◆ 위기의 전통시장 (上) ◆




대구 북구에 위치한 칠성시장 내 속칭 '완구골목'.


이곳은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완구·문구 도매상 40여 곳이 밀집해 있었다.

최근에는 도매상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현재 20곳만 영업 중이다.


한 점포는 장사가 안 돼 20년 만에 임대를 내놨다.

이 골목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가진 W완구사도 불황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이 모 W완구사 대표(36)는

"40년 전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를 물려받아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한때 직원 15명을 고용했지만 지금은 12명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22년째 이 골목에서 문구사를 운영 중인 김 모씨(60)도

"잘나갈 때는 종업원이 10명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5명만 고용해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며

"학생 수까지 줄어드니 오래 버티지도 못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전통시장에 소멸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진출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은 끊겼고 시장 기능을 상실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시장은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6년 1610곳에서 매년 감소해

현재 1450곳(2017년 기준)으로 조사됐다.


지난 10여 년간 160곳 이상이 줄어들었다.

매년 전통시장 14곳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시장이 많은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 용인시 최대 전통시장인 용인 중앙시장은 한때 하루 평균

2만명이 찾을 정도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방문객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상인회에 따르면

현재 530개 점포 중 100여 곳이 비었거나 점포 기능을 상실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한 달에 1~2개씩 점포가 비고 있다"면서

"경기가 좋을 때는 권리금을 받고도 점포가 금방 거래됐지만

지금은 권리금 없이 임대를 내놓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마저도 잘 안 나간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대 수산물시장인

부산 자갈치시장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자갈치시장에서 29년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최 모씨(61)는

"자갈치시장 내 어류 진열 좌판이 250개 정도 되는데 장사가 안 돼

좌판이 빈 게 많다"면서 "시장 내 빈 좌판은 평생 처음 봤다"고

한숨지었다.


자갈치시장 어패류조합 관계자는

"상인들의 조합비 미수금액이 연간 4000만원 정도 되는데

지난해에는 9000만원이 넘었다.

조합비를 내라고 닦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동해안권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빈 점포가 나오기 시작하는 등 어려움이 본격화됐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죽도시장 1500개 점포 중 5% 정도는 빈 점포다.


죽도시장에 빈 점포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상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점포당 매출도 지난해보다 평균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상인연합회는

추정했다.


전통시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의 직격탄도

맞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약재 전문시장으로 유명한 '대구 약령시장'이다.


이곳은 2011년 인근에 대형 유통업체가 문을 열면서 임대 상인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한때 약령시장은

한약재 판매 점포가 210여 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180여 곳으로 줄었다.


기존 한약재 점포들은 대형 유통업체 입점으로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견디지 못하고 장사를 그만뒀고 그 점포들은 커피 전문점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남은 점포들도 업주 고령화 등으로 존폐 위기마저 겪는 중이다.


광주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도

1108개 점포 중 22곳이 비어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점포는 주인이 혼자 운영하는 1인 점포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주차장까지 물품을 가져다 주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 점포 종사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8년 전통시장 점포 내 평균 종사자는 1.7명에 달했지만

2017년 1.4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43.8%에 불과했던 종사자 수가 1명인 점포는 71.9%로

28.1%포인트나 늘었다.

1인 점포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직원을 둔 점포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전통시장은 상인 고령화도 심각해 트렌드에 맞는 품목 변화도 쉽지 않다.


1960년대 문을 연 춘천 중앙시장 상인들은 평균 연령대가 70·80대로

50대 후반이 젊은 층에 속할 정도다.


공영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시설 현대화 사업도 추진됐지만

젊은 층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전광선 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수십 년간 같은 품목을 고집하다 보니 점차 도태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국제시장도

점포 주인 90%가량이 60대 이상일 정도로 전통시장 상인들 고령화는

심각하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이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를 쳤을 당시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국제시장도 번성하는 듯했지만

그 이후로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많아지면서 전통시장은

또 다른 악재와 싸우고 있다.


이동형 국제시장 상가번영회 회장은

"상인들끼리 모여 오늘 왜 이렇게 손님이 없느냐고 한 날은 대부분

미세먼지가 안 좋은 날이었다"며

"주차장 부족, 미세먼지, 내수침체, 중국과 일본 간 관계 악화 등 최근에는

전통시장에 악재들이 계속 겹치고 있어 참 답답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전통시장 살리기에 전력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총 537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43%(1616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중에선 방문객들이 가장 큰 불편으로 느끼는 주차 문제 해결에

1423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내 전통시장의 주차장 보급률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