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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경제인사이드]
석탄발전소는 서쪽, 원전은 동쪽으로 간 까닭
세종 = 서윤경 기자
입력 2017.09.28. 05:03
대한민국 '발전소 지도'의 딜레마..
지진·미세먼지 걱정 키우는 발전소 입지 바꿀 방법은?
'만약'이라는 단어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과거에 대한 후회가 담겨 있다.
"만약 석탄화력발전소를 동해안에 짓고, 원자력발전소를 서해안에 지었다면"이라는 가정이 그렇다.
유독 서쪽에 몰려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동쪽에 밀집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가정이다.
이런 가정이 나오게 된 데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전력 수급에서 석탄발전과 원전발전 비중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탈석탄, 탈원전 공약이었다.
그리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속도감 있게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26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선 노후한 석탄발전소를 당초 일정보다 1∼3년 앞서
폐기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6월엔 이들 발전소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또 공정률이 낮은 석탄발전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협의하기로 했다.
짓고 있던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 중단이냐 재개냐를 두고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과연 문재인정부가 탈석탄과 탈원전을 내건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세먼지와 지진 등에 따른 안전과 국민 건강 때문이다.
동쪽과 서쪽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점이 있다.
왜 원전은 지진대가 있는 동쪽에 집중적으로 세워졌느냐는 것이다.
석탄발전소가 서쪽에 몰려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뽑힌 것은 자신들이 내뿜은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대한민국에 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전을 지진대가 없는 서쪽에 세우고 석탄발전소를 동쪽에 지어 미세먼지를
동해로 날려버렸다면 탈원전, 탈석탄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일단 발전소들이 서쪽, 동쪽 그것도 바닷가에 지어진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바닷가에 지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발전소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물을 데워 만들어진 증기로 전력을 만드는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물을 데우는 데 사용되는 연료에 따라 석탄발전이나 원전이 된다.
이때 냉각수는 증기를 다시 물로 만드는 데 사용한다.
증기가 워낙 고온이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 냉각수는 재사용할 수 없다.
냉각수 역시 펄펄 끓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한강에도 물이 있지만 냉각수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다.
사용하는 물의 양이 워낙 많아 한강의 수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고
뜨거워진 물을 한강에 그대로 내보낼 경우 한강 자체가 펄펄 끓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전 인근 해수욕장은 수온이 따뜻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원전은 동해 쪽에 지을 수밖에 없다.
충남 이북지방의 서해안은 간만의 차이가 너무 커 24시간 지속적으로 충분한 냉각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남 영광에 원전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간만의 차이가 작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동해는 수온이 낮은 데다 간만의 차이가 거의 없어 원전을 집중적으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석탄발전소가 서해안에 몰린 데는 좀 더 복잡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1호 석탄발전은 1930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세워진 서울화력발전소다.
당인리발전소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 2호기, 미국의 전후복구 지원으로 3호기,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4·5호기가
추가로 들어섰다.
1∼3호기 발전용량만 보더라도 1만∼2만㎾급에 불과해 굳이 바다 근처에 지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80, 90년대부터 발전소 용량이 커지기 시작했다.
현재 30년 이상 된 석탄발전소만 해도 최소 20만㎾다.
더 많은 냉각수가 필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바다 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렇다면 왜 서해안이었을까.
70, 80년대 당시 정부는 전력을 이동하는데 산맥에 가로막혀 있는 동쪽보다는 서쪽이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당시 지역주민들은 발전설비를 세우는 데 큰 거부감이 없었다.
정부는 설비 용량을 늘리면서 대규모로 부지를 매입했다.
뜨거워진 냉각수가 바다로 유입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역주민과 어업권 협상을 끝냈다.
지역주민과의 갈등 없이 있는 땅에 세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곳에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발전소 지도를 바꿀 수 없다면
“서쪽에 원전, 동쪽에 석탄발전소를 지었다면 지금의 논란은 없었을까.”
처음으로 돌아가 똑같은 질문을 전문가들에게 던졌다.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오랜 시간, 막대한 돈을 들여 국가 기간시설인 발전소를 지으면서 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지질 상황이나 환경 등 입지 조건을 면밀히 분석한 뒤 발전소를 짓는데
우리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가령 원전은 지진대가 있는 동쪽에 세운 것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울산과 부산에 몰아 지은 게 문제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경주 지진 1주년을 맞아 현장을 찾아 이 같은 말을 했다.
새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진행하면서 발전소를 짓는 데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과학기술대학 유승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용량 발전소를 짓다 보니 해당 지역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대도시에서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400∼500㎽급 소형 발전소를 지으면 한 곳에 몰리는 등의
위험요소는 줄어들고 안정적으로 전력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의 목동이나 하남 위례신도시 등에는 450㎽급 열병합발전소가 있다.
열병합발전소는 쓰고 남은 ‘폐열’을 고압증기와 온수를 생산하는 데 이용하기 때문에 냉각수가 필요 없다.
문제는 열병합발전소 등이 적자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별내신도시에 지어진 열병합발전소는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 북부인 파주시 등에 있는 분산형 병합발전소도 마찬가지다.
한 민간 발전소 운영자는
“시장 운영 규칙을 바꿔 원가를 보상해 이익을 내지는 못해도 적자는 내지 않도록 해주면 좋겠다”면서
“우리가 민간 사업자이다보니 특혜 의혹을 우려한 정부가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알겠지만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 개편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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