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61119060403237
조종사 생명을 앗아가는 비행착각은 코끼리코 돌기
안두원 입력 2016.11.19 06:04
[군사AtoZ-7]
지난 9월 26일 한·미 해군 연합훈련 당시 바다로 추락한 헬리콥터 조종사들이
'비행착각'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의 링스 대잠 헬기에는 정·부 조종사와 조작사 등 모두 3명이 탑승해 있었고 전원 사망했다.
해군 장병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비행착각'(vertigo).
이는 전투기 조종사 사이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비행착각이 일어나는 이유는
조종사가 전정기관을 통해 느끼는 평형감각이 비행 중 착각을 일으켜
조종사의 전반적인 공간 지각 능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 때문이다.
평형감각 이상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가까운 예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벌칙으로 자주 쓰는 '코끼리 코 하고 돌기'를 들 수 있다.
이 벌칙을 하고 나면 가만히 서 있어도 어지럽고 세상이 빙빙 돈다.
비행착각이 영어로 'vertigo'(어지러움)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전정기관 안에는 움직임에 민감한 섬모가 있어서 사람이 똑바로 서 있는지 기울어져 있는지
느끼게 하는 정보를 뇌로 보낸다.
그러나 비행기가 장시간 기울어진 상태로, 즉 지평선이나 수평선과 어긋난 상태로 비행하면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의 전정기관 속 섬모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뇌는 똑바로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만약 비행기를 뒤집어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머리 위쪽에 있는 배면비행을 오래 하면
뇌는 뒤집힌 상태라는 것을 바깥 풍경을 봐야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 어두운 밤이나 구름 속처럼 주위를 둘러봐도 하늘과 땅을 구별할 수 없는 상태라면
조종사는 전정기관이 보내주는 잘못된 정보로만 본인의 상태를 인식하는 '착각 상태'에 빠져든다.
이것이 바로 비행착각이다.
비행기가 고도 수천 m~10㎞ 이상 되는 높은 상태에서는 비행착각에 빠져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고도가 낮은 상태에서 시속 수백 ㎞로 움직인다면 이러한 착각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거꾸로 비행(배면비행)하는 자세인데 머리 위가 하늘이라고 착각해 고도를 높이려고
기수를 들어 올린다면 초당 수백 m씩 고도가 내려가게 된다.
이번에 추락한 해군 헬기콥터도 야간 훈련 중 사고가 났다.
이날은 달도 완전히 기울어 그믐을 맞이해 바다와 하늘이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헬기는 수면 위를 낮게 날며 훈련하고 있었는데 조종사의 비행착각으로 미처 손쓸 틈도 없이
그대로 바다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비행기 혹은 헬기에는 고도계가 있는데도 왜 추락으로 이어지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조종사는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데 하늘과 땅이 안 보이면 전정기관의 잘못된 정보만 남는다"며
"고도계를 통해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전정기관이 보내는 신호에 더 반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비행착각에 대비한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고 평소에 비행착각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전직 공군 조종사는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며 "비행착각 상태라는 것을 1~2초라도 누가 더 먼저 알아차리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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