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배님, 안부글 봤나요?'
한겨레 입력 2013.12.20 19:40 수정 2013.12.20 22:50
모교인 성심여고서도 대자보 20일 오전 학교 정문에 붙인 대자보에서 박 대통령을 '선배님'이라 부르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대처를 비판했다. 대자보에는 "정부는 철도 파업이 불법 파업이며, (철도를) 민영화 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 선배님께서는 친히 프랑스를 방문해 '철도시장 개방'을 약속했다"고 꼬집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파문도 언급됐다. 이 학생은 "국정원 비리가 터졌을 때도 정부는 숨기기 급급했고, 비판하는 누군가는 종북으로 몰아갔다"고 썼다. 이어 이 학생은 "한 국가에서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의 이익을 실천하는 것이 공직자인데 공직자들은 우리를 자꾸 우물안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의 이익만 찾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어리다고 치부받는 우리들이 깨어나고 일어선다면 지금은 안녕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훗날에는 더 안녕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고 있는 안부 인사들을, 서울역에 모이고 있는 촛불들을 본 적이 있는가. 국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현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해, 그리고 그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하지 못하고 그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데 급급한 언론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교 건물 외벽에 부착했다. "원칙대로 하는 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런 불통"이라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과 관련해 "소통없는 정치가 자랑스러운 불통이 되는, 학생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견을 가지면 안된다고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들의 미래와 우리들의 꿈은 절대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학생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만큼 이 대자보를 철거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앞으로는 학생들이 실명을 밝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자보를 부착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
철도파업 강경대처 등 비판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 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대열에 동참했다.
자신을 '단지 한국에서 안녕하고 싶었던 곧 고삼'(고등학교 2학년생)이라고만 밝힌 한 학생은
다른 한 학생은 이날
특히 이 학생은
이 학교 관계자는
송호균 기자uknow@hani.co.kr
KBS 기자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동참
한겨레 입력 2013.12.18 21:30 수정 2013.12.18 23:20
이경호 기자, 모교에 "부끄러운 선배여서 저도 안녕치 못합니다"
<한국방송>(KBS) 기자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대열에 동참했다.
이경호 한국방송 기자는 18일 오후 고려대 정경대 후문 부근에
'부끄러운 선배여서 저도 안녕치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인 이 기자는 이 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공영방송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가 '안녕하지 못한'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영방송 기자가 언론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을 밝힌 것이라 눈길을 끈다.
이 기자는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라고 배웠고 미력하나마 한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기 때문에
방송 기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는
"그러나 제가 일하는 일터인 공영방송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펜과 마이크를 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있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닌 독이 된 지 오래라서,
후배님들이 철 지난 대자보를 다시 꺼내 진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안녕하지 못하게 싸우겠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라며
"앞으로는 절대 언론인 길을 걷는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절대 안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녕하도록 싸우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맺었다.
최원형 기자circle@hani.co.kr
다음은 이경호 기자의 '대자보' 전문이다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기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서 있고자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실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라고 배웠고, 그렇게 모범 답안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미력하나마 한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펜과 마이크를 들 수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일터인 공영방송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이 "안녕들하십니까" 물으며 절대 '안녕치 못한'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직위해제를 당하면서까지 파업으로 철도 사영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목숨을 걸고 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국가기관의 선거 부정을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닌 독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권력의 무기가 되어 약자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님들이 철 지난 대자보를 다시 꺼내 진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제 일터인 언론 현장이어서, 제 동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으로 펜과 마이크를 잡고 있어서,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녕하지 못해도 싸우겠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
언론이 밉고 싫지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역사는 때로 후퇴할지언정 결코 후진하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절대 언론인 길을 걷는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절대 안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녕하도록 싸우겠습니다.
2013년 12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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