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저자, 김무성 주도 강연서… 논란
이명희 교수
"교학사 교과서 비판은 좌파세력의 공격"
"좌파가 교육계·언론계 장악… 대처 안하면 넘어간다"
진중권
"뉴라이트·김무성그룹 왜곡된 역사관 해부해야"
한국아이닷컴 조옥희기자 hermes@hankooki.com
입력시간 : 2013.09.11 10:54:19
수정시간 : 2013.09.11 14:53:06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근현대사 역사교실 모임에 김무성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우편향 비판을 받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저자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하는 강연회에서 최근 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좌파세력의 공격'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11일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초청 강연회에서
"학문·교육, 언론, 문화 등 이념 관련 분야에서는 좌파가 이미 절대적 다수를 형성했다"면서
"현 국면이 유지되면 10년 내 한국사회가 구조적으로 전복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강연회에서
"현재 좌파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각각 장악하고 있다"며 "의식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저쪽(좌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좌파세력의 공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안중근을 테러리스트, 유관순을 여자깡패, 김구를 탈레반으로 썼다'고 공격하고
민주당 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잘못된 나라'라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로는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교과서로는 한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를 초청한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은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우파 역사모임으로 매주 조찬 강좌를 통해 근현대사를 논의한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00명, 원외 당협위원장 19명 등 총 119명이 회원으로 가입,
단숨에 여당 내 최대 규모의 모임으로 급부상한 모임이다.
앞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교학사의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가 일본우익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라면서
암묵적으로 조선민족은 스스로 근대화할 능력이 없다는 부당한 전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민지근대화론은 몇몇 모자란 지식인들의 헛소리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 허접한 생각이 벌써 한 나라의 공식 검점을 거쳐 교과서가 돼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실은 끔찍한 일이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주도한 뉴라이트 세력과
김 의원의 역사인식에는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했다.
진 교수는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김 의원이 '좌파와의 역사 전쟁'을 선포한 뒤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을 이끌며 동료 의원들을 모임에 끌어들이는 사실을 언급한 뒤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한국판 아베 정권이 탄생하는 셈이다.
아찔한 현실이다. 이거야말로 심각한 여적질이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집권 여당의 의원들이 왜곡된 역사를 가지고 이 나라에 '전쟁'을 선포했다면서
"아주 심각한 사태"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뉴라이트와 김무성 그룹이 가진 왜곡된 역사관의 기저를 철저히 해부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증요법처럼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비판할 게 아니라
그 증상의 근원과 원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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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 미화는 놔두고 단순 오류만 손봐 '교학사 구하기'
교육부, 검정 실패 자인하면서도 책임 회피
경향신문 송현숙 기자 입력 2013.09.11 23:05 수정 2013.09.12 00:30
교육부가 최종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이례적으로 전면 수정·보완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검정 실패를 자인하면서 그 책임이 있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와 교육부가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나서는 데 대해서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문제가 된 것은 교학사 교과서인데도
다른 8종의 교과서를 모두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 교육부 "고쳐 쓰겠다"
교과서 검정은 국사편찬위에 맡긴 위임사무라며 거리를 두던 교육부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재검토를 발표한 것은 전방위적으로 터져나오는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과 의혹들, 비난 여론이 심각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11일 8종의 고교 한국사를 모두 수정·보완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지난달 30일 최종 검정 결과 발표 직후부터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 문제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띄우기 논란에 휩싸였다.
그 후 사실 왜곡·오류와 학계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학설이 담긴 내용이 무더기로 지적됐고,
정확한 출처 표시 없이 마구 긁어쓴 자료사진들 문제와 표절 의혹까지 불거졌다.
지난 10일엔 역사학자들이
단순 오류와 이념적 논란거리를 빼고도 명확하고 중대한 사실 오류만 298건이라고 발표했다.
교학사 교과서 필자들이
"다양한 사관을 인정해야 한다. 이념 편향에 따른 뭇매"라고 항변했지만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보수·진보의 싸움을 넘어 상식의 문제로 번졌고,
부실교과서로 손가락질 받는 상황이었다.
교육당국의 부실 검증이 도마에 오르고 채택 거부 운동이 시작됐다.
정작 문제가 된 것은 교학사 교과서이지만
교육부는 이날 교과서 8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검정 취소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러면서
"검정심의위원들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나중에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묻겠지만,
시급한 것은 문제가 된 교과서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피해갔다.
일단 필진과 출판사가 수정하도록 하고, 국사편찬위와 교육부는 의견과 자료를 제공하겠다며
'도우미'를 자처하기도 했다.
"전면 재검토, 수정·보완"이라는 강력한 수사를 사용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결국 교육부가 위기에 빠진 교학사 구하기에 나섰다는 힐난이 나오고 있다.
■ 시간 벌었지만 난제 줄줄이
일단 교육당국과 교학사 교과서는 시간을 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를 미뤘을 뿐 난제들이 줄줄이 쌓여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의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에 대해선 답하지 못했다.
우선 전면 재검토 방침으로 사실상 부실 검정을 자인한 상태에서,
책임이 있는 국사편찬위와 교육부가 하는 재검토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진다.
교육부 내의 역사전문가들, 시·도교육청 지원과 국사편찬위 내의 역사전문가들을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수백개의 오류를 10월 말까지 잡는 것은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사학계에서는
"교학사 교과서 곳곳에 날림 제작의 흔적이 너무 많다.
국사편찬위가 교정을 봐주는 단체로 전락한 것이냐"는 냉소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수정·보완은 사실 오류에만 국한할 것이라는 것도 밝혔다.
그러나 사실 오류를 역사관과 명확히 구별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당국이 이미 검정 취소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엄중한 칼날을 들이댈
의지도 시험대에 올랐다.
교과서 표절 기준에 대해 묻자 서 장관은
"교과서의 경우에는 다른 자료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갖다 쓸 수 있다.
교과서 집필기준에 표절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검정 규정에는
실제로 검증된 자료를 써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도, 무책임한 답변을 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에는 표절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표절 기준을 마련할 계획도 지금으로선 없다"고 밝혔다.
필자의 동의 없이 교과서 수정을 명령해 대법원에서 교육부가 패소한
금성교과서 사태 때 교육부는 이미 부처 내에 전문가협의회를 한 차례 구성·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 역사학계에서 아무도 수정사항을 지적하려 하지 않자
교육부가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골라 앉혔다는 편향성 시비가 일었다.
서 장관은 전문가협의회에 대해
"앞으로 협의할 것이고, 적절한 분들로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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